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실로 엮은 기억의 세계, 시오타 치하루 개인전 ‘인 메모리In Memory’

에디터. 김지아  자료. 가나아트

 

‘실의 작가’ 시오타 치하루의 개인전이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2020년 ‘우리 사이Between Us’ 이후 가나아트에서 2년 만에 열리는 작가의 개인전이다.

실을 엮는 작업으로 잘 알려진 시오타는 기억을 상기하는 소재를 활용해 존재와 내면에 대한 탐구를 지속해 왔다. 어린 시절 할머니의 무덤에서 느낀 공포, 이웃집에서 일어난 화재의 기억, 두 번의 암 투병으로 겪은 죽음에 대한 경험까지, 그의 작업에는 삶과 죽음에 대한 짙은 이미지가 투영돼 있다.

 

Shiota Chiharu In Memory, 2022 Dresss, wood boat, paper and thread, Overall dimensions variable <사진 제공 = 가나아트>

 

붉은 실을 주로 활용한 이전 작품이 존재와 관계에 대한 은유였다면, 흰 실로 공간을 가득 메운 이번 설치작 ‘인 메모리In Memory’는 제목 그대로 ‘기억’을 주제로 한다. 기억은 개인을 실존하게 하고, 우리를 현존하게 하는 삶의 일부다. 하얀색 실 사이 전시장 중앙에 놓인 흰 배와 흰옷은 기억의 바다에서 헤매는 인간 존재를 상징한다. 배는 기억을 부유하는 오브제로, 옷은 두 번째 피부와도 같은 존재의 연장으로 표현됐다.

 

Shiota Chiharu In Memory, 2022 Dresss, wood boat, paper and thread, Overall dimensions variable <사진 제공 = 가나아트>

 

“나에게 기억이 없다면, 나라는 존재를 설명할 수 있을까? 어떻게 내가 나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나는 기억과 죽음, 그리고 인간의 존재에 대해 생각한다. 큰 배 위에 얹힌 옷의 외피와 같이, 우리는 기억의 바다에서 영원히 방황하고 있다.” – 시오타 치하루

 

특히 작가가 이번 작업의 소재로 삼은 흰 실은 소설가 한강의 작품 ‘흰’(2016)에서 왔다. ‘흰’은 흰 이미지를 가진 사물을 통해 삶과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를 전개해 가는 소설이다. 죽음을 의미하기도, 동시에 삶이 배어 있기도 한 흰색은 그 자체로 존재와 기억을 역설한다.

 

Shiota Chiharu, State of Being (Window, Letter) 2022 Metal frame, window, lette, thread 80 x 45 x 45 cm 31.5 x 17.7 x 17.7 in <사진 제공 = 가나아트>

 

이번 전시는 실을 활용한 설치 작업뿐 아니라 회화, 드로잉, 조각 등 작가의 세계를 총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 기억을 통해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인 메모리In Memory’ 전시는 8월 21일까지 열린다.

 


전시명.
시오타 치하루 개인전 ‘인 메모리In Memory’

일시.
2022년 7월 15일(금) ~ 8월 21일(일)

장소.
가나아트센터(서울 종로구 평창30길 28)

출품 작품.
조각 16점, 평면 38점, 설치 1점 총 55점

운영 시간.
화~일 오전 10시 ~ 오후 7시(월 휴무)

관람료.
성인 3,000원

홈페이지.
www.gana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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