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과 낯섦의 경계, 모퉁이의 돌이 되다

광교 상가주택: 디자인밴드 요앞 'CORNERSTONE'
©Ryoo, In Keun
글. <브리크 brique> 자료. 디자인밴드 요앞

 

코너스톤CORNERSTONE은 모퉁이Corner와 돌Stone로 이루어진 단어다. 모퉁잇돌로 해석될 수 있는 이 단어는 사전적으로 건물의 주춧돌 또는 머릿돌, 어떤 일의 기초로 해석된다. 

모퉁이의 돌이 주춧돌 또는 머릿돌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했을까? 우연치 않게 서로 다른 장소의 구분점에 놓이거나, 어떤 마을과 마을 또는 도로와 도로 경계에 놓이거나, 다른 돌과는 다른 특이하고 독창적인 모습이어서일까. 그것도 아니면 그 돌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코너스톤이라고 이름 붙여진 그 모퉁잇돌이 주춧돌 또는 머릿돌이 된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한다.

 

©Inkeun Ryoo
©Inkeun Ryoo

 

수원시 광교택지지구에 자리한 디자인밴드 요앞 designband YOAP의 CORNERSTONE은 익숙한 건물의 모양이지만 익숙하지 않은 형태로 눈길을 끈다. 평범한 4층 건물로 인식한 순간, 곡선으로 처리된 건물 모서리와 역시 곡선으로 처리된 1층과 4층의 창문이 보이고, 이어서 패턴처럼 보이는 작은 창문들이 눈에 띈다.

옆으로 돌면 또 다른 변주가 다가온다. 곡선은 확장되고, 직선은 변주되며, 낯섦의 진폭은 커진다. 이쯤 되면 ‘이게 무슨 건물일까’ 하는 호기심이 일기 시작한다. 디자인 회사의 사옥일까? 그러기엔 너무 단순해보이고, 일반주택이라면 특이하고, 건물주의 취향이 특이한 걸까? 건축사무소가 특이한 걸까 하는 생각에까지 이어진다.

 

©Inkeun Ryoo
©Inkeun Ryoo

 

건축가는 ‘주거지구와 상업·업무지구의 경계에 하나의 덩어리’, ‘주거와 상업의 혼합용도를 강제하는 지구단위계획을 반영하여 모호한 경계선상의 느낌을 주는 모습의 건물’을 만들고 싶어했다. 그리고 그런 의도는 ‘지구단위계획 지침 상의 1층에 상점이 들어가도록 해놓은 용도상의 제한과, 벽체의 50% 이상을 투시형으로 만들도록 한 조형적 제한사항’과 같은 제약으로 인해 오히려 더 독특한 공간으로 표출됐다.

 

©Inkeun Ryoo

 

자동차의 앞모습은 보통 동물의 얼굴로 이미지화되곤 한다. 헤드라이트는 눈으로, 전면 바디 패널과 범퍼는 코와 입으로 비유되는 것처럼 고양이를 닮았다거나, 호랑이나 사자, 또는 표범과 코끼리와 닮은 모습으로 컨셉을 잡기도 한다. 외계인같은 모습이라는 건축가의 말때문인지 평범한 유리창마저도 외계인의 이빨로 보인다. 물론 무시무시한 리들리 스코트 감독의 에일리언이 아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토토로같은 느낌이긴 하다.

 

©Inkeun Ryoo
©Inkeun Ryoo

 

일반적인 주거공간으로 꾸며진 내부와는 별개로 일반적인 박공 지붕(gabled roof, 朴工- 보의 좌우에 2개의 장방형 사면을 붙인 것과 같은 모양의 지붕. 책을 펼쳐서 엎어놓은 모양.-편집자주)을 역으로 뒤집은 형태는 건물이 상대적으로 높아보이는 시각적인 착시효과보다 먼저 재기발랄함이 느껴진다.

 

©Inkeun Ryoo
©Inkeun Ryoo

마무리하는 느낌이지만 시작의 느낌이고 싶었고, 묵직한 방점이지만 너무 무겁지 않으려했던 이 특이한 건축물은 그 묘한 경계를 고민한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되어 재미있다. 그리고 모호한 경계에서 오는 심리적인 안정감은 카페에서 업무를 보는 우리의 일상을 설명하는 하나의 예가 된다.

©Inkeun R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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