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조희진 글 & 자료. 건축사사무소 폼아키텍츠 Foam Architects
경기도 양평군에 위치한 이 집은 주변의 풍광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도록 남향으로 창을 내어, 풍경과 채광을 한껏 집으로 끌어들였다. 집안 곳곳에 스며든 빛은 따뜻한 색과 질감의 자연 소재들을 만나 은은한 분위기를 낸다. 이에 ‘볕이 나무에 스미는 집’이라는 뜻을 담아 ‘목양주택木陽住宅’이라 이름 지었다.
목양주택은 사업가 부부와 스무 살이 넘은 두 성인 자녀가 함께 거주하는 주택이다. 처음 계획안을 제안할 당시 두 자녀의 독립과 분가 등을 생각해 두 동으로 분동된 매스의 주택을 제안했었는데, 가족들 모두가 한 공간에서 생활하기를 원해 결과적으로 하나의 매스로 구성된 건물을 설계하게 됐다.
설계 초기에 건축주가 요청한 집의 규모는 약 60평 정도였다. 그러나 집의 기능과 가족실의 규모를 조정하고, 주차 공간을 건물 면적 안으로 들여오는 것을 포함해 최종적으로 지상과 지하 면적을 합치면 150평 규모의 주택이 됐다. 이미 완공이 된 지금도 이 규모의 집은 여전히 낯설고 생경하다.
초기 계획에 비해 규모가 커지다 보니 몇 가지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이 생겼다. 하나는 공사비에 관한 부분이고, 또 하나는 주변과의 조화에 관한 부분이었다.
우리가 선택한 방법은 최대한 단순한 건물을 계획하는 것이었다. 건물의 매스는 심플한 장방형 형태로 정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시공 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하자 요소를 줄이는 데 유리하다. 또한 화려한 수식이 드러나는 외장재를 지양하고, 저채도의 외단열 미장 마감재를 선택해 건물의 표면을 최대한 단순하게 드러내고자 했다.
내부 공간은 건물 중앙의 가족실을 중심으로 두 자녀와 부부 방이 좌우에 대칭적으로 배치됐다. 내부 공간의 구성을 계획할 때, 가족 성원들은 각자의 방의 구성에 대한 이야기보다 가족실의 배치와 용도, 그 중요성에 대한 의견을 많이 들려줬다. 주택을 설계하다 보면 개인의 공간에 대한 바램을 보다 많이 이야기하기 마련인데, 오히려 그렇지 않은 점이 이채로웠다.
아파트 생활을 하던 서울에서 교외의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하면 집 주변에 갈만한 데가 많지 않아 가족끼리 가족실에 모여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다. 집의 중심에 위치한 층고 6.5m의 가족실은 가족들이 바랐던 것처럼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TV를 보며 시간을 보내는 패밀리 라이프스타일의 핵심 공간이다.
가족실 전면을 구성하는 11미터 폭의 유리 파사드는 외부 풍경을 끌어들이는 요소이자, 내외부의 중간 영역인 테라스와 이어져 자연스럽게 외부로 확장되는 성격을 부여한다. 3미터 깊이의 캐노피 또한 내외부의 경계를 희석하는 음영의 장치가 된다. 건물 좌우에 대칭으로 배치된 두 자녀의 방과 부부의 침실로 인해 건물의 입면은 단순하고 견고한 질서를 드러낸다. 테라스의 선형은 이와 대비되는 부드러운 곡선의 실루엣을 가지고 있어 단단하고 안정감 있는 건물과는 대조적으로 주변과 더욱 유순한 관계 맺기를 시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