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석정화 글 & 자료. 구보건축 GUBO Architects
‘아우리움Aurium’은 다양한 식당과 상업시설이 밀집한 삼성동 골목에 자리한다. 이 일대는 끊임없이 쏟아지는 간판과 광고, 각종 기호들로 소란스럽게 채워져 있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아우리움은 잠시 호흡을 고를 수 있는 환기의 순간으로 작동하기를 바랐다. 도시의 소음을 가로막는 동시에 도시와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장치로서 건축을 제안한다.



파사드는 이러한 의도를 담아 오버스케일된 ‘L’자형 석재 벽이 개구부 없이 길과 맞닿도록 계획했다. 무표정한 벽은 도시를 차단하는 듯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내부와 외부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근린생활시설의 1층과 2층은 길의 연장선에 속하는 영역이다. 따라서 건물의 기단부와 2층 데크를 통해 파사드 너머의 풍경을 드러내고 도시의 길과 소통 가능성을 남겨 두었다. 반면 상층부는 트래버틴*으로 마감된 단정한 벽으로 채워 도시와 절제된 태도로 마주한다.
*트래버틴: 석회암 계열의 구멍이 난 밝은 색의 돌.


외장재로 사용된 트래버틴은 600mm 정사각 모듈로 절삭해 거대한 벽면을 균일하게 채운다. 그러나 이러한 반복은 단조로움으로 귀결될 위험이 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3×3 단위마다 오픈조인트** 폭을 달리해 그리드에 이중적인 리듬을 부였다.
**오픈조인트Open Joint: 마감재 사이를 일부러 띄워서 선처럼 보이게 하는 시공 방식.




이러한 단순한 파사드는 대지의 특성에서 비롯된다. 본 부지는 도로에 면한 필지와 이른바 ‘깃발 대지’ 형태의 후면 필지를 합필하여 형성된, 전면은 좁고 싶이는 긴 장방형 구조이다. 이 특성은 건물 내부에 다층적인 레이어를 심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우리는 채광과 환기,순환과 같은 기능적 외피를 트래버틴 벽 뒤편에 배치하고, 그 사이의 공간을 이 건물의 핵심 영역으로 설정했다.




이중 외피 사이에 형성된 공간은 아우리움의 중심이 되는 장소다. 2층 데크가 떠 있는 지점에는 내부의 파티오***를 놓았다. 이는 자연광을 받아들이는 창구이자 사람들의 시선을 수직으로 연결하는 무대가 된다. 파티오를 중심으로 구성한 동선은 의도적으로 드러나 있다. 이는 이용자가 건물 내부를 거닐며 공간의 흐름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한다.
***파티오Patio: 스페인어에서 유래한 말로, 주로 건물 1층에 조성된 안뜰이나 테라스 형태의 야외 휴식 공간.


상부로 갈수록 파티오와 마당의 규모는 점차 작아지지만 수직적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유지된다. 층마다 달라지는 크기와 비례는 입주자에게 개별적인 외부 공간을 제공하는 동시에, 건물 전체 안에서는 공유의 장을 만들어낸다. 이처럼 사이공간은 입주자들 간의 공동체적 경험을 매개하는 핵심적 무대다.
결과적으로 아우리움은 소란한 도시 풍경 속에서 고요한 돌벽으로 드러나며 그 너머에 다층적인 공간 경험을 담아낸다. 거리와 내부, 개인과 공동체, 닫힘과 열림 사이의 긴장을 조율하며 도시 속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