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도 ‘꿀벌 벽돌’ 한 장 쌓아보는 것 어때요?

[Zoom] ‘그린&블루 디자인 스튜디오’가 디자인한 친환경 벽돌 이야기
©Green & Blue Desgin Studio
글. 김태진 자료. Green&Blue Design Studio

 

꿀벌에게도 집을 지어주는 배려

만약 꿀벌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꿀벌의 개체 수 감소가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생태계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는 사실은 한 번쯤 접해본 이야기일 것이다. 꿀벌은 국내에서 가축으로 지정된 곤충으로, 인간의 삶에 밀착돼 있으며 생태계 관점에서 보더라도 식물의 생식을 돕는 순환 고리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없어서는 안 될 곤충으로 평가 받고 있다.

최근 이상 기후로 인해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꿀벌 개체 수 감소가 문제 되는 가운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영국 콘월Cornwall에 본사를 둔 건축디자이너 그룹 ‘그린&블루 디자인 스튜디오Green & Blue Design Studio(이하 그린&블루)’가 꿀벌을 위한 꿀벌 벽돌을 개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벽돌은 꿀벌의 활동을 돕는 동시에 정원의 미감을 해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꿀벌 벽돌을 개발한 그린&블루는 유명 전자제품 기업 다이슨의 디자이너 출신 게빈 크리스트먼Gavin Christman과 그의 아내 케이트Kate가 2005년 공동 설립했다. 이들은 콘월 인근의 개발 지역에 새를 위한 주택과 박쥐, 제비를 위한 벽돌 등 지속적으로 자연 순환의 관점에서 건축 재료를 개발, 디자인해 왔다.

 

‘그린&블루 디자인 스튜디오’ 임직원들 ©Green&Blue Design Studio

 

설치 방법은 어떻게 될까?

꿀벌 벽돌은 콘웰 지역에 서식하는 ‘독거성 벌(a solitary bee)’을 위해 개발됐다. 이들은 보통의 꿀벌과 달리 군집을 이루지 않고 단독 생활을 하는데, 군집을 이루는 꿀벌과 마찬가지로 야생화와 식량 작물의 수분을 담당한다. 다만 꿀을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보호 대상에서 배제는 경향이 있다. 그린&블루는 이 점에 주목하여 꿀벌 벽돌을 디자인했다.

꿀벌 벽돌은 일반 벽돌과 동일한 크기로 설계돼 벽에 쉽게 설치할 수 있다. 또한 지속 가능한 재료로 제작되었으며, 재료의 75%는 지역 기반의 점토 회사 ‘코니시 차이나 클레이Cornish China Clay Industry’의 폐기물을 재활용했다. 꿀벌 벽돌은 결과적으로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고 생물 다양성을 촉진하는 데 기여하며, 사용자의 생활 공간에 자연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린&블루에 따르면 꿀벌 벽돌은 독거성 꿀벌의 서식 조건에 맞게 강한 바람으로부터 보호되고 햇볕이 잘 드는 장소에 설치해야 하며, 따뜻하고 건조한 환경에 설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울러 벽돌 근처에 다양한 토종 꽃과 꽃 허브 심기를 권장하고 있다.

 

©Green&Blue Design Studio

 

우리는 꽃이 있고 다른 생명체와 함께 사는 터전을 디자인하고 싶습니다. 자연계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인식이 커지는 상황에서 솔루션을 제안하는 디자이너가 되려고요. 지구와 사람들에게 미칠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을 살펴보는 것은 미래에 대한 우리 비전입니다. – Green&Blue Design Studio

 

©Green&Blue Design Studio
©Green&Blue Design Studio

 

국내에서는 어떤 활동이 이뤄지고 있을까?

국내에서는 꿀벌의 천적인 말벌이나 오소리 등의 침투를 막거나, AI 원격 제어를 통한 자동 사양기와 자동 급수기, 온습도 조절 장치 등을 중심으로 관련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또한 대기업과 지역자치단체를 중심으로 건물 옥상의 벌집을 설치하는 등 가능한 방식의 ‘도시 양봉’이 확산되는 추세다. 서울시의 경우 2012년부터 시청 옥상에서 양봉을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자연의 순환고리를 생각하기보다 양봉 업계를 위한 기술 개발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린&블루 디자인 스튜디오’의 꿀벌 벽돌은 여왕벌을 중심으로 군집을 이루며 서식하는 국내 꿀벌의 실정에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 군집을 이루는 벌은 군락을 지키기 위해 다가오는 개체를 공격하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 상황에 맞는 디자인이 제시된다면 더욱 더 다양한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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