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사진. 김태진, 석정화 자료. 써드플레이스
[브리크 세션: 도심 속 공동주거] 국내에서 집을 고르는 일은 대개 시장이 공급하는 몇 안 되는 선택지 중 하나를 수용하는 과정입니다. 획일화된 아파트 평면과 오피스텔의 사각형 방 안에서 개인의 다채로운 라이프스타일은 단순화되었고, 이웃과의 관계망은 해체되었습니다. ‘도심 속에서 내 삶에 꼭 맞는 공간을 확보하고, 좋은 이웃과 다정하게 살아갈 방법은 없을까?’ 이 질문이 이번 세션의 시작점이었습니다.
브리크는 지난 6월 2일부터 13일까지, 이웃과 함께 사는 공동 주거 문화에 관심 있는 스무 명의 독자들과 함께 ‘브리크 세션: 도심 속 공동주거’를 진행했습니다. 가치관을 맞춰보았던 사전 모임부터 금융과 시스템을 파헤친 토크, 홍은동 써드플레이스 골목을 직접 걸었던 트립까지, 막연한 주거의 상상을 현실의 영역으로 끌어내리는 문제해결형 프로세스였습니다.
글 싣는 순서.
① 혼자면 상상, 함께면 일상, 살다 보면 문화 — 예산의 한계를 기획의 힘으로 돌파하는 ‘써드플레이스’의 주거 솔루션
② 획일적인 주거 공급에 연대하는 방법 — 사전 모임과 인사이트 토크 리포트
③ 상상이 실체로, 홍은동 골목에서 마주한 대안 주거의 미래 — 독자와 함께 한 써드플레이스 현장

사전 모임과 인사이트 토크를 통해 주거에 대한 생각을 나눈 참가자들의 마지막 목적지는 서대문구 홍은동 골목이었다. 지난 6월 13일 토요일, 열 여섯 명의 참가자들은 박창현 소장과 함께 홍은동 반경 300m 내에서 연결되어 있는 써드플레이스 현장들을 직접 찾았다. 주민들이 살고 있는 곳부터 골조 공사가 한창인 현장, 그리고 최근 문을 연 모델하우스까지 차례로 둘러보며 대안적 주거 형태가 어떻게 동네에 스며드는지, 함께 모여 집을 지을 수 있는지 그 물리적 실체를 확인했다.

하드웨어가 만드는 느슨한 연대: 써드플레이스 6 & 4
가장 먼저 방문한 써드플레이스 6은 식물을 매개로 작동하는 주택이다. 1층 라운지에서 만난 한 입주민은 거주지 이전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단지 내의 공간적 만족도 덕분에 2년 동안 내부에서만 세 번 이사하며 정주해 온 대안적 사례를 공유했다.

이 주택의 핵심 건축적 장치는 엘리베이터 없이 건물을 외곽으로 빙빙 돌며 올라가는 외부 계단이다. 비나 눈이 올 때 발생하는 관리 상의 번거로움이라는 명확한 기회비용이 존재하지만, 입주민은 내부 복도의 답답함을 상쇄하고 관리비를 낮추며 계절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거주 편의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4층 테라스와 1층 커뮤니티 시설은 입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식재를 가꾸고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공유 영역으로 기능하고 있었다.



대로변 직사각형 부지에 위치한 써드플레이스4는 8세대 규모로, 지하 가구 공방과 1층 다목적 라운지를 갖춘 복합 주거 형태다. 북측 일조권 제한이라는 법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건물을 반 층씩 어긋나게 배치한 ‘스킵플로어Skip Floor’ 구조를 취했다. 정남향의 전면 세대는 직사광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반면, 북측 세대는 인접 건물 벽면에 반사돼 들어오는 간접광을 활용하도록 창의 면적비를 극대화했다. 인접 건물과의 시선 간섭 및 외부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공용 복도의 난간 높이를 의도적으로 높이는 등 밀집된 도심지 내에서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물리적 디테일이 돋보였다.


골조 현장과 미래의 주거 실험: 써드플레이스 7 & 9
47평의 협소한 코너 부지를 활용한 써드플레이스7의 곡선 창 외관을 확인한 후, 골조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써드플레이스9 현장으로 이동했다. 대지면적 90평 규모의 이 프로젝트는 엘리베이터를 도입하며 이전 차수보다 규모를 확장했다.
1층에는 운영 관리 주체가 직접 관리하는 상업 공간(카페)이 배치된다. 이는 심야 시간대 골목길을 밝히는 가로등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위층 주거 세대와의 서비스 연계를 도모하는 장치다. 인접한 라운지는 운동 시설로 기획해 입주민 외에 외부 이용객에게 유료로 개방된다. 외부 개방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을 건물 전체의 관리비로 귀속시켜 공용 공간 유지 관리비의 자립성을 확보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실험 중이다.


