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동, 경동시장과 함께 확장되는 ‘경동한옥마을’

[Focus] 관광과 체류를 위한 공간으로 변화 중인 제기동 전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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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석정화  자료. 서울특별시, 서울한옥포털

 

3년 전, 서울 제기동역에서 내렸을 때 홍대입구역 9번 출구 못지않은 인파를 마주했다. 사람은 끊임없이 뿜어져나왔고, 시장 입구는 이미 높은 밀도를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 안에는 익숙하게 알고 있던 ‘젊은 도시의 풍경’이 없었다. 그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필자는 거의 유일한 젊은 사람이었다. 

입구에서 잠시 서성이고 있자 한 상인이 말을 걸었다. “스타벅스 경동시장점 가요?” 그 질문은 단순한 길 안내가 아니었다. 이곳에서 젊은 사람은 특정 목적지를 향해 들어오는 존재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제기동의 풍경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사람은 여전히 많지만, 그 구성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왜 지금, 이곳을 ‘경동한옥마을’으로 만들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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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오픈 당시의 스타벅스 경동시장점. 전통시장 안에 새로운 소비 공간이 들어오며, 방문 방식의 변화가 시작된 장면이다. ©BRIQUE Magazine

 

왜 지금 제기동인가

경동시장과 청량리수산시장, 서울약령시장은 하나의 생활권처럼 연결된 대규모 시장이다. 식재료, 수산물, 한약재까지 서로 다른 기능의 시장이 밀집하며 서울 동북권의 대표적인 상업지로 운영되어 왔다. 이곳은 여전히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유동 인구는 꾸준하고, 시장의 기능 또한 유지되고 있다. 

 

경동시장과 서울약령시장 일대 입구 ©BRIQUE Magazine

 

최근 이 일대는 ‘경동한옥마을’이라는 이름 아래 재정비가 추진되고 있다. 이 지역은 2023년 서울시가 추진한 ‘한옥마을 조성 공모사업’에 선정돼 한옥 보존과 활용 지원 대상지가 됐다. 

현재 제기동 일대는 ‘건축자산 진흥구역’*으로 지정돼 경동시장과 연계한 ‘한옥감성스팟 10+’ 공공 프로그램이 계획되어 있다. 아울러 한옥 카페와 팝업스토어, 한옥스테이 등 체류형 프로그램을 도입해 관광과 방문을 유도할 계획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규제 완화 방식이다. 좁은 필지와 밀집된 골목 구조를 고려해, 한식형 기와지붕·목조구법·마당 등 최소 요건만 충족하면 한옥으로 인정하는 기준을 완화다. 또한 마당 상부를 투명 구조물로 덮는 ‘아뜨리움’ 역시 한옥으로 인정해 활용도를 높이려는 방안이 포함됐다. 이러한 기준 완화를 바탕으로 건폐율을 최대 90%까지 완화하고, 부설주차장 설치 의무와 건축선 후퇴 규제를 일부 면제하는 한편, 일조권 높이 제한을 1.5m에서 0.5m로 낮춘다.

 

*건축자산 진흥구역: 한옥을 비롯한 근현대 건축자산을 보존하면서도, 신축과 활용을 유도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공공 지원을 병행하는 제도.

 

경동시장 내부 아케이드. 서울시는 한옥마당과 한옥 화장실같은 공공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아케이드를 정비할 계획이다. ©BRIQU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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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선동과 제기동은 무엇이 다른가

이같은 변화는 낯선 방식이 아니다. 이미 서울 도심에서는 한옥을 기반으로 공간의 성격이 전환된 사례들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익선동은 일제강점기 개발업자 정세권에 의해 조성된 도시형 한옥 주거지에서 출발한다. 중소 규모 필지에 한옥이 밀집된 구조는 이후 상업화에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했고, 노후화와 재개발 압력 속에서 일부 한옥이 카페와 음식점으로 전환되며 변화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젊은 소비층이 유입되며 익선동은 점차 상업적 한옥 거리로 재편됐다.

반면 제기동은 전혀 다른 조건이다. 이곳은 이미 완전히 작동하는 시장이고, 상업적 기반이 충분히 구축된 상태다. 따라서 제기동의 변화는 익선동처럼 주거지가 상업 공간으로 전환되는 과정이 아니라 기존 시스템 위에 새로운 층위를 덧입히는 방식에 가깝다. 

 

제기동 일대 건축자산 진흥구역. 약 5만2천㎡ 규모의 한옥 밀집 지역이다. <이미지 제공 = 서울시>

 

이 개발은 무엇을 바꾸려 하는가 

서울시는 경동한옥마을 조성을 통해 제기동 일대가 기존의 낙후 이미지를 벗고, 청년과 해외 관광객이 찾는 도시 한옥의 거점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진석 서울시 주택실장은 “제기동은 전통 시장의 역동성과 한옥의 서정성이 공존하는 보석 같은 곳이다. 지속적인 규제 완화와 공공 투자로 지역의 가치를 높이고 K-건축과 K-컬처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서울의 대표 핫플레이스가 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변화는 이용자 층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정 목적을 가진 방문자뿐 아니라 공간 자체를 경험하기 위해 찾아오는 새로운 이용자가 유입될 수 있다. 이러한 지점들이 확장된다면 시장 내부의 공간 구조와 동선 또한 변화할 수밖에 없다. 

 

제기동에 위치한 서울한방진흥센터 ©BRIQU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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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층은 제기동의 존재를 잘 알지도, 시장을 깊이 걷지도 않는다. 다만 특정 지점까지만 들어왔다가 다시 빠져나간다.  그 경계는 아직 분명하게 나뉘어 있다.  하지만 경동한옥마을이라는 계획이 현실화된다면 그 경계는 점차 흐려질 것이다. 

이 시장이 앞으로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유지될지, 혹은 전혀 다른 성격의 공간으로 재편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곳의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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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동시장 뒷편에 형성된 한옥 형태의 점포와 골목 풍경. 주요 동선에서 벗어난 공간은 상대적으로 정체된 상태로 남아 있다. ©BRIQUE Magazine

 


사업명.
경동한옥마을 조성 사업

위치.
서울시 동대문구 제기동 경동시장 일대

건축자산 진흥구역 면적.
약 52,000㎡

추진 방식 및 일정.
2027년부터 단계적 공공 투자로 핵심 거점 조성 후, 민간 참여 방식으로 확장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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