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집 배달을 시작하다

[Interview] 이윤수 간삼생활디자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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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윤선  사진. 최진보  자료. 간삼생활디자인

 

간삼생활디자인은 ‘생활을 디자인한다’는 사명으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담은 공간 상품을 기획, 판매하고 일부 운영도 한다. 이윤수 간삼생활디자인 대표를 만나 그들이 제안하는 ‘배달하는 집’ ODM, 그리고 미래의 집과 생활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 봤다.

 

이윤수 간삼생활디자인 대표 ©BRIQUE Magazine

 

간삼생활디자인은 건축설계 사무소인 간삼건축의 자회사죠. 어떤 계기로 설립되었나요?

건축업의 패러다임을 바꿔보고 싶었어요. 조금 거창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네요. (웃음) 건축설계는 100% 서비스업이잖아요. 어떤 프로젝트나 건축주와 발주처가 존재하고, 공간에서 그들의 욕구를 구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페이퍼로만 납품하고요. 이와 반대로 건축가가 앞단에서 시대가 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담은 건축 공간을 상품으로 기획해, 실물로 판매하면 어떨까 했죠. 해외 사례로 눈을 돌려 보니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했는데, 무인양품도 이케아도 집을 만들고 있더라고요. 가구든 생활용품이든 요즘 시대의 의식주, 그러니까 라이프스타일이란 결국 주택으로 귀결된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죠. 가구 브랜드도 집을 만드는데, 건축가인 우리가 왜 집을 못 만들겠는가 싶었어요. 그렇게 처음 시작한 게 주택 상품인 ODM입니다.

 

©Gansam Human Environment & Design

 

국내에서 ODM와 같은 이동식 주택 시장이 전망이 있나요?

2018년에 우리나라 1인당 국민 소득이 3만 달러를 넘었는데, 전문가들은 통상적으로 그 이후부터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에 대한 수요가 생긴다고 내다봐요. 소득 수준에 따라 라이프스타일이 바뀌는 거죠. 영국만 해도 주중엔 런던 도심에서 근무하고 주말에는 교외로 빠지는 인구가 많거든요. 건축 자재 등 집 관련 용품을 판매하는 미국의 글로벌 체인 ‘홈디포The Home Depot’는 해외 시장 진출 기준이 국민 소득 3만 달러 이상이에요.

국내 기업들에서도 그 흐름이 나타나고 있어요. 생활용품 브랜드 자주JAJU는 이마트로부터 독립해 단독 매장을 확장해 나가고 있고, KCC나 리바트, 한샘 등 가구 브랜드도 인테리어 사업에 힘을 쏟고 있죠. 사실 시장에서 집의 변화 속도는 굉장히 늦어요. 차는 살면서 몇 번을 바꾸기도 하지만 집은 그렇지 않잖아요. 아주 무거운 존재죠. 너무 앞서 나가도 안 되는 사업인데, 작년 코로나19가 그 흐름을 앞당겼죠.

 

제조와 판매, 배송까지 아우르는 ‘상품’으로서 공간을 제안하는 일은 기존 건축 설계 기반의 ‘서비스’와는 결이 완전히 다른데요. 시행착오도 많으셨겠어요.

맞춤복 서비스였던 걸 제조와 판매, 배송까지 아우르는 기성복 상품으로 변환하는 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어요. 단순히 집 장사를 해서 많은 돈을 벌려고 한 건 아니었고, 시장의 전체적인 파이를 키워 보자는 생각이 컸어요.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어요. 건축은 ‘평당 단가’라는 개념이 지금도 지배적이거든요. 집이든, 병원이든, 호텔이든 상관없이 평당 설계비를 따지죠. 창의성을 필요로 하는 작업인데 ‘평’이라는 면적 단위가 모든 판단 기준이 되는 시장의 고정관념을 깨기란 쉽지 않은 일이더군요. 건축이 단위 면적으로 평가받을 시대는 이제는 지나지 않았나 싶어요. 건축 설계뿐 아니라 건축 상품도 마찬가지고요. 아직 소비자를 설득하는 과정에 있고, 가치관에 공감하는 분들이 찾아 주시는 것 같습니다.

