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사진. 김선동 에디터. 김태진
[김선동의 리모델링 체크리스트] 새롭게 선보이는 연재는 ‘글 쓰는 건축가’라는 필명으로 활동 중인 김선동 오픈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 대표가 지난 15년간 쌓아온 건축 리모델링 분야의 생생한 경험과 통찰을 담습니다.
최근 건축업계는 불경기를 넘어 ‘무경기’라 불릴 만큼 매서운 한파를 겪고 있지만, 필자는 이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돌파구로 ‘리모델링’을 제안합니다. 신축에 비해 저렴한 비용과 짧은 공기, 법적 기득권까지 두루 갖춘 리모델링의 실전 매력을 전문가의 친근한 시선으로 담아냈습니다.
이 연재가 어렵고 두렵게만 느껴지는 건축 리모델링 과정에 독자 여러분이 좀 더 쉽게 다가가고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돕기를 기대합니다. 나아가 획일화된 공급 방식에 맞서 개인이 스스로 삶의 주권을 건강하게 회복하는 대안으로서 리모델링의 가치를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글 싣는 순서.
① 건축 무경기 시대의 돌파구, 리모델링 어때요? – 성수동 리모델링 프로젝트: 초반 프로세스
② 도면 뒤에 숨은 건물의 민낯을 마주하다 – 성수동 리모델링 프로젝트: 실측과 측량 과정에 대해서
③ 외부 계단, 해체 신고, 그리고 담당 공무원 설득하기 — 성수동 리모델링 프로젝트: 디자인과 인허가 과정
④ 저렴한 시공사가 위험한 이유 — 성수동 리모델링 프로젝트: 시공사 선정과 공사 과정

시공사 선정, 신뢰가 곧 비용이다
인허가와 함께 시공사 선정도 진행했다. 시공사 선정 및 계약은 모든 건축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공사를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시공사를 선정하기란 상당히 어렵다. 유명 건축가의 건물을 지은 이름 있는 시공사가 좋다는 사실쯤은 누구나 알고 있다. 문제는 이런 시공사의 견적 금액이 비싸다는 데 있다. 자재를 동일 제품으로 지정하고 같은 설계도서로 같은 규모의 건물을 지어달라고 요구하는데도 시공사마다 작게는 몇천, 많게는 2~3억이 넘는 금액 차이가 나곤 한다. 이 차이는 시공사가 보유한 기술자의 수준과 전체적인 회사 인력 규모 등이 반영된 결과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억 단위가 넘어가는 금액 차이는 건축주가 쉽게 감당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해도 싼 가격에 혹해서 저가의 시공사와 쉽게 계약해서는 안 된다. 특히 건축주가 가용 금액에 역으로 맞춘 견적가를 들고 와서 ‘뭐든지 된다’고 말하는 시공사와 계약하는 일은 절대로 피해야 한다.
일단 계약을 해서 공사에 착수하게 되면 그 시공사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계약을 파기하기는 어렵다. 설사 파기하더라도 이어받아 마무리해줄 시공사를 찾기는 더더욱 어렵다. 이런 상황을 이용해서 일부 시공사는 ‘일단 일을 따고 보자’는 태도로 저가 수주를 하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추가 공사금을 요구하거나 심지어는 공사 현장을 버리고 달아나 버리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이런 상황이 되면 건축주는 보증보험이나 소송 등을 통해 일부 금액을 보전받더라도 기간이나 금액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입게 된다. 마냥 비싼 금액을 내고 좋은 시공사를 선정하기도 부담스럽기 때문에, 품질을 떨어뜨리지 않는 선에서 공사를 끝까지 책임지고 해줄 만한 ‘가성비 높은’ 시공사를 선정해야 한다. 그 과정이 무척 어렵기 때문에 경험있는 건축가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견적을 요청했던 시공사 중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한 곳을 선정해 비교적 안전하게 진행한 사례였다.

착공신고와 철거, 가장 위태로운 순간
지난했던 설계와 인허가, 시공사 선정 과정을 거쳐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다. 인허가를 받았다고 곧바로 공사에 들어갈 수는 없다. 착공신고라는 또 하나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인허가는 설계 계획의 합법성을 점검받는 절차이고, 착공신고는 공사를 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점검받는 절차이다. 시공사와 관련된 서류와 계약서, 감리자의 계약서 등이 첨부되어야 한다. 따라서 시공사 및 감리자가 선정되어야만 착공신고를 진행할 수 있다.
리모델링, 대수선 공사는 기존 건물의 철거와 함께 시작된다. 1980~90년대 건물은 바닥 마감을 두껍게 치는 경우가 많다. 콘크리트 골조까지 긁어내면 20cm 이상을 걷어내야 할 때도 있다. 게다가 이번 프로젝트는 증축을 동반했기 때문에 지하층 바닥을 걷어내고 새로운 골조를 위한 기초까지 다시 만들어야 했다. 여기에 창호를 추가로 설치하기 위해 벽체 일부까지 걷어내야 했다.

기존 건물은 연와조(벽돌) 구조라 안전성이 그다지 높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근린생활시설을 위한 넓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중간의 칸막이 벽을 털어내고, 기둥을 상부까지 연장하기 위해 슬라브 군데군데 기둥 자리를 도려내고, 돌출된 화장실 부분을 사선 형태로 만들기 위해 일부를 철거하는 등 원하는 건물 형태를 얻고자 기존 건물을 여러 방식으로 깎아낼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H빔으로 본격적인 보강을 하기 전 단계의 안전성이 가장 떨어지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임시로 하중을 지탱하는 가설 기둥, 즉 잭 서포트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최근 철거공사 중 벌어진 많은 사고가 결국 원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했다. 그중에서도 잭 서포트를 충분히 설치하지 않아 벌어진 사고가 많다. 구조기술사가 계산·설계해주는 수량과 위치대로 잭 서포트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일부 시공사는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을 아까워해서 개수를 줄이거나 표준 시공 방식을 따르지 않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최악의 경우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매 층 잭 서포트만큼은 반드시 원칙대로 챙겨야 한다.
철거 이후 H빔으로 내부를 보강하며 뼈대를 만들어가자 가장 위태로운 시점은 넘겼다. 골조 이후 창호 및 벽체, 계단 및 난간, 외부 마감 순서로 공사가 진행되었고, 혹한기 등으로 다소 지연되기는 했지만 무사히 공사를 마치고 사용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공사장 밖에서도 계속되는 싸움, 안전과 민원
리모델링 공사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아무래도 앞서 언급한 안전 문제와 주변 민원이다. 주변 건물과 다닥다닥 붙어 있는 구도심에서는 민원 문제가 특히 심각하다. 소음과 분진 등 각종 구실을 붙여 시빗거리를 만들고 돈을 요구하는 사례가 상당히 많다. 오래된 구도심일수록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황당한 이야기를 하는 분들도 많은 편이다. 공사 초반부터 최대한 자주 주변 사람들을 만나면서 잘 관리하는 것 외에 특별한 해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현장소장의 많은 경험이 필요한 지점이기도 하다.
김선동 Seondong Kim
연세대학교 건축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정림건축과 이데아키텍츠에서 실무를 익혔다. 2021년에 오픈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하고 건축가와 건축주, 시공사가 함께하는 좋은 건축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실천하며 작업에 임하고 있다. ‘글쓰는 건축가’라는 필명으로 블로그와 브런치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건축가의 습관’이라는 책을 펴내는 등 저술과 강연 활동 또한 활발히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