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자료. 틔움 건축 TIUM ARCHITECTS 정리 & 편집. 김윤선 에디터
협소주택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많은 사람이 협소주택을 짓고 싶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한정된 공간에 적절한 비용으로 맞춤 공간을 구현할 수 있는 장점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 한정된 공간을 어떤 방식으로 설계해야 할까요? 선택과 집중을 통해 거주자에게 맞는 용도별 공간의 크기를 설정하고 공간을 넓게, 다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중첩하는 설계가 필요합니다. 중첩된 공간은 각각의 정주 공간을 연계 또는 분리하며, 확장된 장면을 만듭니다.
공간을 중첩하기 위한 매개체로서 계단과 단차 공간(하나의 공간으로 인지되는 높이 차이)을 주거 내부에 적용합니다. 수직 공간을 연결하는 동선의 역할과 공간을 전이시키는 어휘로써 협소주택에서 계단은 선택이 아닌 필수조건입니다. 단차 공간은 계단의 피로감을 상쇄시켜주고 거주자에게 맞춘 공간감을 제공합니다. 중첩된 수직 공간을 통해 각 정주 공간은 밀착됩니다. 계단과 단차 공간 이 두 가지 요소를 합쳐서 우리는 스킵 플로어(skip-floor) 형식이라고 부릅니다. 거주자의 삶과 공간이 밀착될 수 있도록 스킵플로어 형식을 협소주택의 알맞은 어휘로 재해석해 반영합니다.
이 집이 위치한 동네는 1960~1970년대 지어진 단층, 이 층 벽돌집들과 1980~1990년대부터 들어선 다가구, 다세대가 혼재된 마을입니다. 서울 그리고 강북의 익숙한 도시 풍경입니다. 75㎡ 크기의 대지는 서쪽 4m 도로를 제외하고, 건물들과 인접해 있습니다. 북쪽과 남쪽은 단층 벽돌집, 동쪽은 5층 규모의 다세대와 마주하고 있습니다. 대지의 형상은 동서쪽으로 긴 직사각 형태입니다.
외부 환경을 고려해 건물 배치에서 몇 가지를 사전에 설정했습니다. 동쪽은 될 수 있는 대로 창문을 포함한 개구부를, 남측과 북측에는 채광, 조망, 환기 등 외부환경과 관계를 맺는 내부 공간 계획과 주요 공간들을, 서쪽은 도로와 진입 동선을 고려해 내외부를 적절히 전이시키는 공간을 배치했습니다.
서쪽 도로에서 보이는 입면과 외부 공간은 주 출입구와 주차를 담고, 상층부 입면은 담담하게 만들고자 했습니다. 기존 가로 환경에서 도드라지고 돋보일 생각은 없었지만, 다듬어진 백색의 건물 형태가 주위에서 눈에 띄는 것은 사실입니다. 의도적으로 상부 백색과 대비되도록 1층은 회색 벽돌을 적용했습니다. 게이트(주차장 폴딩도어)를 회색을 디자인한 것처럼 가로 환경과 맞물리도록 설정했습니다.
이 집은 부부를 위한 단독 주택과 임대 세대(임대 또는 셰어하우스)를 결합한 것이 특징입니다. 1층은 1대의 주차장과 임대 세대(원룸)로, 2~3층은 주인 세대로 계획했습니다. 2층에는 거실과 주방 및 식당, 맞이 공간으로, 3층에는 서재와 리딩 누크, 침실을 배치해 공용 공간과 사적 공간을 층으로 분리했습니다.
수직 동선의 피로감을 줄이기 위해 4m 높이의 걸터 앉을 수 있는 단차 공간을 활용했습니다. 이로 인해 2~3층이 하나의 층으로 인지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계단실 상부와 거실 상부에 2개의 보이드 공간을 적용해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는 협소주택의 한계를 해소하고자 했습니다. 평면의 60% 이상을 주 공간에 할애해 최단 동선으로 주공간과 부공간을 연결해 공간 간 합리적인 위계를 가지도록 구성했습니다.
외부와 달리 내부는 묘하게 재미있습니다. 그래서 ‘네모나고 묘한 집’이라는 의미의 ‘네묘집’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이곳 풍경도 바뀔 겁니다. 저마다 이야기를 가지고 변화하며 마을은 그 모습들을 드러내고 변주할 것입니다. 지금의 집 또한 마을의 변주와 함께 하겠지요. 단순하고 네모난 집이 마을에 과거와 미래의 어디쯤에서 변화하는 풍경의 간극을 조금이나마 메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