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태진 글 & 자료. 김효영건축사사무소 KHY Architects
지층 아래의 기억, 공생의 파빌리온
난지도는 자연과 사람의 관계에서 가장 극적인 변화를 겪어온 장소다. ‘난초와 지초가 피는 꽃섬(蘭芝島)’이라는 이름처럼 아름다운 자연으로 둘러 쌓인 섬이다. 이 섬은 도시 산업화의 부산물인 쓰레기 매립지로 지정되었다. 이후 15년간 높이 98m에 이르는 쓰레기 산이되었가 환경을 회복하려는 노력을 통해 다시 생태공원으로 재탄생했다.
이러한 난지도의 변천 과정은 자연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우리가 마주할 미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주는 선례이자, 상징적인 지표다. 2024년 서울시는 ‘도시와 자연의 공생’을 주제로 노을공원 내 아트 파빌리온 프로젝트 국제 지명공모를 진행했다.


공모를 위해 방문한 노을공원은 자연의 푸르름과 시원한 바람의 촉감, 웨딩사진을 촬영하러 온 사람들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어우러진 평화로운 곳이었다. 하지만 아름다운 경관을 즐기다 문득 불과 1m 아래 쓰레기 산이 묻혀 있다는 사실을 깨닫자, 치부를 덮어놓은 듯한 불편함과 묘한 안도감이 동시에 찾아왔다.
난지도의 시간은 지층처럼 쌓여 있다. 이 지층에는 섬을 쓰레기장으로 만들었던 과거의 그늘과 이를 다시 자연으로 되돌린 회복의 노력이 층층이 기록되어 있다. 우리는 고고학자의 마음으로 이 상징적인 장소에 ‘사람과 자연의 공생’을 주제로 무엇을 만들고 표현해야 한다면 표면 아래에 묻혀있는 시간을 드러내야겠다고 생각했다. 파빌리온은 노을공원 아래 지층의 켜를 상징적으로 재현하여, 자연과 사람의 관계를 환기하는 구조물이 된다.




땅 위에 세운 일곱 개의 흙벽은 땅속 공간을 암시한다. 흙다짐 공법으로 만들어진 벽은 쌓고 다지기를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지층과 같은 표면을 갖는다. 흙벽으로 둘러싸인 공간은 쓰레기 때문에 직접 파볼 수 없는 땅속 깊은 곳으로 우리를 인도하며, 마치 유적 발굴 현장처럼 과거의 시간과 마주하게 한다. 벽 위로 띄운 지붕은 쓰레기 위를 덮은 공원의 켜를 재현한 것이다. 땅을 잘라 들어 올린 듯 지붕 윗면에 굴곡진 지형을 만들어 억새를 심고, 측면 역시 흙다짐으로 마감했다.




18m × 18m크기의 정사각형 지붕은 약 330㎡의 그늘을 드리워 방문객에게 쉼터를 제공한다. 반면 지붕 위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온전한 자연의 영역으로, 풀이 자라고 벌레와 새들이 머무는 공간이다. 지붕에 뚫린 일곱 개의 구멍에는 키 큰 팽나무를 심었다. 이 나무들은 사람의 영역(벽 아래)과 자연의 영역(지붕 위)을 이어주는 매개체이자 공생의 상징이다. 이 파빌리온은 노을공원의 자연을 온전히 경험하는 장소가 된다. 벽에 기대어 앉으면 지붕 사이로 흐르는 빛과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그림자가 보인다. 지붕 위에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와 새소리, 풀벌레 소리가 어우러지는 서정적인 순간을 경험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