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집을 품은 붉은 벽돌

부천 다세대 주택 : 건축공방 'Red Square House'
©NamSun Lee
글. 매거진브리크  자료. 건축공방

 

부천 까치울집이라고 이름 붙여진 ‘건축공방 ArchiWorkshop’의 ‘레드 스퀘어 하우스 Red Square House’의 입면을 보았을 때 첫 인상은 뉴욕 뒷 골목의 공장같다는 느낌이었다.
전체적으로 네모 반듯한 정사각형에 가까운 외형은 마치 레고의 한 부품처럼 보이고, 검은색으로 포인트가 된 포치 (Porch:건물의 현관 또는 출입구의 바깥 쪽에 튀어나와 지붕으로 덮인 부분. 입구에 가깝게 세운 차에 타고 내리거나, 걸어서 입구에 도달한 사람들이 우선 비바람을 피하기 위한 목적 등으로 설치된다_편집자주) 와 패턴을 만들어 내는 벽돌이 수직과 수평으로 익숙한 텍스처 texture를 만든다.
단단하고, 견고해 보이는 인상. 올드하다거나 옛스럽다는 말이 아니라, 익숙하지만 변화와 포인트를 줘서 다른 집들과 달리 시선을 끄는 부분이 있었다.

©Namsun Lee

잠깐 자리를 비켜 집의 옆으로 돌아들면 하얀색의 외벽에 단정하고 심플한 집의 외형이 눈에 담긴다. 사실 이 집에 대해 재미있다고 느낀 부분은 이 부분이다. ‘공장을 개조해 만든 집인가?’하고 착각하게 한 이 외형은 기존의 기억 또는 선입견이 보기좋게 어긋났을 때 느껴지는 쾌감같은 것이 있다. 처음 느꼈던 벽돌의 질감이 외피에만 한정돼, 한 쪽 면만이 거리의 미술품같이 다가온다. 자칫 심심하고 차갑게 느껴질 수 있는 모던한 구조가 붉은 색의 외관, 즉 벽돌과 따뜻한 노란색의 조명으로 인해 집이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Namsun Lee

내부를 들어다보면 외피만큼이나 특이하다. 4인 가족의 젊은 부부세대와 부모님세대, 그리고 임대세대까지 세 가구가 모여있는 이 집은 젊은 부부가 1층부터 3층의 일부공간을 사용하면서 부모님세대는 1층을, 임대세대는 2층을 사용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는 건축주인 젊은 부부가 1층 정원과 옥탑방이 있는 테라스 공간을 갖고 싶다는 바램에서 출발된 공간 나누기의 결과다.

©Namsun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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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면을 살펴보면 일반적인 주택의 구조와는 분명히 벗어나 있다. 수평으로 또는 층별로 분리돼있는 일반적인 다세대 주택과는 달리 수평으로 분리되어있는 가구가 존재하는 한편, 수직으로 분리된 가구도 존재한다. 단순한 외형에 조금은 복잡한 공간분할이다. 사실 이 부분에서 던져지는 물음은 ‘과연 집의 일반적인 구조라는게 무엇일까?’이다. 집의 구조를 이렇게 만든다는 발상이 익숙하지 않은 것은 낯설기 때문이다.

©ArchiWorkshop
©ArchiWorkshop

우리에게 집이라는 구조의 기준이 철저하게 아파트에 맞춰져있기 때문은 아닐까? 평형과 A, B, C, D타입으로 이름붙여진 아파트의 평면과 그런 평면을 카피Copy한 빌라, 그리고 역시 주택이 우리나라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집이라는 구조를 너무 편협하게 바라보게 하고, 선입견이 갖게하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아파트의 수평적 구조에 익숙한 우리에게, 공간이 수평과 수직으로 ‘나누어지는 것’ 뿐 아니라, ‘합쳐질 수 있다 것’은 분명히 낯선 발상이다. 하지만 분명히 다른 공간은 다른 삶을 가능하게 한다.

©Namsun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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