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지아 글 & 자료. 선아키텍처 건축사사무소
아파트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던 2020년, 건축가와 편집자로 20년을 만난 부부가 5살 아이와 함께 살 집을 짓기로 했다. 아파트에 살며 주택을 짓기로 결심한 배경에 흔히들 꼽는 공동주택에서의 불편함은 없었다. 아이가 자연에서 뛰어놀았으면 좋겠다거나 층간소음에 스트레스를 받았다거나 하는 식의 설명은 충분한 이유가 되지 못했다. 내성적인 기질의 아이는 집에서 거의 뛰지 않았고, 윗집 역시 누가 사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조용했다. 사무실이 코앞에 위치해 출퇴근이 용이했을뿐더러 아파트 놀이터에는 늘 아이 친구들이 있었다. 아파트 산책로와 정원도 잘 꾸며져 있어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았으니 실로 완벽한 집이었다.
그러나 방 세 칸 국민주택에 살다 보니 부부 모두 각자 서재에 대한 욕망이 커졌다. 더구나 건축가로서 내 집을 짓겠다는 뜻이 늘 마음 한 켠에 자리했기에 아내의 지지와 더불어 비로소 집을 짓게 되었다.
양평에 있는 땅을 서른 개쯤 봤을까. 앞집의 목련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땅을 만났다. 경사가 가파른 땅을 성토한 땅이었는데 멀리 산이 보이고 가까이 꽃이 보이니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었다. 생각보다 비싼 땅값에 선뜻 계약하지 못하고 몇 달을 마음에 묻어둔 채 한참 다른 땅을 찾다가 결국 이 땅을 골랐다.
아내의 요구사항은 단 하나, 서재였다. 건축가인 내 요구는 개인 서재와 더불어 혹시 모를 용도변경에 대비해 내부구조를 없앤 오픈플랜의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구조에서 자유로워야 했기에 자연스럽게 콘크리트 구조로 결정했다. 세부적으로는 플랫 슬라브를 계획했다. 넓은 면적을 보 없이 설계하기 위해 슬라브의 두께를 키웠다.
비용은 늘 모두의 숙제. 최대한 단순하게 설계해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더군다나 이 집은 패시브하우스를 목표로 하므로 단순함은 이번 주택 설계에 있어 최선의 목표였다.
겉은 벽돌로 따뜻한 느낌을 주지만 속은 노출콘크리트로 이루어져 있다. 오픈플랜에서 시작한 구조체의 단순함이 내부 마감의 최소화로 이어졌다. 노출콘크리트는 처음부터 의도한 것인데 첫 번째는 축열, 두 번째는 비용 절감을 목표로 했다. 돌처럼 밀도가 높은 물체는 에너지를 저장하기 마련인데 축열을 활용하면 내부가 항상성을 유지하기 용이해진다. 열회수환기장치를 24시간 가동하기 때문에 콘크리트가 배출할 가스나 라돈이 축적되는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설계안은 일자형에서 ㄷ자형, ㄱ자형으로 발전했다. 처음에는 분동을 계획하기도 했는데 보일러와 전기 등 요소를 고려해 다시 한 동으로 구성했다. 1층 서재는 초기 계획을 가늠할 수 있는 공간이다. 서재는 현관을 기준으로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 게스트룸으로의 활용을 염두에 두고 화장실까지 설계했다가 관리 문제로 없애고 비용 절감을 꾀했다.
ㄱ자로 배치가 바뀌게 된 데는 경사지에 위치한 땅의 조건이 크게 작용했다. 인근 집들은 모두 담장이 낮고 마당이 넓은 편이다. 그러다 보니 마당으로 난 거실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에 도로 쪽으로 건물을 배치하고 남쪽으로 마당을 두어 풍경이 좋은 방향으로 공간을 열었다. 앞집 목련에 반한 우리 부부에게 식탁 위치만큼은 집이 일자일 때도, ㄷ자일 때도 목련 앞으로 일정하다. 그 덕분인지 식탁은 지금도 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거실과 주방이 열려 있다 보니 공간이 넓어 보인다. 주방에 면한 데크가 있어 산을 바라보며 차 마시기에도 좋다. 산을 바라보며 사는 일이 참 좋은 일이라는 것을 이 집에 와 다시금 깨닫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