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박종우 글 & 자료. 이엠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éM Architects
도심 속의 책 쉼터
성동구 매봉산 자락에 위치하는 이 프로젝트는 서울시에서 도시 내의 숲과 공원의 새로운 기능을 모색하면서 공공자원을 활용하여 지역 커뮤니티의 공간 기능을 제공하고자 시작된 사업의 일환이다. 새로이 시작되는 숲속도서관은 앞으로 ‘책 쉼터’의 기능으로 서울시에 다수 조성될 예정이다.
숲, 공원, 옹벽, 그리고 급경사의 도로
대지는 매봉산 자락에 밀집했던 저층 주택들이 고층 아파트 단지로 변화하면서 기부채납으로 만들어진 길다란 사다리꼴 형태의 공원이다. 경사지에 조성된 대지는 북서쪽으로는 동호초등학교 운동장의 긴 옹벽, 동측으로는 거의 1/8 수준의 급한 경사도로가 맞닿아 있고, 공원 남측으로 매봉산 등산로가 횡단한다. 공원 내에는 중앙에 석축으로 만들어진 제법 큰 평지의 타원마당과 그 곳으로 연결되는 산책로와 작은 쉼터가 두어 군데 있었는데 주민들의 활용도가 높지는 않았다.
숲의 풍경과 장소의 재구성
대지의 맥락에 따라 숲 속에 어울리는 책쉼터 공간의 자리 잡기는 뷰를 열거나 닫으면서 숲을 향해 집중하는 흐름으로 전개되었다. 시작 단계에서는 옹벽 쪽에 수목을 더 풍성하게 하고, 아파트와 도로변을 차폐 서가로 활용하면서 매봉산을 바라보는 계획도 유효해 보였으나, 개방하지 않았을 때의 안전 문제가 제기되었다. 진행단계에서 타원마당을 포함한 두 개의 비교적 완만한 레벨을 활용하면서 도서관으로 옹벽을 가려주고 열린 마당을 통한 접근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공공성을 구체화시켰다.
상부 레벨의 책 쉼터는 옹벽과 나란히 긴 서가를 배치하고 타원마당으로 개별 프로그램들이 상자 형태로 관입되면서 진입로에서 펼쳐지는 풍경의 일부가 된다. 서가 사이의 액자형 창에는 주제별 식재의 풍경을 취하고, 서가 고창을 따라 남측의 숲으로 극적으로 열린 숲의 풍경을 만난다.
하부 레벨에서는 타원 마당을 만드는 석축을 따라 자연스럽게 진입하며, 차례로 매봉산 산책로와 운동공간을 만나고 개방 화장실과 장애인 엘리베이터가 있는 지하층으로 이어진다.
목구조의 간결함과 유연성
서가와 일체화되는 긴 형태의 건물과 옹벽을 가리기 위해 마당에서 옹벽 쪽으로 기울어진 일면 경사지붕에 채택된 목조의 구조적인 간결함은 초기부터 고려된 공사비와 공사기간 단축에 큰 역할을 해주었다. 명쾌한 포스트 앤드 빔Post & Beam 형식의 중목구조는 1층 콘크리트 공사가 끝나고, 기둥을 세우고 보를 조립한 후 지붕 방수까지의 과정을 3주 만에 완성시켰다. 기둥 사이의 모듈화된 목재 서가와 목구조의 경쾌함은 공간의 흐름을 유연하게 하면서, 서가 상부와 각각의 프로그램 상자를 잇는 고측창은 숲 속의 나무와 자연의 빛을 내부로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