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五感’ 만족을 위한 새로운 공간의 탄생

영국 프리미엄 리빙 편집매장 ‘더콘란샵’, 서울에 문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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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윤선  사진. 최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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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콘란샵, 서울에 상륙하다

영국 프리미엄 리빙 편집매장 ‘더콘란샵The Conran Shop’의 국내 최초 플래그십 매장이 지난 11월 15일 서울 강남에 문을 열었다. 더콘란샵은 영국 디자이너 테렌스 콘란Terence Conran이 설립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전 세계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의 가구와 조명, 침구, 식기 등 주방용품부터 문구, 패션잡화까지 폭넓고 다양한 리빙 아이템들을 선보여왔다. 1974년 설립한 더콘란샵은 최근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리빙 편집매장의 시초이기도 하며, 260여 개의 다양한 브랜드의 트렌디하고 감각적인 아이템들을 한데 모아 놓아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브랜드다.

그간 영국, 프랑스, 일본 3개국에서 총 11개의 매장만 운영돼 왔고, 이번 서울 매장은 더콘란샵의 세 번째 해외 진출이자 12번째 매장이다. 철저한 상권 분석을 통해 백화점에 입점하거나 플래그십 스토어 형태로 운영해온 더콘란샵은 국내 진출을 앞두고 숙고한 끝에 롯데백화점 강남점에 둥지를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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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은 서울 대치동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강남점 신관 1~2층을 통으로 사용한다. 약 1,000평 규모로, 런던 첼시 본점보다도 넓고 전 세계 12개 지점 중에서도 대규모에 속한다. 서울 매장의 인테리어는 앞으로 더콘란샵 매장 인테리어의 스탠다드로 활용하기로 했을 정도로 공을 많이 들였다. 그만큼 더콘란샵의 이번 서울 지점 오픈은 앞으로 더콘란샵의 국내 진출 확장을 기대하게 하는 동시에, 국내 리빙, 라이프스타일 시장에 어떤 새로운 판도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더콘란샵은 롯데백화점 강남점 신관 1~2층에 위치한다. ⓒBRIQUE Magazine

 

‘오감五感’ 만족을 위한 새로운 공간의 탄생

개점 일주일째인 지난 11월 22일 금요일 오후, 더콘란샵을 찾았다. 공간을 직접 체험하고 관계자를 인터뷰해 알게 된 더콘란샵의 숨은 이야기를 비롯, 더콘란샵을 백 배 즐기기 위해 미리 알면 좋을 공간 정보를 오감五感-5가지 감각 키워드로 정리해봤다.

 

메인입구로 들어오면 제일 처음 만나는 풍경 ⓒBRIQUE Magazine
진열되어 있는 르 코르뷔지에의 LC4 체어 ⓒBRIQUE Magazine

 

>> Keyword 1. 시각

흑과 백, 층별로 다른 공간 컨셉

더콘란샵 서울 매장은 2개 층으로, 층별로 공간 컨셉과 제품 구성에 차이가 있다. 먼저 1층은 ‘실험실’ 컨셉이다. 전체적으로 화이트톤으로 밝게 꾸미고, 벽은 3중 접합유리를 사용해 공간의 투명성을 더했다. 진열장도 높게 제작해 상품이 최대한 돋보일 수 있도록 했다. 식기, 패브릭, 향수, 문구, 시계, 아트 포스터 등 장식 및 소품류가 주를 이루며 200가지가 넘는 브랜드를 만나 볼 수 있다. 국내에서 보지 못한 다양한 품목과 디자인, 패턴의 특화된 상품들이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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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소품 섹션 바이어는 “예전에는 특정 소품을 사러 매장에 방문했다면, 이제는 용도나 쓸모에 상관없이 재미있고 신기한 물건에 열광하는 고객들이 많다”며 아기자기한 피규어나 모빌, 테라리움 등 독특한 장식류와 소품이 있는 매대의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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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2층은 ‘클럽 라운지’ 컨셉으로, 차분하고 편안한 분위기로 단장했다. 1층이 소품 위주였다면 2층은 덩치가 큰 가구들이 주를 이룬다. 테이블, 소파, 의자, 침대는 물론 다양한 브랜드의 조명을 한 데 모아 놓은 조명 섹션도 눈길을 끈다. 블랙톤의 인테리어는 각 조명의 아름다움과 특성을 제대로 볼 수 있도록 기능한다. 가구와 함께 해외 디자인, 예술 서적이 큐레이션된 서적 코너도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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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브랜드의 조명을 한데 모았다. ⓒBRIQUE Magazine

 

벽면을 가득 채운 쨍한 파란색

프리미엄 리빙 편집샵이라고 하면 으레 대리석이나 값비싼 건축재료가 쓰였을 것 같지만 더콘란샵 내부는 생각보다 캐주얼하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쨍한 파란색의 벽면. 여기에는 더콘란샵만의 시그니처 컬러인 ‘콘란블루’ 컬러가 쓰여 공간에 경쾌함을 더한다.
알록달록한 일러스트레이션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영국 런던에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존 부스John Booth가 방한해 열흘간 직접 그린 벽화로, 과감한 컬러와 붓 터치가 돋보인다. 그의 일러스트레이션이 그려진 아르텍Artek의 스툴도 전시와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으니 놓치지 말 것.

