에디터. 김태진 글 & 자료. 마이아카이브건축사사무소 myarchiveoffice
외부 시선을 막아주는 새로운 경계
서울 도심 속 구옥은 주변의 시선을 전혀 막지 못하는 구조였다. 1.5m 높이의 담장과 앞집 베란다에서 훤히 들여다보이는 구조 때문에 마당에 면한 거실과 안방에는 항상 커튼이 쳐져 있었다. 마당은 잘 쓰이지 않은 채 35년이 흘렀다. 그 때문이었을까. 건축주는 첫 만남부터 밝고 답답하지 않은 집을 지어달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이웃집의 시선을 막는 동시에 실내에서 외부로 시선이 확장되는 새로운 경계가 건축주와 이웃 모두에게 필요해 보였다.


공사를 앞두고 건축주의 협조를 받아 인접한 이웃들의 집 안에서 대지를 볼 수 있는 창문의 위치를 파악했다. 이를 바탕으로 셸shell에 커다란 개구부들을 배치했다. 예를 들어 별채 벽체에서 이어지는 보는 앞집 베란다의 시선을 차단한다. 실내에서도 앞집 베란다가 보이지 않는다. 동시에 마당에 드리워지는 그림자를 최소화할 수 있는 높이로 결정했다. 이 보는 서측 담장에 걸쳐진 형태이기도 하다.

서측 담장의 높이는 현장에서 형틀 목수가 작업하기 직전 정했다. 다양한 방향으로 도로를 걸어 다니고 까치발을 들어보며 정했다. 담장 안쪽 마당과 집 내부가 잘 보이지 않으면서도 개방감을 줄 수 있는 높이인 1.7m로 결정했다. 그렇게 보와 담장은 건축주와 이웃 모두에게 새로운 경계가 되어주었다. 시선의 교차에서 자유로우면서도 답답하지 않은 경계였다. 보에 반사된 남향 빛이 앞집 베란다로 유입됐다. 그동안 닫혀 있던 이웃집 베란다 창문이 열리고 베란다가 사용되기 시작했다는 후기도 전해 들었다. 건축주와 이웃 모두 이전보다 더 유연하게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박스의 안과 밖 그리고 벽
구옥에서 함께 살던 아들 딸은 어느새 각자의 가정을 이루었다. 딸은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되어 해외로 이주했다. 하지만 아이들 방학이 되면 한국을 찾아 건축주 부부와 함께 지냈다. 딸 가족 다섯 명과 건축주 부부 두 명 총 일곱 명이 함께 지내는 동안 각자의 생활 영역을 확보할 환경이 필요했다. 여기에 더해 건축주 부부 각자의 생활 패턴과 수면 리듬을 고려한 독립적인 공간도 필요했다.


가족 구성원이 개별적으로 점유할 수 있는 영역을 먼저 설정했다. 아내 남편 그리고 방학 동안 거주하는 딸 가족의 영역으로 구분했다. 하나의 목재 박스는 하나의 영역을 담당한다. 1층의 목재 박스 두 개는 각각 아내와 남편의 영역이다. 2층 목재 박스는 딸의 가족을 위한 영역으로 배치했다. 이렇게 수직으로 쌓은 목재 박스들을 콘크리트 외벽으로 감쌌다. 박스 안과 박스 바깥이라는 이중적인 내부 공간 구조를 만들었다.
박스 안은 침실 화장실 보조 주방 옷방 등 가족 구성원 개인이 쓰는 공간으로 구성했다. 박스 바깥은 거실 서재 식사 공간 등 공동으로 쓰는 공간으로 나눠 배치했다. 각 박스에는 내부로 향한 창을 두었다. 아내와 남편은 서로 마주 보는 실내 창을 통해 소통한다. 손자 손녀는 2층 내부 창을 통해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아침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1층 목재 박스 사이에는 대가족을 위한 벤치가 있다. 이 벤치는 내부 창을 통해 목재 박스 내부로 이어진다. 벤치 높이에 맞춘 낮은 내부 창은 때때로 손자 손녀의 놀이공간이 되기도 한다. 아이들은 내부 창을 문처럼 드나든다. 박스 바깥인 거실과 박스 안인 할머니 방의 벤치를 오가며 모여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