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지아 자료. 가나아트
‘실의 작가’ 시오타 치하루의 개인전이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2020년 ‘우리 사이Between Us’ 이후 가나아트에서 2년 만에 열리는 작가의 개인전이다.
실을 엮는 작업으로 잘 알려진 시오타는 기억을 상기하는 소재를 활용해 존재와 내면에 대한 탐구를 지속해 왔다. 어린 시절 할머니의 무덤에서 느낀 공포, 이웃집에서 일어난 화재의 기억, 두 번의 암 투병으로 겪은 죽음에 대한 경험까지, 그의 작업에는 삶과 죽음에 대한 짙은 이미지가 투영돼 있다.
붉은 실을 주로 활용한 이전 작품이 존재와 관계에 대한 은유였다면, 흰 실로 공간을 가득 메운 이번 설치작 ‘인 메모리In Memory’는 제목 그대로 ‘기억’을 주제로 한다. 기억은 개인을 실존하게 하고, 우리를 현존하게 하는 삶의 일부다. 하얀색 실 사이 전시장 중앙에 놓인 흰 배와 흰옷은 기억의 바다에서 헤매는 인간 존재를 상징한다. 배는 기억을 부유하는 오브제로, 옷은 두 번째 피부와도 같은 존재의 연장으로 표현됐다.
“나에게 기억이 없다면, 나라는 존재를 설명할 수 있을까? 어떻게 내가 나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나는 기억과 죽음, 그리고 인간의 존재에 대해 생각한다. 큰 배 위에 얹힌 옷의 외피와 같이, 우리는 기억의 바다에서 영원히 방황하고 있다.” – 시오타 치하루
특히 작가가 이번 작업의 소재로 삼은 흰 실은 소설가 한강의 작품 ‘흰’(2016)에서 왔다. ‘흰’은 흰 이미지를 가진 사물을 통해 삶과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를 전개해 가는 소설이다. 죽음을 의미하기도, 동시에 삶이 배어 있기도 한 흰색은 그 자체로 존재와 기억을 역설한다.
이번 전시는 실을 활용한 설치 작업뿐 아니라 회화, 드로잉, 조각 등 작가의 세계를 총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 기억을 통해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인 메모리In Memory’ 전시는 8월 21일까지 열린다.
전시명.
시오타 치하루 개인전 ‘인 메모리In Memory’
일시.
2022년 7월 15일(금) ~ 8월 21일(일)
장소.
가나아트센터(서울 종로구 평창30길 28)
출품 작품.
조각 16점, 평면 38점, 설치 1점 총 55점
운영 시간.
화~일 오전 10시 ~ 오후 7시(월 휴무)
관람료.
성인 3,000원
홈페이지.
www.ganaa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