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박시은 학생인턴 글 & 자료. 솔토지빈 건축사사무소 SOLTOZIBIN ARCHITECTS
광주광역시에 소재한 한 대학교에서 치의학 분야 법의학자로 재직했던 건축주는 퇴임을 앞두고 대학 인근에 집을 짓고자 했다. 오랜 세월 서울에 가족을 두고, 주말에 귀경하는 일을 반복해왔는데 퇴임을 앞두고 되레 객지인 광주에 집을 짓는 일은 이례적이었다. 건축주는 학교 민주화를 포함해 법의학자로서 다양한 형식의 사회적 활동에 헌신해왔다. 집을 짓고자 하는 건축주의 핵심 의제는 ‘자연과 책’이었다.
대지는 아파트 단지를 지나 숲으로 이어지는 무등산 자락 초입에 위치한다. 부지는 평평하지만 주변은 경사와 함께 높은 나무들로 위요된 분위기를 형성한다. 건폐율 20% 이하의 조건은 집이 단순한 오브제로 보이도록 하지만 숲으로 둘러싸인 마당은 충분한 공간감을 형성한다.
낮은 건폐율로 인해 주택은 3층 볼륨이 되었다. 지면으로부터 반층 아래 있는 현관을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작은 다락이 있는 사랑방을 만난다. 여기서 반층을 더 내려가면 1.5층 높이의 서재 공간이 나온다. 서재에는 들어올려진 슬래브에 면해 설치한 고측창으로 빛이 들어오도록 계획했다. 중간층인 1층에 침실을, 높은 천장이 있는 2층에 식당과 거실을 두었다.
건축은 본래 땅을 파서 동굴을 만들거나, 대지 위에 나무를 세워 거주 공간을 만들었다. 숲 사이 광주 추사재는 자연에서 얻은 지혜와 땅에서 유추된 ‘대지의 구축성’의 원리로 만들어진다. 대지와 건축이 만나는 두 가지의 상반된 태도다.
첫째는 대지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방법으로써 땅의 속성을 재현한다. 지표면을 변형하며 대지를 재현하는 구조 형식은 철근콘크리트조다. 반층 들어올려진 1층과 반층 내려간 선큰 형식의 현관은 건축과 대지가 결합하는 새로운 경계면을 제안한다. 이 구조 형식은 대지의 영역을 구성하기 위한 담의 재료이기도 하다.
둘째, 나무는 대지로부터 에너지를 얻지만 최소한으로 접속해 대지를 존중한다. 이처럼 경골목구조와 가변성을 고려한 중목구조를 혼합한 2개 층의 볼륨이 하부 구조로부터 수평띠창을 경계로 들어올려져 있다. 목구조 볼륨을 싸고 있는 경골목구조 외피는 다양한 폭의 동판 돌출이음으로 마감되어 세월이 더해감에 따라 숲에 동화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