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태진 글 & 자료. 퓨처리액션스 건축사사무소 Futu-re-actions
서울 성동구 동일로 변, 한 주유소 대지 내 한쪽 구석에 세차장을 설치했다. 이 세차장은 자동차를 위한 공간이면서 자동차를 씻겨주는 사람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 궁극적으로는 주유소 운영자의 부가 수익 창출을 위한 상업 공간이다.“깨끗한 차가 된다는 걸 미리 아는 기다림이요”
우리는 이 ‘자동차 샤워실’에 기능성·경제성·효율성에 기초하여 갖가지 욕구들에 맞닿는 자극을 부가하기로 한다.


욕구를 흡인(suction)하는 간판형 입면
간-물 혹은 건-판(Bill-ding or Buil-board)*. 건물과 간판(Building and Billboard)을 분리하지 않았다. 건물이 간판 그 자체이고 간판이 곧 건물의 일부인 필수불가분의 관계로 설정했다. 입구 상부에 돌출된 삼각형 단면의 처마는 기능적 장식물이다. 처마의 양측면은 막힌 강판으로, 천장면은 타공강판으로, 기울여진 윗면은 마감재 없이 비워진면으로 구성된다. 그 비워진 면은 글자그대로 세차장임을 알리는 ‘CAR WASH’ 7글자 초록색 유리관 네온사인으로 채워진다.
*간-물 혹은 건-판(Bill-ding or Buil-board): 간판과 건물을 합성한 말. 선진우 대표는 건물과 간판이 떨어지면 “건물의 디자인이 미완성인 상태가 된다”고 말했다.




빈면인 빗면을 채우는 빛면이다.
가까이서도 멀리서도 눈에 띌 수 밖에 없는 크기(높이1.6m, 길이 4.4m)이다. 주유소 내 차량의 진입 방향에 맞춤과 동시에 도로 위 운전자 시야각에 최대한 노출되기 위해 도로 측으로 비틀어진 평행사변형의 형태이다.


움직이는 뿌연 실루엣
CAR WASH 유리관 네온사인 아래에는 그 뜻에 걸맞는 ‘차를 씻겨주는 모습’이 희뿌연 막 너머로 실시간 화면처럼 연출된다. 차량이 들어간 후 내려와 닫히는 스피드 도어는 반투명시트로 만들어져 내부의 모습을 희미하게 비친다. 세차하는 모습을 드러내면서도 세차하는 직원의 반(semi)사적 영역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한다.

하얗고 밝은 속 껍질
주변을 은은하게 반사하는 갈바륨 강판 외피와 달리 내부는 바닥을 제외하고 모두 백색계열의 재료로 덮힌다. 백색이면서 깊이감을 갖는 16t 복층 폴리카보네이트, 백색 알루미늄 루버, 백색 단열판넬이 입혀진 내부는 매우 복잡스러운 외부 환경과 반전, 유리된 말끔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물론 세차맨의 숙련도와 세차기의 성능이 실질적인 세차품질을 만들지만 깨끗한 곳에서 깨끗한 차가 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들게하는 것으로 이 건축은 충분히 역할을 해낸다(고 믿는다).



머리, 몸통, 꼬리로 이뤄진 자동차 먹는 기계장치 같은 모양새를 갖는 철판 껍데기(a.k.a. 하우징)
이미 주어진 주유소의 물리적 환경은 세차장의 필연적 형태를 만들어 낸다. 퓨처리액션스의 형태에 관한 동물적감각은 자의적 형태를 만들어낸다.
세차장이 놓일 평면적 최대 범위는 약 5m 높이의 옹벽·지름 50cm의 거대 원형 기둥·화장실 출입 동선·세차 차량 진입동선과 주유 차량의 동선·세차 후 차량의 출구 동선·기존 바닥 배수로·기존 폐수처리 설비 점검구·정화조 점검구에 의해 ‘사다리꼴’로 결정된다. 7.8m x 4m의 직사각형(세차 공간)에 7.8m x 1.5m(설비 및 창고)의 삼각형이 합쳐진 모양이 그것이다. 그 사다리꼴 평면을 수직으로 끌어올린 박스 형태는 이 땅에 세워질 수 있는 세차장의 ‘몸통’이 된다.


여기까지 분석에 의한 필연적 형태가 갖춰지고 부가적 자극을 만들어내기 위해 덧붙이는 요소와 건물의 기능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들의 생김새에 대한 고민이이어진다.
측면에서 바라볼 때 입구 측 상단에는 입구의 존재감을 강조하는 간판형 처마가 삼각형 ’뽀족머리‘ 형태로 돌출된다. 지붕은 그 처마 경사의 반대 방향으로 기울어지며 비대칭적 균형을 만든다. 경사진 지붕을 통해 흘려진 빗물은 출구 측 상부의 물받이로 향한다. 그 물받이는 측면에서 바라볼 때 돌출되지 않고 건물몸체 테두리 꼭지점에 딱 끼워진다. 6m 길이 물받이의 양 끝단 중 한 쪽면은 움푹 들어간 모양을, 그 반대편은 벽 바깥으로 돌출되어 빗물을 바깥으로 흘려보내는 ‘꼬리’가 된다.
출입구와 창을 제외한 머리, 몸통, 꼬리의 모든 외피는 갈바륨 강판으로 덮여 주변 빛깔을 은은하게 반사한다. 내식, 내열성이 좋은 갈바륨 강판이 전자제품·자동차·산업용기 등 곳곳에 활용되어 은근히 눈에 익숙한 덕인지 이 세차장 껍데기에서는 기계미가 풍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