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지환 학생 인턴 글 & 자료. 아뜰리에 준 Atelier Jun
대지는 서울시 동작구 보라매공원 옆 신대방동에 있었다. 186㎡의 작은 면적에 모양새는 오각형(가각전제로 인해 실제로는 육각형)으로 다세대주택을 짓기에는 불리한 조건을 갖고 있었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우선 최대한 면적을 확보해야 했다.
이미 다른 건축가들을 통해 몇 번의 설계안을 받아본 건축주는 공교롭게도 최대 볼륨을 확보하기 위해 정북일조 사선제한을 따르는 경사면을 가진 사선형 건물을 모두에게서 제안받았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최대 볼륨을 끌어내야한다는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웠지만, 건축주는 사선형 건물 디자인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차별화된 디자인을 해 줄 다른 파트너를 찾았다.
이 집의 설계는 ‘최대 볼륨은 최대 수익’이라는 고정관념에 대한 의문에서부터 시작했다. 사실 우리는 숫자가 주는 객관성을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지만, 데이터상의 면적보다 그 공간이 얼마나 효율적이냐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만약 오각형 땅에 맞게 오각형 건물을 배치한다면 최대 면적을 확보할 수 있으나 이는 수치상으로 의미가 있을 뿐, 예각과 둔각의 내부 공간은 비효율적으로 사용될 수밖에 없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루이스 칸의 작품인 프루흐터 하우스와 리처드 의학 연구동에서 선보인 서브드 공간Served Space과 서번트 공간Servant Space 개념에 영감을 받아 오각형 대지의 각 변에 평행한 다섯 개의 직사각형을 중첩해 배치했다. 침실과 거실과 같은 서브드 공간Served Space을 직각의 공간에 우선 배치하고, 삼각형, 사다리꼴의 중첩된 자투리 공간에 부엌, 화장실, 드레스룸과 같은 서번트 공간Servant Space을 배치함으로 실내 공간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공간의 질이 아닌 양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사선형 건물보다 경사진 부분만큼 전체 볼륨이 작지만, 대신 정북일조 사선이 적용되는 각 층에 옥외 테라스를 가지게 되고, 이 테라스에 옥외 계단을 배치함으로 공용면적을 줄여 그 면적만큼 각 세대의 전용면적을 키울 수 있다.
2분의 1 이상의 개구부를 갖는 벽돌 난간벽을 통해 정북일조사선제한을 넘어선 크기의 볼륨을 갖게 되고, 이로 인해 외형적으로도 사선형 건물보다 더 큰 건물이 된다. 외벽과 일체화된 개구부를 갖는 난간을 위해 벽돌을 사용했고, 그림자를 통해 조형성이 돋보이도록 밝은 색상의 단일 벽돌로 마감했다.
정북일조 사선제한에 의해 계단식으로 set-back 방식으로 된 건물은 흔하지만, 오각형 대지의 각 변에 평행하게 배치된 직육면체들이 방향과 높이를 달리하면서 쌓인 모습은 대지의 악조건이 만들어낸 고유한 모습으로 쉽게 차용하기 어려운 차별화된 조형성을 만든다. 경사가 심한 지역의 고지대에 있는 건물의 입지로 인해 각 층의 테라스에서 주변의 간섭 없이 인접한 보라매공원을 조망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