 

©Gansam Human Environment & 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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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DM을 선보이기까지 어떤 사람들이 기획과 설계에 참여했나요?

이동식 주택이라 하면 보통 허름한 컨테이너 하우스를 떠올리죠. 가설 건축물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고요. 그만큼 이 시장엔 건축가가 제대로 그려 낸 이동식 주택이 별로 없어요. ODM이 가지는 가치 중 하나는 ‘건축가가 만든 공간을 합리적 금액으로’ 제공한다는 점이에요. 간삼건축에서 10~20년 이상 일한 소장들이 힘을 합쳤죠. 6평 작은 집 하나를 두고 1년 가까이 고민하고 연구했어요. 모형만 해도 100개 이상 만들었고요. (웃음) 물론 젊은 직원들의 아이디어와 감각도 어우러졌어요. 무엇보다도 베테랑 건축가들의 깊은 고민과 노하우가 담겨 있는 집이라 자부합니다.

 

판교에 위치한 쇼룸에서 이윤수 대표를 만났다. ©BRIQU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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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ODM을 구매한 고객은 어떤 분들인가요? 어떤 목적이었나요?

미취학 자녀를 둔 30~40대인 1980년대생이 가장 많고, 50대 초중반 전문직 종사자도 있어요. 보통 교외에서 세컨드 하우스로 쓰려는 목적이 주를 이루죠.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하는 분도 있고요. 기억에 남는 고객은 경북 김천에 사는 교사인데, ODM 쇼룸을 오픈하자마자 첫날에 오셔서 계약하셨어요. 너무 놀랍고 신기했죠. (웃음) 알고 보니 ODM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온라인을 통해 보고 계시다가, 실물을 보고 바로 결정을 하셨던 거예요. 현재 제주도 구좌읍에서 세컨드 하우스로 사용하는데, 바다를 조망하려고 주택 하단에 1층 높이를 필로티로 띄워서 2층에 집을 올리셨더라고요. 집 앞엔 작은 자쿠지도 만들어 놓으시고요. 기대 이상으로 멋지게 잘 쓰고 계셔서 정말 뿌듯했어요.

 

요즘 집이 너무 비싸잖아요. 땅만 구할 수 있다면 오히려 세컨드 하우스가 아니라 도심 속에 정주하는 집으로도 대안이 될 것 같아요.

충분히 가능해요. 일례로 여수 구시가지 도심 한복판에 두신 분도 계세요. 세컨드 하우스 하면 보통 교외를 떠올리는데, 발상의 전환을 느낀 순간이었죠. 신시가지 아파트에 살면서 취미 활동과 작업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하는데, 어린 자녀들의 방과 후 교실이 되기도 하고 손님이 놀러 오면 게스트하우스로도 활용하신대요. 도심 속에 위치해서 가장 좋은 건 근처에 맛집이 많다는 점이에요. (웃음) 도시니까 누릴 수 있는 장점이 분명히 있죠.

개인적으로 저도 서울에서 구기동이나 부암동에 자투리땅이 있으면 하나 두고 싶어요. 예산군, 문경시 등 지자체에서 문의를 하는 경우도 있어요. 지방 도시의 가장 큰 문제가 인구 유출이잖아요. 도시를 활성화하려면 일하는 청년이나 귀농·귀촌 인구를 유치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쾌적하고 매력 있는 주거 환경 지원이 수반되어야 해요. 다만 아직 예산이 전혀 맞지 않아요. 보통 채당 3,000만 원 정도로 책정하시는데, ODM은 2배가 넘는 가격이라 갭이 너무 크죠.

 

개인 천문대와 주택이 결합된 형태의 동해에 있는 한 ODM ©BRIQU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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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뿐 아니라 주택 단지를 개발하려는 땅주인이나 기업에서도 문의가 있다고요. 여러 목적을 가진 수요자들에게 ODM이 소구하는 부분은 뭘까요?

