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태진 글 & 자료. 소수건축사사무소 SOSU ARCHITECTS
새로운 관계를 맺는 법
‘닷웨이브.Wave’는 다가구, 다세대 주택이 밀집된 주거지에 위치해 있다. 소규모 공동주택이 높은 밀도로 모여있는 동네에서 큰 볼륨의 건축이 가능한 주변보다 큰 대지이다. 건축주는 대지가 허락하는 최대 용적률을 확보하고 공실률을 낮출 수 있도록 근린생활시설과 주거시설이 51 : 49%로 구성된 건축물을 요구했다.
반면에 건축가는 주변보다 큰 대지에 최대 볼륨을 계획하는 것은 기존 도시에 이질적인 스케일을 더해 포화 상태의 도시에 밀집도를 높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건축주의 요구에 부합하면서도 건물에 틈을 주어 기존 도시의 스케일과 조화를 이루고, 틈의 풍경을 통해 주변 이웃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 방법을 모색했다.
두 가지의 틈
닷웨이브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의 틈이 있다. 두 면이 도로와 면하는데, 이러한 대지의 특성을 고려해 도시의 거리와 저층 근린생활시설을 연결하는 수평의 틈, 상부층 주거 시설에 새로운 환경적 장치로서 낸 수직의 틈을 각각 냈다.
수평의 틈은 외부 계단과 발코니를 통해 보이는데, 이는 거리로부터 근린생활시설의 접근성을 높인다. 근린생활시설을 둘러싼 회랑의 발코니는 근린생활시설 내부에서 바라보았을 때, 어지러운 주변 풍경을 정돈하여 끌어들이는 필터의 공간이다.
주거시설에 낸 수직의 틈은 인접 대지와 맺어진 열악한 관계를 개선한다. 각 면의 각기 다른 높이의 틈은 모든 세대에 작은 마당을 제공하고, 인접 건물과 시각적 간섭이 없는 창을 통해 방안으로 빛과 마당의 풍경을 끌어들이는 환경적 장치이다. 작은 마당의 정원은 거주자가 가꾸어 나가는 정서적 안정의 공간인 동시에 건조한 도시 풍경에 시각적 휴식을 더해준다.
변화하는 단순함
도시의 다른 지역에 비해, 수 없이 많은 점조직으로 이루어진 일반 주거지역의 풍경은 무질서하게 이어 붙여 놓은 듯 열악해 보인다. 닷웨이브는 단순함을 통해 복잡한 도시 풍경에 여백을 만들고자 하였다. 단순함을 위한 재료는 콘크리트와 틈의 대비를 위해 같은 색상의 벽돌을 사용했다. 입면의 거대함을 나누고, 코너 대지에서 도시 거리의 경험을 고려하여 콘크리트의 물성으로 리듬을 가지는 반복적인 곡선 형태의 입면을 계획했다.
시공의 정밀성과 물성의 균질함을 위하여 GFRC패널 공장제작 시공방식을 적용했다. 수직, 수평의 틈은 매끈한 GFRC패널과 대비될 수 있게 단위 개체들의 질감이 보이는 벽돌로 마감했고, 특히 해가 잘 드는 수직의 틈에는 깨진 벽돌의 거친 질감을 적용해 집의 풍경에 변화를 더했다. 굴곡진 GFRC 패널은 방향과 시간에 따라 서로 다른 깊이의 빛과 그림자가 더해져 다양한 도시 거리의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