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최성우 글 & 자료. 건축사사무소 엘리펀츠 Studio Elephants
어촌 주택의 새로운 제안
기존 주택은 실내공간과 외부공간의 경계가 모호했고, 중간에 있는 툇마루가 이를 분리해 주었다. 햇살이 강하고 바람이 잦은 어촌에서 생활하는 건축주의 라이프스타일에 적합한 형태였다. 또한 밭농사도 함께 이뤄지는 농촌주택의 특성도 갖고 있었다. 이를 재해석해 농작물을 보관하는 창고를 실거주 공간과 분리해 독립적으로 구획하되, 생선을 손질하는 너른 공간을 봉당으로 구성해 하나의 지붕 아래 연결했다.
대지현황
대지는 다리로 육지와 연결되어 있지만 섬에 자리 잡고 있다. 고갯길 위에서 삶의 터전인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다.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던 구옥을 철거하고, 마당에서 바다를 마주하던 기존 건물의 기억을 담아내 너른 바다 위에 떠 있는 섬을 닮은 주택을 계획했다.
목구조의 형태
국내 목조 건축물은 기둥·보 가구조 형태의 중목 방식과 북미 스타일 벽식구조 형태의 경골 목구조 방식으로 나뉜다. 중목 방식은 공간의 구조적 변경과 형태 구현이 자유로운 대신, 단열 및 벽체 형성에 취약하다. 반대로 경골 목구조는 단열 및 벽체 형성에 유리하지만, 구조적 한계로 인해 자유로운 공간감 형성 및 자연스러운 구조재 노출의 제약이 있다.
목구조의 결합
장용리 주택은 중목 구조와 경골 목구조를 각각의 기능과 특성을 살려 적절히 활용했다. 구조 프레임의 기본 기능 및 인테리어 요소로 중목 구조를 썼고, 경골 목구조는 벽체로서 내진 및 단열에 치중하도록 했다. 지붕의 경우, 전통 한옥처럼 수직·수평재는 중목으로 처리하고, 사선 서까래 부재는 모두 북미식 경골 목구조로 처리해 추가적인 중목 구조 없이 지붕 두께를 줄이면서도 단열성능을 높일 수 있었다. 두 가지 방식의 목구조에서 각각의 장점을 상황에 맞게 적용한 결과다.
목구조 산업의 국산화
국내 중목 프리컷 업체를 통해 중목 구조를 가공하고 설계함으로써 국산화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상품으로서의 목조주택 설계 및 시공을 시도하였다. 중목 구조의 기둥·보 사이즈에 맞추어 경골 목구조를 결합하고 동시에 일부 목재를 노출하기 위해 구조재의 규격도 함께 고려하였다.
규격화된 단면과 목구조의 분리
주택 단면 구조의 일정한 모듈을 기반으로 장방형 건물을 계획해 목구조의 산업화를 시도했다. 사선 구조재, 외벽 돌출구간, 모퉁이 창 등 변주를 주어 다양한 공간감이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중목 구조가 가진 구조적 장점을 극대화해 벽과 벽 사이의 거리를 확보했고, 구조를 그대로 인테리어 마감 요소로 활용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목재 마감재를 다양하게 활용해 천장, 창호, 벽 등 내부 마감을 마무리했다.
회유 동선과 봉당
하나의 지붕 아래 창고, 봉당, 거주 공간을 나누어 구획했다. 실내·실외 공간 역할을 겸하는 봉당을 건물의 중심에 두어 여름에는 온전히 개방해 쾌적함을 도모하고, 겨울에는 폴딩 도어로 막아 방풍 공간으로 활용했다. 또한 장방형의 기존 골격을 토대로 현관과 주방을 잇는 회유 동선을 계획해 개별 공간을 중복도 형태로 나누지 않고 동선에 따라 쉽게 주방, 봉당, 현관을 오고 갈 수 있도록 효율적인 동선을 유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