세컨드 하우스를 마련하려는 개인 고객의 경우, 자기만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출 수 있는, 시장에서 쉽사리 찾기 힘든 완성도 높은 집을 제공한다는 점에 가장 만족하세요. 지주들에겐 소유한 토지의 가치를 어떻게 올릴까가 가장 큰 화두인데, 땅에 적합한 상품뿐 아니라 건축 아이디어와 배치 계획까지 통합적으로 제안한다는 데 이점을 느끼는 거로 보여요. 작년에 단지 형태의 ‘오디엠빌리지ODM Village’ 프로젝트를 완료했는데, 그걸 보고 문의가 많이 와요. 지역의 라이프스타일에 기반한 콘셉트 기획과 스토리텔링을 통해 땅을 상품으로 만들어 그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는 개념이에요. 현재 저희가 직접 땅을 매입해서 하는 사업은 지양하고 있고, 보통 지주 공동사업 형태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디엠빌리지ODM Village’에 관해 소개해주시겠어요?

ODM과 토지를 결합한 분양 상품입니다. 쉽게 말해 집과 땅이 세트죠. ODM은 반드시 땅과 결합해야 하기에 판매할 땐 상품, 즉 ‘동산’이지만 실제 사용할 땐 ‘부동산’이 돼요. 그러한 특성에 기반해, 장소를 더한 상품이 오디엠빌리지예요. 처음으로 선보인 ‘오디엠빌리지 명달’은 경기도 양평시의 조용한 숲속 마을인 명달리에 자리 잡고 있어요. 1가구당 대지 330㎡에 26㎡의 ODM, 선룸sun room과 돌담으로 둘러싼 작은 마당을 포함해 총 10가구를 분양했죠. 가격은 토지와 주택, 토목, 조경, 인허가 비용 등을 모두 포함해 2억 이내로 맞췄어요. 빌리지의 장점은 여러 세대가 모여 산다는 거예요. 혼자 전원에 집을 짓는다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잖아요. 외지인이라 원주민과 섞이는 게 힘들 수도 있고요. 현재 가평과 대구, 제주에도 기획 중인데, 지주 공동사업으로 진행해 마스터플랜과 상품 기획, 분양을 위한 시장 분석, 프로토타입 개발, 홍보와 분양 채널 구축에 이르는 일련의 업무를 제공할 계획이에요.

 

오디엠빌리지 명달 CG 조감도 ©Gansam Human Environment & Design

 

숙박 상품인 ‘스테이오디엠Stay ODM’도 준비 중이죠.

스테이오디엠은 ODM에 운영을 더한 숙박 상품이에요. ODM에 스토리와 콘텐츠를 접목해 운영할 수 있는 일종의 독채형 호텔이에요. 수평적 호텔(Dispersed Hotel)이라는 말로도 설명할 수 있는데, 동네 카페가 라운지가 되고 오래된 백반집은 레스토랑이 되는, 지역에 기반을 둔 작은 마을 호텔의 개념이죠. 올해는 스테이오디엠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아마 부산에서 시작할 것 같아요. 토지를 직접 매입해 대도시에서 시도할 계획도 있고요.

저희의 목표 중 하나가 스테이오디엠을 전국에 100개쯤 두는 거예요. 지방 소도시부터 산골 마을까지, 회원제로 전국 곳곳을 다니며 경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어요. 단기로 여행을 하거나 ‘한 달 살기’를 하며 노마드처럼 이곳저곳에서 묵을 수 있게요. 지자체나 지역에 기반을 둔 로컬 기업과 연계한 사업도 진행하고 있는데, 작년 여름 전라남도 장성군과 함께 진행한 지역 성장 전략 사업이 대표적인 예죠. 지역이 가진 자산을 찾아 새로운 콘텐츠를 더하고, 거기에서 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궁극적인 기획 방향입니다.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주거 형태가 나타나고 있는데요. 어떻게 보시나요?

