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태진 글 & 자료. 소다 건축사사무소 SODA Architects
백설농부의 시작
건축주는 30대 중반에 대기업 연구원 생활을 그만두고 고향 예산으로 내려와 농부가 되었다. 농업에 종사한 지 3년이 지나, 그는 할머니가 살았던 터에서 지역 농부들과 상생할 수 있는 정원 카페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건축가는 이 카페를 통해 고향과 연대를 강화하고 지역 사회와 함께 성장하려는 건축주의 비전을 세 가지 요구사항으로 구체화했다. 첫째, 건물 전체에 농부의 정서를 담을 것. 둘째, 세련미와 고풍미를 동시에 갖출 것. 셋째, 시간이 지나도 멋지게 나이 들어가는 건물이 될 것. 이러한 요구를 바탕으로, 건축가는 세련된 농부의 모습이 나이 들어가는 과정을 상상하며 설계를 시작했다.
세련된 헛간의 재해석
‘나무나무 카페’는 세련된 헛간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글루램Glulam 중목 구조를 도입했다. 글루램 중목은 목재를 집성, 접착해 강도를 높인 엔지니어링 목재로, 변형이 적고 안정성이 뛰어나다. 이 구조는 내부에서도 아름다운 정원을 바라볼 수 있는 큰 창을 가능하게 하며, 공간의 미적 감각을 높여준다. 노출된 글루램 중목 구조와 큰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 그리고 목재 인테리어는 농부의 따뜻함을 공간에 전달한다. 이 공간의 따뜻함은 이용자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좋은 추억을 만들어낸다.
백설농부의 외형은 정원의 세련된 오브제로서 기능할 것을 목표로 했다. 벽과 지붕은 정원과 어울리는 나무 느낌을 살려 규화처리된 적삼목으로 마감했다. 파사드는 지붕과 벽이 만나는 경계에 창을 두어 경계의 모호함을 표현하고, 세련된 느낌을 살렸다. 날카로운 디자인의 처마는 건물에 독특한 미적 감각을 더했다.
자연과 조화로운 배치
백설농부 건축물은 A동과 B동으로 구성되었다. A동은 도로에 인접한 마당 사이에 위치했기 때문에 도로에서 마당을 볼 수 없도록 차단한다. 이는 방문자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안으로 유인하는 효과를 준다. 새롭게 조성된 앞마당은 이러한 역할을 강조한다.
B동은 지형의 높이 차를 활용해 대지의 경사지 아랫부분에 배치되었다. 3m의 높이 차를 가진 이 지형은 산기슭에 있는 이끼정원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경관을 조성한다. 음지의 이끼정원은 B동에서 조망할 수 있도록 설계돼 카페 이용자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지형의 높이 차를 활용한 백설농부의 조경은 카페의 독특한 포인트로 기억될 것이다.
무모하지만 열정으로 빚어낸 공간
건축주는 가족과 함께 기초부터 골조, 설비, 인테리어까지 모든 작업을 직접 수행했다. 건축주는 건축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었기에 큰 도전이었을 테지만, 열정과 노력을 통해 프로젝트를 완수했다. 건축가는 설계사의 입장에서는 시공 컨설턴트 역할까지 맡게 되었지만 하나하나 공부하며 백설농부를 완성해 가는 건축주를 보며, 무모하지만 멋진 도전을 이어가는 그들에게 큰 영감을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