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박지일 글 & 자료. 라이프이즈로맨스 LIIR
콘셉트 – 당신의 머무름이 이로움으로
한 청년 농부는 이익만을 창출하는 카페가 아닌, 공간이 위치할 ‘사리’라는 동네의 상생과 나아가 평택의 농산물 홍보의 장으로 사용될 수 있는 선순환의 카페를 의뢰해왔다. 이것이 사리당의 콘셉트인 ‘당신의 머무름이 이로움이 된다’의 모티브가 되었다.
사리당은 도심과 떨어져 녹음에 둘러싸여 있다. 창문을 넘어 들려오는 이런저런 도시 소음에 지친 이들에게 카페 뒤의 매봉산에서 들리는 자연의 소리와 재잘재잘 주변의 방문객이 나누는 담소로 둘러싸여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랐다. 사리당을 둘러싼 자연이 줄 수 있는 무해한 자극, 그리고 오랫동안 터를 잡고 있던 고택을 최소한으로 개조해 건물과 자연이 어우러진 질 높은 휴식을 제공하는 카페의 공간을 갖추고자 했다.
사리당의 건물은 두 개 동으로, 1동은 한옥을 개조한 실내 좌석 공간, 2동은 음료 제조 공간으로 구성했다. 각 동들을 멀찍이 떨어뜨려 배치한 이유는 오래전에 지어진 한옥 고택의 좁은 실내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커피를 제조하는 공간을 과감히 분리하고, 커피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여러 소리에 방문객들의 머무름이 방해받지 않게 한 까닭이다. 또한, 실내에만 집중된 공간이 아닌 1동과 2동 사이의 큰 여백을 통해 2동에서 음료를 주문하고 자연스럽게 고택 주위를 감상하며 거닐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다.
내부 인테리어 – 비움으로써 채워지는 공간
외부의 아름다운 경치를 빌린다. ‘차경(借景)’이라는 단어의 설명이다. 예로부터 한옥의 창문은 널따란 창문을 액자처럼 활용해 변화하는 사계절을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품을 수 있게 했다. 사리당의 공간은 차경과 같다. 벽에 고정되어 있는 그림이나 장식품을 배치하기 보다, 사방으로 큰 통창을 내고 좌석을 공간의 외부로 향하도록 하여 쉼 없이 변화하는 자연과 녹음 진 전경이 사용자들에게 한 폭의 그림이 되길 바랐다.
사용자들의 시선에 녹음 진 전경이 온전히 채워지도록, 공간 내부의 요소는 최대한 비워내고자 했다. 고택의 기둥과 서까래, 주춧돌, 인방 등 구조부를 재가공하지 않고 공간 내부에 전면 노출시켰다. ‘무언가를 가리기 위한 무언가’ 같은 부수적인 요소들을 차치함으로써 개방감 있는 실내 면적을 확보하였다. 건물의 근간을 이루는 기둥과 기둥 사이, 투명한 유리 외 다른 요소들은 비워냈다. 탁 트인 통창 너머, 내부에서는 다양한 방면으로 외부의 전경이 채워지고 외부에서는 건물 너머의 전경이 사용자들의 시선에 채워질 수 있도록 했다. 내부에 사용된 마감재 및 가구의 전반적인 색감을 저채도로 통일시킨 의도 또한, 시선은 적은 자극에서 큰 자극으로 흐른다는 이치를 반영하고자 했다.
외관 및 외부 – 자연 속 사리당, 사리당 속 자연
1동과 2동을 감싸고 있는 6개의 조경 요소들은 각자가 지닌 다양한 녹음을 뽐내며 방문객들에게 자연이 주는 휴식과 자연 속에서의 풍류를 다양한 방법으로 즐기게 했다. 그중, ㄱ자 한옥의 중정으로 자리한 물의 정원은 수형의 단풍나무 주위로 여러 겹의 층을 더해 무게감 있는 정원 이미지를 구현하고자 했다. 단풍나무가 식재된 중앙 영역을 기점으로, 사람들이 밟고 지나갈 수 있는 화산석 도보가 한 겹 더해지고, 그 밖으로 물길이 한 겹 더해지도록 하였다. 물길 위로는 안개가 자욱이 깔려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함으로써 중정의 멋과 풍류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