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마음을 읽어드립니다”…경험하고, 공감하고, 관계 맺는 공간의 힘

[Zoom] 최원석 프로젝트 렌트 대표의 신간 ‘결국, 오프라인’ 리뷰
©BRIQUE Magazine
글. 정지연  자료. 디자인하우스

 

온라인 아니면 물류. 지금은 O2O(Online to Offline)라는 개념이 보편화돼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이 자연스럽지만, 초고속인터넷이 보급되던 2000년 전후에는 세상에는 ‘인터넷 기업’과 그 기업들의 서비스를 뒷받침하는 ‘물류 기업’ 이외에는 모두 없어질 것이라는 극단적인 전망이 우세했다. 당시 업무상 강남 테헤란로에서 살다시피했던 평자는 “오프라인은 망했다”라는 얘기를 여기저기서 들었고, 신규 창업 기업 10곳 중  8~9곳은 홈페이지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만드는 인터넷 기업이 생겨남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극심했던 쏠림현상도 잠시. 벤처 열풍이 사그라들면서 그런 인터넷 기업은 몇 년이 채 되지 않아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고, 부침을 겪었지만 오프라인 비즈니스는 그 역할을 이어갔다.

비슷한 분위기를 다시 감지했던 때는 2009년 11월. 아이폰이 우리나라에 상륙하면서 또다시 ‘온라인 대세론’이 고개를 들었고, 세상의 모든 것이 손 안의 스마트폰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찐이었다. 지난 시간 스마트폰이 바꿔 놓은 우리의 의식주 생활, 학업과 업무, 경제 및 여가 활동의 변화는 모두가 익히 경험한 것이라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이제 스마트폰이 없이는 일상뿐 아니라 어느 것 하나도 이어나기가 어려운 시대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 성수동에 자리 잡은 프로젝트 렌트 1호점(왼쪽 매장) ©BRIQUE Magazine

 

기억의 서랍 속에 묵혀뒀던 오래전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것은 <결국, 오프라인>(최원석 저, 디자인하우스 펴냄)이라는 이 책이 화두에 오른 이유를 살펴보기 위함이다. 책이 담고 있는 공간과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재 우리 사회가 처해있는 좌표를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온라인 시대, 즉 스마트폰이 일상의 인프라가 된 현대인이 갖고 있는 ‘결핍’에서 오프라인의 의미와 파괴력을 찾고 있다.

‘팝업POP-UP’, 임시 매장, 익히 알려져 있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낸 저자, 최원석 필라멘트앤코 대표는 서울 성수동에서 ‘프로젝트 렌트’라는 상설 팝업 공간을 운영하면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기획으로 팝업 시대를 연 주역으로 평가 받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스튜디오 아이’, ‘평양 슈퍼마케트’, ‘가나 초콜릿 하우스’ 등 성수동에서 열었던 팝업 뿐만 아니라 지난 4년 여간 전국 곳곳에서 선보인 300여 개의 팝업에서 이례적인 규모로 고객을 불러모으고 브랜드를 세상에 알리는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이미지 제공=디자인하우스>
<이미지 제공=디자인하우스>

 

그는 단순히 아이디어가 뛰어나거나 운이 좋은 사업가가 아니다. 그가 파고든 것은 사람의 마음을 읽는 힘임을 책은 강조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OTT 등 온갖 매체를 통해 양질의 제품, 디자인, 브랜드, 서비스의 정보는 이미 크게 넘쳐 난다. 수 많은 정보와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지만 정착 신뢰도 있는 정보와 관계는 찾기 어려운 게 바로 온라인 시대다. 저자는 소통하고자 하는 인간의 근원적인 욕구를 온라인이 채워주지 못하기 때문에 오프라인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하다고 설명한다. 직접 만나고, 소통하고, 체험하고, 나눌 수 있는 오프라인이 더 강력한 이유다. 

다만 오프라인을 그저 사람을 모아 상품을 팔고, 돈을 버는 공간으로 생각하면 이는 십중팔구 실패한다. 제품과 서비스의 기능과 효용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마음을 읽고 욕망을 분석해 이를 해소해줄 기획이 필요한 것. 그 기획을 공간에 한시성을 절묘하게 버무린 것이 바로 팝업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부천 바스켓 스토어. <사진 제공=프로젝트 렌트>

 

아름다운 인테리어, 값비싼 가구와 집기, 좋은 접근성을 갖춘 공간만으로는 부족하다. 과잉 공급의 시대, 브랜드도, 디자이너도, 공간 운영자도, 서비스 제공자도 누가 자신의 고객인지, 그 고객이 원하는 것을 찾아 마음을 사로잡는 이야기를 부여하고 환대할 줄 알아야한다는 얘기다.

