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태진 글 & 자료. 토마스 파이퍼 앤 파트너스 Thomas Phifer and Partners
남부 배터리 파크 시티 회복탄력성 프로젝트
뉴욕 맨해튼 남단은 기후 위기의 최전선이다. 남부 배터리 파크 시티 ‘회복탄력성(Resiliency)’* 프로젝트는 세계에서 가장 밀집된 도시 환경 중 하나인 로어 맨해튼을 미래의 강력한 폭풍과 해수면 상승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거대 인프라 사업이다.
*회복탄력성(Resiliency): 기후 변화, 해수면 상승,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나 외부 충격으로부터 도시가 얼마나 잘 버티고 빠르게 회복하느냐에 집중하는 개념이다. 배터리 파크 시티는 쇠퇴 지역이 아니므로, 경제적 활성화에 초점을 둔 ‘도시재생(Urban Regeneration)’보다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방어 및 보강의 성격이 강하다.

이 프로젝트는 2050년 기준 ‘100년 빈도의 홍수(100-year storm)’**와 예상되는 해수면 상승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동시에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는 세계적 수준의 공공 공간을 제공하는 데 목적을 둔다. 또한 수변으로의 공공 접근성을 유지하면서도 운영의 복잡성이나 실패 위험을 줄이기 위해, 가능한 한 정적 구조물(Static structures)을 활용하여 포괄적인 침수 방어 체계를 구축한다. 유대인 유산 박물관, 와그너 파크, 피어 A 광장, 더 배터리로 이어지는 네 개 구역은 각기 다른 지형적 제약을 극복하며 하나의 통합된 침수 방어 시스템을 형성한다.
**100년 만의 홍수: 통계적 확률에 기반한 표현으로, 특정 지역에서 1년에 1%의 확률로 발생할 수 있는 매우 심각한 규모의 홍수를 뜻한다.


와그너 파크: 높이를 이용한 기반 시설의 은폐
프로젝트의 핵심 구역인 와그너 파크(Wagner Park)는 다학제적 팀에 의해 검토된 다양한 침수 회복 전략이 집약된 곳이다. 설계팀은 기존 공원이 지닌 장소적 유산과 자유의 여신상 조망을 보존하기 위해, 공원 전체를 기존보다 약 3m(10피트) 높게 들어 올리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모든 침수 방어 기반 시설은 드높아진 지형 아래 은폐되어 있다.



새로운 시설은 항구에 대한 시야를 유지함과 동시에 박물관 및 주변 광장과의 접근성을 확보했다. 지상부에는 무장애 접근성이 보장된 평화로운 공원과 수변 산책로가 펼쳐진다. 설계 과정에서 기술적 타당성과 공공 영역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평가했으며, 프로젝트 구역 내외의 기존 공공 공간이 가진 성격과 가치를 보존하는 것을 최우선 순위로 두었다. 개입에 필요한 높이로 인해 공공 공간에 미치는 일부 영향은 불가피했으나, 프로젝트는 침수 방어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지형 변화를 오히려 공공 영역 개선의 기회로 전환했다.



지능형 우수 관리와 자원 순환
지속가능성은 이 프로젝트를 관통하는 또 다른 축이다. 부지의 배수 체계는 홍수 방어선을 기준으로 ‘습식(Wet) 구역’과 ‘건식(Dry) 구역’으로 구분된다. 물가 쪽의 습식 구역은 자연스러운 여과 과정을 거쳐 우수를 배출한다. 육지 쪽의 건식 구역은 빗물을 재이용 저수조로 모아 여과 및 처리 과정을 거치며, 이렇게 확보한 물은 부지 세척과 조경 용수로 재활용되어 자원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또한 기존 부지의 석재와 목재를 폐기하지 않고 선별적으로 회수하여 재사용했다. 열섬 현상 방지를 위해 포장재는 높은 반사율(Albedo)을 가진 재료로 구성했다.
잔디 구역에는 물 소비량을 30% 이상 줄이는 지하 관수 시스템을 설치했다. 태양광 조명을 포함한 모든 조명 시설은 빛 공해를 줄이고 야경을 개선하기 위해 ‘다크 스카이(Dark Sky)’*** 원칙을 준수한다.
***다크 스카이Dark Sky: 인공조명에 의한 빛 공해를 최소화하여 밤하늘의 어둠을 보존하려는 국제적 운동이다. 조명의 각도를 조절해 빛이 하늘로 산란하는 것을 방지하고, 생태계와 인간의 생체 리듬을 고려해 적절한 색온도와 밝기를 유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생태계 복원과 리빙 쇼어라인Living Shoreline
와그너 파크는 ‘워터프런트 얼라이언스(Waterfront Alliance)’의 WEDG 골드 인증****을 획득하며 혁신적인 수변 설계를 인정받았다. 전체 면적의 50% 이상을 녹지로 채워 기온 상승을 억제하고, 해안가에는 ‘리빙 쇼어라인(Living Shoreline)’을 구축했다. 계단식 지형과 서식지 선반, 특수 콘크리트 베니어 등을 통해 해양 생물과 조류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인위적으로 조성하여 도시와 자연의 공생을 꾀한다. 식재 설계 역시 지역 자생종을 중심으로 네 가지 식물 공동체를 구성해 관리 효율성과 생물 다양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WEDG 골드 인증: 워터프런트 얼라이언스가 제정한 수변 공간 설계 인증 제도다. 수변 프로젝트의 회복탄력성, 생태성, 접근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며, ‘골드’ 등급은 해당 프로젝트가 세계적인 모범 사례임을 의미한다.



와그너 파빌리온: 건축적 조화와 제로 카본의 실현
새롭게 들어서는 와그너 파빌리온은 주변의 역사적 구조물들과 시각적 대화를 나눈다. 붉은색 콘크리트 외관은 배터리 파크 시티의 상징적인 벽돌 건물들과 조화를 이루며, 아치형 볼트는 공원의 관문이자 항구를 향하는 시각적 프레임 역할을 한다. 360도 전망 데크는 시민들에게 항구와 도심을 잇는 압도적인 조망 경험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이 파빌리온은 국제 리빙 퓨처 인스티튜트(ILFI)의 ‘제로 카본 인증’을 획득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운영 탄소뿐만 아니라 건물을 짓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내재 탄소(Embodied carbon)까지 모두 평가하고 상쇄하는 엄격한 기준이다. 현장 내 가스 연소 요소를 배제하고 에너지 사용량을 표준 대비 38% 절감하며, 탄소 배출량이 적은 재료를 사용하여 친환경 건축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