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태진 글 & 자료. 1458 건축사사무소
의뢰
단독주택 생활을 꿈꾸며 찾아오는 대부분의 건축주는 저마다 크고 작은 편견과 건축가 관점에서는 다소 우려스려운 지점을 조금씩 갖고 있다. 하지만 건축주의 걱정거리를 디자인을 통해 해소하고 단독주택의 건축적 특성을 적절히 살린다면 건축가는 거주자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건축주는 은퇴 이후 아파트 생활에서 벗어나 단독주택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자 건축가를 찾아왔다. 건축주는 크게 내 외부 공간의 유기적인 연결과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프라이버시 또한 확보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맥락
부지는 경상남도 양산시 물금읍 증산리에 위치한 ‘서들마을’이라는 택지개발지구에 있다. 일부의 상가주택 블록을 제외하면 대부분 단독주택으로 구성된 택지지구인데, 이제는 대부분의 부지에 건축이 완료되어 겉보기에 어엿한 마을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 택지개발지구의 부지는 채광과 환기, 더불어 단독주택에서 가장 주요한 요소 중 하나인 프라이버시 보호에 대해 취약한 조건을 갖고 있는 편이다. 계획부지 또한 두 면이 8m 도로에 면하고 있어 무엇보다 프라이버시 침해의 문제를 건축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주요 과제였다.
안으로 열린 집
채광과 환기의 효과는 창의 면적과 배치에 비례하는데, 그것은 프라이버시의 확보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래서 건축가는 주택의 기본적인 요건인 채광과 환기의 확보를 위한 창의 면적 계산은 도시의 주택이라면 좀 더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다. 만약 건축물의 맥락을 무시하고 아무렇게나 창을 커다랗게 내었다가는, 24시간 커튼 또는 블라인드가 쳐진 창을 보며 살아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 방법의 하나가 ‘안으로 열린 집’이다. 안으로 열린 집은 외부의 시선을 피해 안쪽 마당으로 커다란 창을 내, 채광과 환기를 충분히 확보함과 동시에 실내 기준으로 개방감을 높여주고, 타인의 시선 간섭 없이 마음껏 위요圍繞된 나만의 안락한 마당을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조건이 만드는 형태
부지는 동서 방향으로 긴 장방형의 행태를 가지고 있고, 북쪽과 동쪽 두 면이 도로에 면해 있다.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가 높은 북쪽과 동쪽은 최대한 창을 배치하지 않고, 북쪽 도로에 설치된 주 출입구마저 도로에서 쉽게 인지되지 않도록 꺾어 놓았다. 남쪽에 마당을 둠으로써 남쪽 인접 대지에 있는 건물과 동 사이 거리를 확보했다. 남쪽 인접 대지의 건물과의 시선 교환을 막을 수 있도록 1.8m 높이의 가벽을 설치했다.
안락해진 마당을 향해 주방과 거실을 ‘ㄱ’ 자로 배치해 부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면서도, 동시에 외부공간에 닿는 면적을 높였다. 동향이 된 주방 상부의 입면은 돌출시켜서 깊은 직사광을 적절하게 차단했다. 동시에 비 오는 날이나 햇빛이 강한 날에도 마당을 이용할 수 있는 2.4m 깊이를 가진 상부가 닫힌 외부 공간을 만든다.
1층에는 가족의 주 생활공간과 응접 공간을 두고, 2층에는 부부만의 공간을 두어 주택 내부에서 또 한 번 프라이버시의 위계를 만들어 주었다. 또한 마당을 통해 느껴지는 계절과 시간의 변화뿐만 아니라 4개의 천창을 설치해 자연광을 주택의 내부로 끌어들이고, 거주자가 빛과 그림자의 변화를 통한 공간의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