 

“오프라인은 브랜드가 고객과 진실된 관계를 구축하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다.”

 

쓸모 있는 것보다 의미 있는 것이 사랑받는 시대. 그래서 모든 공간은 운영자만의 세계관과 철학이 녹아나야 지속가능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 책은 서문과 티핑 포인트, 각각의 주제를 담은 10개의 챕터, 그리고 최소현 네이버 디자인 마케팅 부문장, 김병기 프릳츠 대표 등 동시대 비즈니스 플레이어들이 말하는 오프라인의 현재와 미래를 담은 부록으로 구성돼 있다. 평자의 긴 얘기보다 직접 책을 보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아 책의 목차를 아래에 별첨한다. 목차만 봐도 흐름을 명쾌하게 알 수 있는데 편집팀의 실력과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오프라인 공간을 주제별로 다양한 특집기사를 싣는 ‘잡지’라고 정의하고, 고객의 욕망을 분석해 한정된 시간 안에서 해소하는 게 팝업이라고 설명하는 저자는 어쩌면 이 시대 최고의 커뮤니케이터일 수도 있겠다. 이 책은 브랜드와 공간, 아니 나와 다른 무언가와 소통이 필요한 모두에게 좋은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최원석 프로젝트 렌트 대표 <사진 제공=디자인하우스>
<이미지 제공=디자인하우스>

 


도서명.
결국, 오프라인

출판사.
디자인하우스 북

저자.
프로젝트 렌트 최원석 대표

목차.
TIPPING POINT : 팝업 성장판이 된 시대의 특이점

CHAPTER 1 : 콘텐츠(CONTENTS)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중요한 이유

  •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동력
  • 전체는 부분의 합 그 이상이다
  • 콘텐츠가 추동하는 부동산 패러다임의 변화

CHAPTER 2 : 코어 밸류(CORE VALUE) 브랜드의 대체 불가능한 뼈대

  • 브랜드가 세계관을 가져야 하는 이유7
  • 욕망의 시대
  • 우리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 카페에 가는 걸까

CHAPTER 3 : 목적(THE GOAL) 관광지가 되는 장소

  • 메가 스토어의 위기와 오프라인의 돌파구
  • 로컬의 힘
  • 방문율이 아니라 구매 전환율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CHAPTER 4 : 모험(ADVENTURE) 일상 탈출의 기쁨을 느끼는 장소

  • 유희하는 인간의 본성
  • 일상 속 즐거운 경험을 위한 장소
  • 개미지옥형 공간의 기쁨

CHAPTER 5 : 한정(LIMIT) 소비 기한이 짧아 가능한 도전들

  • ‘단기’라는 시간성의 이점
  • 상식을 뒤흔드는 장소의 마력
  • 노매드 아이덴티티

CHAPTER 6 : 대화(CONVERSATION) 밀도 있는 이야기로 말을 건네다

  • 동사적 세계관으로 관계 맺기
  •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스페이스 아이덴티티
  • 이야기로 형성된 라포의 힘

CHAPTER 7 : 인게이지먼트(ENGAGEMENT) 사람들이 머무는 공간의 조건

  • 목적에 따른 공간 설계 프레임
  • 관계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시간
  • 소비자에게 강요하지 말 것

CHAPTER 8 : 공감각(SYNESTHESIA) 오프라인에서만 완성되는 소비자 경험

  • 미디어화된 공간
  • 순간이 우리를 붙잡는가, 우리가 순간을 붙잡는가
  • 프로듀서의 역량

CHAPTER 9 : 서비스 공간(SERVICED SPACE) 커뮤니케이션 기반의 사고 전환

  • 오직 방문자를 위해 설계된 공간
  • 모든 공간 경험이 곧 브랜드다
  • 서비스 애티튜드

CHAPTER 10 : 진심(SINCERITY)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

  • 데이터 드리븐의 역설
  • 일인칭 시점과 조사로 드러나는 본심
  • 그대들은 어떻게 일할 것인가 : 오센틱

판형 및 분량.
170 × 220 mm, 264쪽

정가.
2만 2,000원

문의.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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