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사진. 김태진 자료. 에이라운드 건축
6년 전, 브리크 과월호에 한 공동주택의 이야기가 소개된 적이 있었습니다. 30대 중반의 여섯 친구가 의기투합해 184㎡ 대지 위에 올린 5층 규모의 공동주택이었습니다. 그 주택은 많은 사람들이 꿈꾸던 주거의 낭만을 현실로 옮겨낸 시도이자, 건축가가 공동체 주택을 직접 기획할 수 있다는 도전의 근거가 됐습니다.
시간이 흘러 그 시도는 가능성과 실험, 그리고 또 다른 비즈니스의 모습으로 진화하고 확장되었습니다. 에이라운드 건축의 박창현 소장은 그 중심에서 ‘써드플레이스’라는 플랫폼을 통해 양질의 주거와 도시, 그리고 커뮤니티의 관계를 탐구해 왔습니다. 홍은동과 신림, 논현을 잇는 임대형 모델은 그 치열한 실험의 결과물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랜 운영 끝에 마주한 ‘임대’라는 필연적 한계는 그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졌습니다.
“가진 예산을 모아 함께 짓는다면, 사용자는 양질의 주거 모델과 지속가능한 커뮤니티를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이번 인터뷰는 박창현 소장과 오는 6월 9일 함께 할 ‘브리크 세션’을 앞두고 진행했습니다. 자리에서 세션을 여는 이유와 지난 10년간 쌓아온 주거 기획의 노하우를 들어보았습니다. 나아가 제 설계를 염두에 둔 이들에게 ‘건축주’라는 가까운 미래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제시할 지 들어보았습니다.

써드플레이스는 흔히 공동체 주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장에서 실험하며 새롭게 발견한 사실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운영하면서 깨달은 건, 공동체는 누군가 한 사람의 의도로 만들어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모두가 끈끈하게 지낼 필요도 없다는 사실이에요. 예컨대 ‘써드플레이스 6’은 입주자들끼리 프로그램을 구성해 구청 지원사업까지 따낼 정도로 결속력이 강하고 심지어 자주 모여 놉니다. 반면 ‘써드플레이스 7’은 서로 간섭하지 않고 각자의 양질의 공간을 조용히 즐기는 데 만족하죠.
흥미로운 건 두 곳 모두 주거에 대한 만족도 평가를 하면 점수가 높게 나온다는 점입니다. 조사 결과들을 보며 그동안 우리가 ‘공동체’라는 단어의 틀에 너무 갇혀 있었던 것은 아닌가 반성하게 됐어요. 중요한 것은 강요된 관계가 아니라, 개인이 원하는 공간을 주체적으로 구현하는 경험이 먼저라는 거죠.
함께 살다보면 먼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꺼내놓다보면 구성원과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 상황이 자연스럽게 찾아와요. 그때 형성되는 ‘느슨한 연대’가 훨씬 건강하고 편안하다고 생각합니다.

