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지환 학생인턴 글 & 자료. 건축사사무소 무드에이 mood.a ARCHITECTS
팟캐스트를 통한 만남
성북동 회색집은 몇 년 전 또래 건축가들과 진행했던 건축 관련 팟캐스트를 듣고 연락을 주신 분과 인연이 되어 시작되었다. 팟캐스트를 듣고 나만의 집을 갖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건축주는 그 뒤로 땅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성북동에서 한 눈에 반한 땅을 만나게 되었다고 했다.
소유하고 싶은 전망
대지는 차 한 대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좁은 골목과 가파른 경사지로 인해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 들었을 정도로 높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성북동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고 멀리 북한산까지 보이는 멋진 전망을 가진 곳이었다.

1967년에 지어진 주택
대지에는 1967년에 사용승인을 받은 50년이 넘은 오래된 단층 벽돌집이 있었다. 마당과 담장 사이 공간은 불법 증축되어 본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허술하게 겹겹이 증축된 구조물이 집과 대지를 점령하고 있었다. 철거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주택의 본모습과 마당이 너무 좋아 방향을 틀고 싶었으나, 이미 받은 인허가와 일정상 그 계획은 마음속에 두어야 했다.
신축에서 증축으로 변경
처음엔 신축을 기준으로 계획안을 진행하였으나, 협소한 도로와 경사 때문에 레미콘 차량 진입이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방향은 증축으로 변경되었다. 여러 가지 구조 검토 끝에 현장 여건을 고려하여 1층은 철골조 보강, 2층은 경량목 구조로 결정되었다.
지적상 대지면적은 109㎡이지만 이마저도 전면부의 10m 높이 석축 경사로 인해 1.5m 정도는 사용이 불가능하고 매우 오래된 석축으로 건물을 최대한 이격해야 했다. 증축 행위를 위한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건물로, 현재는 없는 주차장 설치와 대지 내 공지 기준을 현행 법규에 맞춰야 한다. 이렇게 잘려 나가는 부분을 제외하면 쓸 수 있는 대지면적은 대략 64㎡(약 19.4평)이다. 최종적으로 건축면적은 41.62㎡(약 12.5평) 연면적은 77.42㎡(약 23.4평)의 2층으로 계획되었다.
오래된 주택과의 짧은 만남
오래된 주택의 리모델링은 건축가에게 있어 참으로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오랜 시간 동안 그곳에서 그 안의 사람과 함께 지내온 건물에 대한 존중, 이를 꺼내어 새롭게 만들어지는 공간과의 조화에 대한 고민은 의미 있는 건축적 작업이기 때문이다. 오래된 재료가 만들어내는 공간의 분위기는 그 시간만으로도 깊이와 안정감, 따뜻함을 전달하는 것 같다.
증축으로 방향이 변경되었을 때 이러한 기대를 했으나, 협소한 대지와 현행법규에 맞춘 인허가 과정이라는 두 가지 문제로 인해 기존건물 상당 부분은 철거되어야 했다. 아쉽지만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철거 전에 발견하지 못한 옛집의 모습도 많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나마 옛집의 기억을 가져갈 수 있었던 것은 나무 거푸집 무늬가 그대로 남아있는 지붕 슬래브였다.
거친 재료가 만들어내는 혼자만의 공간
건축주는 방의 수 등 물리적인 요구 사항보다는 작지만 조용한 혼자만의 공간을 요청했고, 건축가의 제안에 대해 깊은 존중과 이해를 보여줘 지금까지 만난 건축주 중에 가장 인상에 남는 이였다. 오래된 주택을 리모델링해서 사무실로 쓰고 있었고, 주로 설계 미팅은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당시 거친 느낌의 벽돌, 시멘트가 만들어내는 사무실의 분위기를 좋아했고, 그 느낌을 집을 지을 때에도 적용하게 되었다.
1층엔 거실, 주방, 화장실, 드레스룸, 전면마당으로 계획되었고, 2층엔 서재와 작은 서가, 침실, 화장실, 테라스를 두었다.
성북동 주택은 일반적인 주택에서 쓰는 마루, 벽지, 페인트 등의 재료가 아닌, 에폭시 바닥, 시멘트 블록, 콘크리트 계단판, 콘크리트 주방가구 등을 사용했다. 천장등 대신 조도가 낮은 벽등이 설치되었다. 집 전체가 단일한 무채색 톤이면 좋겠다는 건축주의 의견을 누구보다 반긴 사람은 건축가였다.
소음과 시선에서 벗어난 집
소음과 시선에서 벗어난 집을 요청했던 건축주의 요구사항대로 성북동 회색집은 골목길로는 작은 창 하나를 내고 완전히 닫힌 형태로 계획되었다. 대신, 아무런 시선의 제약이 없는 전면으로는 완전히 열어 테라스를 두었다.
대지의 경사를 따라 지붕을 계획하고 높은 층고를 확보했다. 테라스는 경사의 지붕 일부가 내려와 삼각형의 지붕을 만들어 1층과는 다른 전망을 담아내길 기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