4층과 5층은 복층형 구조다. 단일 세대 내에서 남향과 북향의 서로 다른 조도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도록 공간을 입체적으로 엮었다. 특히 천장의 경사각을 정밀하게 조정해 시간대별 입사광의 위치를 제어하는 천창 설계와 반사광을 증폭시키는 내부 마감 계획 등은 한정된 볼륨 내에서 주거 환경의 질을 균일하게 분배하려는 건축적 해법을 보여준다.

대안적 주거의 현실적인 지속 가능성: 써드플레이스의 비즈니스 모델
마지막 답사지인 써드플레이스2의 모델하우스(약 13평)는 향후 전개될 소형 주택 및 노년 주거의 인테리어 표준을 제시하는 공간이다. 침상 하부 전체를 수납공간으로 활용하고 가변형 슬라이딩 도어를 통해 거실과 침실을 구획하는 등 공간 효율성을 극대화한 평면이 적용되었다.
이 자리에서는 대안 주거 확산의 가장 큰 임계점인 시공비와 금융 조율 방식에 대한 논의가 다뤄졌다. 기성 시장의 일반적인 다세대·다가구 주택 공급 방식과 비교했을 때, 써드플레이스는 일반 빌라 시장의 평균 시공 단가보다 소폭 높은 수준에서 초기 비용을 통제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협업해 온 복수의 시공사를 통해 경쟁 입찰을 진행함으로써 품질과 단가의 균형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초기 기획과 공용 공간 설계에 비용을 약간 더 투자하더라도 신속한 임대차 계약과 낮은 공실률을 통해 장기적인 자산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금융 규제가 강화된 시장 환경 속에서 소규모 주택 프로젝트가 맞닥뜨리는 자금 조달 장벽에 대한 해법도 논의됐다. 써드플레이스가 지난 10년간 축적한 시행 실적(Track Record)을 바탕으로 협력 금융기관과의 신뢰 관계를 구축, 안정적인 모기지 대출 구조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정 수준의 초기 자본만 확보되면 계획된 총 세대 수를 미리 다 채우지 않더라도 뜻이 맞는 최소 인원만으로 프로젝트 착수가 가능하다는 실무적 구조는 대안 주거의 실현 가능성을 한 단계 높인다.
“내가 살고 있는 일산 백석역 인근 노후 빌라 블록을 기반으로 저층 상가와 상층 주거가 결합된 모델이 실제로 구현 가능한지, 신축과 리모델링 중 무엇이 적합한지 실질적인 사업성을 파악하고 싶다. 또한 동네의 청년 네트워크(서점, 카페, 주점 등)와 연계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단단히 뿌리내릴 수 있는 구체적인 플랜이 그려진다면 주변 이웃들을 직접 설득해 함께 판을 짜보고 싶다.”
-참가자 김〇〇 씨

10년의 시간이 증명한 골목의 가치
기존의 도시 조직을 전면 철거하고 대규모로 공급하는 아파트 단지나 대형 개발 방식과 써드플레이스의 접근은 궤를 달리한다. 오래된 골목의 시간성과 지형적 특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낡은 필지를 찾아내 소규모로 공동 주택을 세우는 방식, 그리고 그 공동 주택의 생활권을 연결하고, 가로변 동네와 중간 공간을 공유하는 방식이 이들이 지켜온 정체성이다.
써드플레이스의 주거 실험은 표준화된 효율성과 극대화된 마진을 추구하는 거대 자본의 공급 방식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척박한 도심 환경 속에서 평범한 개인들이 어떻게 주거 환경의 주도권을 쥐고 공존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물리적·재정적 이정표 중 하나를 제시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최종 피드백 및 주거 가치관 매칭 조사에서 “내 삶을 담아줄 대안적 주거를 찾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다른 이들을 만나게 돼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고, 또 “막연한 담론을 넘어 입지 선정과 자금 조달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계획을 함께 시도해보고 싶다”고 답했다.

프로그램.
[브리크 세션] 혼자면 상상, 함께면 일상, 살다 보면 문화
예산의 한계를 기획의 힘으로 돌파하는 ‘써드플레이스’의 주거 솔루션
일정.
[Step 01] 사전 모임 : 2026년 6월 2일(화) 19:30
| 나의 주거 욕망을 끄집어내는 가치관 워크숍 (장소: 에이라운드 건축 1층 ‘플로어 망원’)
[Step 02] 인사이트 토크 : 2026년 6월 9일(화) 19:30
| 공동체 주택의 기획과 비즈니스·금융 시스템 (장소: 에이라운드 건축 1층 ‘플로어 망원’)
[Step 03] 인사이트 트립 : 2026년 6월 13일(토) 10:00
| 서대문구 홍은동 일대 써드플레이스 현장 및 신축 샘플하우스 최초 공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