써드플레이스가 동네와 관계 맺는 방식도 독특합니다. 건물이 길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어 동네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데, 무슨 뜻인가요?
써드플레이스는 설계 단계부터 의식적으로 동네에 무엇을 내어줄지 고민합니다. 가로와 닿는 면에 공용 공간을 늘리고, 가로를 향해 조명을 하나 더 밝히는 것만으로도 골목길의 안전이 완전히 달라지니까요.
저는 서울시에서 정책적으로 진행했던 ‘보차 분리’나 ‘담장 허물기’ 사업이 훌륭한 선례였다고 생각해요. 당시 지원금을 주면서 집집마다 담장을 없애고 내부의 지저분한 마당을 싹 정리해 줬는데, 그게 골목길에 알게모르게 큰 영향력을 미쳤거든요. 도로는 좁은데 높은 담장까지 서 있으면 길 전체가 답답하고 차 한 대 지나가기도 버겁지만, 담장을 허무는 순간 사적 영역이 시각적으로 오픈되면서 동네 전체가 훨씬 여유로워졌죠.
여기에 아주 유용한 제도적 혜택도 활용할 수 있어요. 예컨대 건축 계획 시 주차장 한 면을 공유 자동차 전용 구역으로 지정하면 ‘법적 주차 대수 완화’ 혜택을 받을 수 있어요. 서울 도심 집짓기에서 가장 까다로운 주거 규제가 바로 주차장 확보인데 이 규제가 완화되면 주차장으로 써야 했던 아까운 땅을 세이브할 수 있죠. 그렇게 확보한 여유 공간으로 내가 살 집의 면적을 더 넓히거나 동네와 만나는 전면 마당을 오픈해 조경과 의자(스트리트 퍼니처)를 놓을 수도 있어요.
이런 고민을 하는 집들이 동네에 서너 곳만 모여도, 동네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주거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혼자 짓는 것보다 ‘함께’ 짓는 것이 왜 더 나은 선택인가요? 현실적인 이점이 궁금합니다.
나에게 필요한 공간이 크지 않아도 괜찮다면 서울에서 혼자 땅을 사고 집을 짓는 건 비용적으로 비효율적입니다. 정작 도심의 작은 땅들은 평당 단가가 훨씬 높기 때문에 혼자 힘으로는 집짓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죠.
하지만 함께 지으면 땅에 대한 비용 부담을 나누면서도 내가 투입한 지분만큼 정확히 내 면적을 가질 수 있어요. 결국 백지장도 맞들 듯 예산을 모으는 것이 새로운 해법이 아닐까요. 땅값의 부담을 나누고 건물의 규모를 키우면 전체적인 건축 단가는 떨어지고 공간의 질은 올릴 수 있습니다. 혼자서는 절대 불가능했던 천창이나 넓은 주방, 박공지붕, 옥상 정원이 함께라면 현실이 될수 있죠. 내가 채광을 포기 못 한다면 윗층을 써서 큰 창을 내는 대신, 다른 영역을 상대에게 기꺼이 양보하는 식의 지혜로운 조율도 가능합니다.
그런데 여러 명이 모여 짓게되면 의견 충돌이 잦을 텐데요. 이 복잡한 교통정리는 누가 하나요?
여기서 건축가의 역할이 달라져야 해요. 단순히 도면만 그리는 설계자를 넘어 시스템의 설계자이자 조율자가 되어야 하죠. 구성원들이 각자 주거에서 원하는 모든 욕망을 테이블 위에 펼쳐놓으면 건축가는 이를 실현 가능한 방식으로 조율하는 일을 함께 해야 해요. 누군가 양보하면 제3자인 건축가가 전체적인 밸런스를 보고 다른 이점을 제안하며 균형을 잡는 방식이 필요하죠. 나를 위해 누군가 기꺼이 양보했다는 것을 알면 나 역시 양보할 준비가 됩니다. 이런 의지를 공유한 사람들이 모인다면, 집짓기는 고통이 아니라 즐거운 과정이 될 수 있죠.

집을 지으려면 자금 계획이나 준공 이후의 유지보수, 운영관리 시스템도 갖춰져야 해요.
결국 집을 짓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법인을 꾸릴 것인지 개별 소유를 유지할지에 대해 충분히 논의해두어야 해요. 그에 따라 명확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죠.
법인을 세워서 공동 대출을 받으면 금융 조율은 수월하지만 누군가 매달 이자나 관리비를 연체했을 때의 페널티를 아주 구체적이고 엄격하게 짜야 합니다. 반대로 개인 명의로 각자 대출을 일으키면 자기 돈 자기가 갚으니 정산은 깔끔하지만 장기적인 운영적 결속력은 약해질 수 있죠. 영리 법인이든, 협동조합이든 우리 상황에 맞는 관리 주체를 명확히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장기수선충당금’인데요. 소규모 빌라나 다세대 주택은 공동의 수선 자금이 없어 살다가 갑자기 비가 새거나 외벽 페인트를 칠해야 할 때 분란이 생기곤 해요. 야마모토 리켄 소장과 개인적으로 이야기할 때 그가 중요한 힌트를 주었는데요, 집을 처음 분양하거나 정산할 때 총공사비 외에 초기 장기수선충당금 비용을 미리 일정 부분 포함시켜 적립해두는 구조를 짜는 것이죠. 시작 단계부터 사후 관리 시스템까지 예산 기획에 넣어야 비로소 지속 가능할 수 있어요.