라이프스타일은 소득 수준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요. 우리나라보다 소득이 높은 나라를 보면 앞으로 나갈 방향이나 패턴을 예상할 수 있죠. 일본의 경우 도쿄에서 근무하던 IT 종사자와 디자이너들이 규슈의 한 섬마을로 이주해 살면서 위성 오피스 개념으로 일을 하는 사례가 있더라고요. 인터넷만 된다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시대라서 가능한 일이죠. 섬에 간 사람들은 도시의 각박함에서 벗어나 삶의 여유를 찾고, 지역은 그들로 인해 활성화되는 선순환이 일어나요. 그런 현상이 우리나라에서도 조금씩 생기고 있고 앞으로 더 많아질 것 같아요. 예전에는 의식주를 따로따로 생각했지만, 어느 정도의 생활 수준을 넘어가면 경계가 없어지고 상향 평준화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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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품질만을 따질 수 없을 때, 이걸 통합해서 하나의 삶으로 보는 개념이 라이프스타일이에요. 라이프스타일의 중추는 집이라고 생각해요. 집이 곧 라이프스타일 그 자체죠. 앞으로는 우리나라도 몇 평형대 주택, 어떤 브랜드 아파트, 이런 개념이 아니라 그 기준이 ‘라이프스타일’로 전환될 거라 예상합니다. 거기에 ODM과 같은 작은 집이나 아파트 외의 주택 상품이 역할을 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어요. 아직 저희가 서 있는 시장은 미미하지만, 삶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소비자들이 다양성을 찾을수록 그 수요는 늘어나겠죠. 소비자들이 원하는 라이프스타일이 무엇인지 꾸준히 관찰하면서 계속해서 거기에 적합한 새로운 상품을 준비할 생각입니다.

 

©Gansam Human Environment & 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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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계획이 있다면.

ODM은 네스트 형과 모노 형 외에 신상품을 준비 중입니다. 기존 모델과 면적은 같지만, 내부 구성이 전혀 다른 모델을 구상 중이죠. 기존 모델은 내부 공간이 통으로 된 원룸형인데, 새롭게 출시할 상품은 내부에 벽을 구획해 작지만 독립된 방이 있는 형태로 선보일 예정이에요. 내부적으로 사업을 세 단계로 나누고 있는데, 1단계는 건축공간 상품화, 2단계는 장소개발 상품화, 3단계가 콘텐츠와 장소 운영 상품화예요. ODM, 오디엠빌리지, 오디엠스테이는 각각 이 단계에 속해 있고, 건축을 베이스로 공간 상품을 만드는 일에 매진하며 조금씩 영역을 확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조만간 베이커리 브랜드도 본격적으로 운영할 예정이에요. 브랜드가 장소 운영과 결합하면 전혀 새로운 콘텐츠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간삼생활디자인이 나아가고자 하는 궁극적인 지향점은 무엇인가요?

‘라이프스타일 디자인 플랫폼’으로서 역할하고 싶어요.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건축가가 지은 제대로 된 집을 꾸준히 만들면서, 우리가 제안하는 집 혹은 또 다른 어떤 것을 통해서 사람들이 스스로 지향하는 본연의 삶을 충분히 누리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결국 행복을 찾을 수 있게 돕는 것이 목표입니다. ODM이라는 작은 집으로 시작했지만, 더 작은 걸 할 수도 있고, 더 큰 걸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최근에 건축의 영역이 많이 허물어졌잖아요. 건축하는 사람들도 아주 많아졌죠. 반대로 건축만 하던 이들도 이제는 그 업의 경계를 허물고, 열린 마음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봐요. 건축이든 상품이든 원칙은 단 하나, ‘소비자가 원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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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좋은 공간, 그리고 좋은 집이란 어떤 곳일까요?

요즘 시대가 어수선해서, 특히 사람 간의 소통과 교류가 더 간절해졌죠. 좋은 공간이란 화려하지 않아도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행복한 경험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경험이 쌓이고 모여서 기억을 이루고, 그 기억이 사람들 안에 있을 때 행복한 감정이 나온다고 생각하거든요. 사람들은 보통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낄 때 가장 자연스러워지는 것 같아요. 뭔가 할 수 있는 동기를 만들기도 하고요. 그때 집과 공간이 좋은 배경이 된다면, 그리고 그 배경이 사람들의 삶 속으로 자연스레 녹아들어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면 그게 좋은 공간이고 좋은 집이죠. 배달하는 집 ODM이, 그런 행복한 감정까지 배달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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