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석정화 글 & 자료. 조한준건축사사무소 JoHanjun Architects
과밀한 대도시 서울의 중심에서 성북동처럼 여유로운 속도를 품은 동네를 마주하기란 쉽지 않다. 적당히 채워지고 비워진 그 풍경에 이끌려 사무실을 이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지근거리에 있는 대지의 건축 의뢰가 들어왔다. 대상지는 경사 도로에서 바로 진입할 수 있는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구옥으로, 본래 주택이었으나 근린생활시설로 용도 변경되어 사용되던 곳이었다. 층층이 쌓아 올린 매스Mass의 개념에서 출발한 이 프로젝트는 그 구조적 형태를 직관적으로 표현해 ‘스택STACK’(쌓다)이라는 이름으로 계획되었다.




익숙한 장소라 반가운 마음이 앞섰지만, 동시에 공사 과정에서 맞닥뜨릴 위험 요소와 민원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았다. 특히 경사지 뒤쪽 석축 위에 세워진 기존 건축물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일이 가장 큰 고민이었다. 그러던 중 대지의 법적 조건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기회를 발견했다. 2013년에 제정된 지구단위계획 지침*의 변경안이 마침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상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층수 제한이 완화될 가능성을 포착한 우리는 이 사실을 즉시 건축주에게 전달했다.
*지구단위계획 지침: 일정 구역의 건축물 용도와 규모, 높이, 형태 등을 관리하기 위해 정한 도시계획 기준.




이후 일정 조정을 거쳐 인허가를 잠시 유예하고 설계 또한 보류하기로 했다. 당초 몇 개월 정도로 예상했던 지연은 약 1년 반으로 이어졌고, 2022년 가을에 다시 설계를 시작하게 되었다.
변경된 조건에 따라 당초 지하층 포함 4층 규모에서 6층까지 계획이 가능해졌고, 최종적으로는 도로에서 직접 진입 가능한 지하 1층과 지상 5층 규모로 설계를 진행했다.
**셋백Setback: 건축물이 대지 경계선이나 도로로부터 일정 거리 이상 물러나도록 배치하는 것으로, 일조·채광·통풍 확보와 도시 경관 조정을 위해 적용되는 건축 계획 요소.


성북로를 오가는 누구에게나 노출되는 위치였기 때문에 임대형 상가 건축물임에도 불구하고 인지성을 갖는 입면과 매력적인 재료의 질감이 중요한 설계 요소로 작용했다.
성북동의 지형 조건 또한 까다로웠다. 북악산 자락에서 이어지는 지형 특성상 지반은 대부분 암반으로 이루어져 있어 지하층 시공이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도로에서 바로 진입 가능한 구조는 이 대지의 핵심적인 장점이었기에 유지하고자 했다. 이에 암반에서 솟아오른 하나의 돌 조각하듯 다듬은 형태를 구상했다. 노출콘크리트 표면에 수직적인 문양을 더해 질감을 강조하고, 쌓아 올린 매스의 성격이 드러나도록 했다.



이 건축물에는 건축가의 개인적인 기억에서 비롯된 요소도 담겨 있다. 기존 건물에 자리하고 있던 햄버거 가게를 종종 이용하곤 했는데, 신축 이후 더 이상 그 공간을 경험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에 햄버거 번이 층층이 쌓인 형태를 연상시키는 매스를 디자인에 은연중 반영했다. 건축주에는 건물의 모서리를 부드럽게 처리하고 입면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개념으로 설명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기억을 담아내고 있다.



이처럼 도시의 풍경은 결국 일상에서 마주하는 건축물들이 만들어낸다. 이러한 소규모 건축은 대부분 개인과 사용자의 선택으로 이루어지지만, 비록 작은 규모일지라도 도시의 모습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건축사의 역할 역시 결코 가볍지 않다. 앞으로도 이러한 도시의 장면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과 의지를 가지고 이어가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