야마모토 리켄의 저서 ‘탈주택’을 감수하셨는데, 지금의 서울에도 그 이론이 유효할까요?
그의 업적과 책의 통찰은 훌륭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책의 내용을 수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모든 책은 비판적으로 읽어야 합니다. 예컨대 ‘탈주택’에서 말하는 ‘이웃’의 개념이 2026년 서울의 청년들에게도 맞는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어요. 지금의 이웃은 옛날처럼 음식을 나눠 먹는 정겨운 사이가 아니죠. 하지만 이웃의 완전한 분절로 인해 고립이나 고독사 같은 사회적 문제가 심각해진 것도 사실이죠.
결국 ‘내가 원치 않아도 우연히 만나게 되는 이웃’이라는 존재를 어떤 거리감으로 받아들일 것인가가 미래 주거의 핵심이에요. 미국 철학자 리처드 로티Richard Rorty의 말처럼 인생은 우연의 연속입니다. 우연히 만난 이웃들과 주거의 지향점을 맞춰가는 경험 그 자체가 우리 삶에 엄청난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세션에서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번 ‘브리크 세션’에서 참가자들이 가져갈 가장 실질적인 힌트는 무엇인가요?
좋은 사진으로만 봤던 공간을 실제로 구현할 방법이 있다는 확신이죠. 막연하게 꿈만 꾸던 예비 건축주들에게 각종 규제에 대한 대응이나 자금 조달법,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공간으로 엮어내는 기술’을 공유할 예정입니다.
서울에서 자기가 살 집을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하는 경험을 한 사람은 정말 소수일 거예요. 우리는 늘 남이 지어놓은 틀 안에 자신을 맞춰왔죠 이제는 그 주도권을 되찾아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어렵고 현학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정말 내 삶에 필요한 솔루션을 함께 찾고 싶은 분들이 오셨으면 좋겠어요.

프로그램.
[브리크 세션] 혼자면 상상, 함께면 일상, 살다 보면 문화
예산의 한계를 기획의 힘으로 돌파하는 ‘써드플레이스’의 주거 솔루션
일정.
[Step 01] 사전 모임 : 2026년 6월 2일(화) 19:30
| 나의 주거 욕망을 끄집어내는 가치관 워크숍 (장소: 에이라운드 건축 1층 ‘플로어 망원’)
[Step 02] 인사이트 토크 : 2026년 6월 9일(화) 19:30
| 공동체 주택의 기획과 비즈니스·금융 시스템 (장소: 에이라운드 건축 1층 ‘플로어 망원’)
[Step 03] 인사이트 트립 : 2026년 6월 13일(토) 10:00
| 서대문구 홍은동 일대 써드플레이스 현장 및 신축 샘플하우스 최초 공개
참가 비용.
▶ 사전 모임 & 인사이트 토크
일반: 30,000원 / 브리크 멤버십 회원: 10,000원
▶ 인사이트 트립 (*선착순 10명)
일반 / 멤버십 공통: 70,000원
▶ 얼리버드 통합 패키지 (사전모임 + 토크 + 트립)
일반: 85,000원 / 멤버십: 75,000원
참가 신청.
▶ 브리크 세션 신청하기
웹사이트.
▶ 써드플레이스 공식 홈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