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정경화 글 & 자료. 제이와이아키텍츠
상업건물의 가치를 발휘하는 방법
강릉근생은 경포대와 KTX 강릉역을 잇는 난설헌로에 면하여 지어진 건축물이다. 난설헌로는 강릉을 찾는 이들 대부분이 오가는 주요 도로이고, 대지는 경포대와 초당 순두부촌까지 걸어서 10분이면 닿는 거리에 위치해 있다. 여러모로 입지가 주는 장점이 많은 곳이지만, 건축주가 처음 이 땅을 매입할 당시만 해도 상업 시설이 드문 외진 동네였다고 한다. 그러다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국내 여행이 활발해졌고, 강원도를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자 경포대와 초당두부촌 상권이 대지 주변 일대까지 이르게 됐다. 프로젝트는 이렇게 상권이 꾸준히 확장되고 주요 도로가 만나는 위치라는 이점을 지닌 대지가 어떻게 상업적 가치를 발휘할 수 있을지를 탐색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건축물을 마주하는 서로 다른 속도
가장 흥미로운 요소는 대지와 만나는 두 개의 도로다. 하나는 대지가 접한 왕복 4차선 도로다. 경포대와 KTX 강릉역을 잇는 주요 도로라 차량의 이동이 많고, 덕분에 대지는 사람들의 눈에 쉽게 띈다. 그들은 차가 달리는 속도로 짧은 순간 이곳을 스쳐 지나간다.
대지와 마주하는 또 하나의 도로는 초당 순두부촌에서부터 이어진다. 이곳은 차량의 이동보다는 근처 순두부촌의 주차장이 다 찼을 때 방문객의 주차 공간으로 쓰이는 편이다. 그래서 늘 북적이고 걸어서 이동하는 사람이 많다. 이 도로를 오가는 관광객은 걷는 속도로 대지를 오랫동안 바라본다. 이렇게 두 도로를 지나는 사람들은 사뭇 다른 빠르기로 대지를 마주한다.
더 크게, 더 인상 깊게
전략은 쉽고 명쾌했다. 대지와 닿은 두 도로에서 크고 눈에 잘 띄는 건물을 설계하는 것이다. 그 방법으로 우리는 매스를 도로에 최대한 넓게 펼치는 디자인을 계획했다. 200㎡의 공간을 도로에 최대한 많이 접하도록 했고 그 결과 두께는 얇고 폭은 넓은, 마치 스크린과 같은 형태가 되었다.
또 한 가지 전략은 착시 효과다. 도로에 서서 대지를 바라보면 그 너머로 강릉의 랜드마크인 씨마크 호텔과 스카이베이 경포호텔이 스카이라인을 이루는데, 실제로는 훨씬 높은 건물이지만 원근법 때문에 낮고 작게 느껴진다. 만약 건물을 3층 규모 이상으로 지으면 씨마크 호텔보다 더 크게 보일 수 있을 정도다.
다만 이곳은 법적으로 2층까지만 가능했다. 우리는 3층 건물 대신 프레임을 짜고 전면에 커튼월을 설치해 같은 규모의 입면을 만들었다. 이제 도로를 지나치는 수많은 관광객은 씨마크 호텔보다 더 커 보이는 이 건축물을 끊임없이 발견하게 된다. 근생건물이 누릴 수 있는 최대의 장점을 획득한 것이다.
앞뒤로 다른 역할을 수행하는 파사드
문제는 내부 공간이다. 건축물의 형상이 얇고 길쭉하다 보니 공간을 이용하기가 애매해졌다. 해결을 위해 바닥의 두께를 다양하게 변형하고 넓은 공간이 필요한 영역과 그렇지 않은 곳을 나누어 구획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테라스가 만들어졌고, 뒤쪽 정원을 향해 열린 공간을 갖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건물의 전면은 도시를 향해 나 있는 거대한 스크린이 되어 도시에 실내의 행위를 그대로 드러내는 역할을 하고, 후면은 콘크리트의 덩어리 감이 느껴지는 입체적인 형태로 주변의 녹지와 자연스럽게 조우한다.
이 건물은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원초적 재료인 콘크리트와 유리, 철로 지어졌다. 재료의 조합과 그것이 만드는 형태의 대비만으로도 흥미로운 공간이다. 동시에 근생으로서 내부에 담기게 될, 아직은 정의되지 않은 행위에 대응하는 최소이자 최선의 공간 언어를 구현하고자 했다. 강릉 하면 강릉커피가 떠오른다. 이제 강릉근생도 이 도시를 표현하는 또 다른 고유명사로 읽히기를 소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