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브리크 brique>
‘도시재생’이 세계적 화두다. 노후한 도심의 인프라를 개선하고 기능을 보완해 지속해 쓰는 것이다. 헐고 다시 세우는 ‘재개발’과는 개념이 크게 다르다. 자원의 효용성을 생각하면서 도시공동체를 형성해온 시간과 문화, 그리고 사람을 고려한 접근이다.
홍대, 합정에 이어 서울의 새 명소로 떠오른 ‘망리단길’ 근처에 낯선 건물 한 채가 들어섰다. 건축, 인테리어와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고 있는 어반소사이어티가 2017년 선보인 ‘리브 어반’이 주인공이다.
다세대주택과 상가주택이 즐비한 골목 한 켠에 아래 위로 옛 집과 새 집을 마치 블록처럼 ‘합체’한 듯한 특이한 모양새다. 용도도 복잡하다. 지하는 소규모 공방, 1층은 상가, 2층은 사무실, 3층은 스튜디오형 주거, 4층은 공유 주방과 셰어하우스, 5층은 복층형 스튜디오와 옥상 정원. 도심 안에서 일하고 사는데 필요한 공간은 다 있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공동주거 공간. 1인 가구, 최대 7가구를 수용할 수 있다. 혼자사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핵심 공간을 사적, 공적으로 나눴다. 수면과 개인 휴식을 취하는 침실은 각 자가 갖고, 식사와 세탁은 공용시설을 쓴다. 발코니와 테라스, 옥상정원 등은 입주자들이 만나 소통하면서 영화도 보고 쉴 수 있는 공간이다.
“망원동 인근에서 일을 하는 젊은층, 즉 생업과 주거를 한꺼번에 해결하려는 수요가 있다고 봤습니다. 단절과 소통의 부재에 대한 생각도 반영했죠. 디자인적 접근과 사회적 관점을 동시에 보고 설계했습니다.”
양재찬 소장은 디자인적 접근은 증개축으로, 사회적 관점은 공동주거로 풀어냈다. 노후된 부분을 구조변경 및 보강을 하고 증축을 통해 새 공간을 만들어냈다. 기존의 용도-지하 1층, 1층 상업공간을 수용하면서 커뮤니티 변화에 걸맞게 새로운 용도-1인 공동주거를 만들어내 건물을 되살려낸 것이다. 도시의 낡고 오래된 것들을 개선하고 소외를 겪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도시재생의 개념을 접목했다.
어반소사이어티는 건물주와 함께 사회투자기금 지원을 받아 공사를 마무리했고, 지금은 2층 사무공간에 입주해 5년간 이 건물의 주거공간에 대한 위탁운영을 맡았다.
양 소장에게 도시재생에 관심을 갖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그는 “도시재생은 해당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자존감을 살려 이탈을 막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작업”이라며 “공간으로 인한 단절을 막고 커뮤니티의 소통을 지원해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도 건축가가 해야할 일”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