 

영국 일러스트레이터 존 부스가 직접 그린 벽화 ⓒBRIQUE Magazine

 

백화점의 전형을 탈피한 공간 구성과 동선

백화점에는 창문과 시계가 없다. 시간을 알 수 없게 해 계속해서 공간에 머무르며 소비를 유도하는 것이 전통적인 마케팅 전략이자 공간 구성인 것. 하지만 더콘란샵은 이런 전형에서 탈피해 통유리창으로 빛이 자연스럽게 자연광을 들여 시간과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공간을 경험할 수 있게 했다. 창가로는 고객이 언제든지 앉을 수 있도록 벤치도 내주었다.
내부를 벽으로 나누지 않고 동선을 단순하게 구성한 점도 특징적이다. 단순한 동선 덕분에 매장 전체가 한눈에 들어와 시원한 공간감을 느낄 수 있다. 이 또한 동선을 길게 해 더 많은 제품을 고객에게 노출하고자 하는 일반적인 매장 공간 구성과는 상반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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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eyword 2. 청각

전 세계 더콘란샵에는 동일한 BGM이 흐른다

더콘란샵에 들어섰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는 매장 내 잔잔하게 흐르는 배경 음악이다. 이는 더콘란샵 영국 본사에서 원격으로 조정하는 것으로 전 세계 매장에 동일한 음악을 재생한다. 편안하고 경쾌하면서도 감각적인 배경 음악은 공간에 머무는 동안 향유할 수 있는 더콘란샵만의 또 하나의 즐길거리다.

 

>> Keyword 3. 후각

공간을 연출하는 또 하나의 힘, 향기

또 하나 주목할 것은 공간을 감싸는 향기다. 음악과 마찬가지로 특별히 엄선한 더콘란샵만의 향기는 곳곳에 숨어 있는 발향 장비를 통해 분사되어 공간에 특별한 감각을 더한다.
칸마다 알록달록한 색깔로 꾸민 넓직한 화장실은 국내 고객의 성향과 분위기를 반영해 애초부터 ‘셀피존selfie zone’으로 계획했다. 파우더룸은 물론 매장에서 판매 중인 암체어를 배치해 편히 쉴 수 있게 했다. 화장실에는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스웨덴 오가닉 코스메틱 브랜드인 라브루켓L:A BRUKET의 히노키향 디퓨저 등이 쓰여 공간의 편안함과 쾌적함을 더한다.

 

셀피존으로 꾸민 화장실 ⓒBRIQUE Magazine

 

>> Keyword 4. 미각

테일러 커피Taylor Coffee를 즐길 수 있는 ‘올비Orby 카페’

1층 매장 한편에는 혀끝으로 감미로운 커피 맛을 음미할 수 있는 올비 카페도 자리 잡고 있다. 올비는 ‘테렌스 올비 콘란’의 중간 이름에서 따왔다. 올비 카페는 서울 마포구 등지에서 로컬 브랜드로 주목받았던 테일러 커피와 협업해 더콘란샵만의 커피를 선보인다. 특히 테일러 커피는 유통업계와 한 번도 손잡은 적이 없는 브랜드다. 테일러 커피의 시그니처 커피는 물론, 더콘란샵만을 위해 준비한 ‘콘란 블렌드’와 ‘올비 블렌드’ 원두도 선보인다. 카페 내부는 허먼 밀러 조명과 칼 한센 앤 선 의자 등 매장에서 판매 중인 가구들로 채워 커피를 즐기면서 가구도 체험할 수 있다.

 

올비 카페 ⓒBRIQUE Magazine

 

>> Keyword 5. 촉각

‘자이언트 체어’가 있는 포토존

놓치지 말아야 할 이벤트 중 하나는 칼 한센 앤 선과 협업해 만든 ‘자이언트 체어’다. 이는 칼 한센 앤 선의 쉘 체어를 두 배 크기로 제작한 것으로, 더콘란샵 정식 오픈 전 롯데백화점 거점 점포들에서 열었던 팝업 매장에 전시되어 SNS에서 붐이 되기도 했다. 이곳은 제안하는 공식(?) 포토존이기도 하며, 자유롭게 만지고 앉아볼 수도 있다. 아쉽게도 이 자이언트 체어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폐기할 예정이라고 하니, 실물이 궁금하다면 발 빠르게 방문해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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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콘란샵’은 한국에 무엇을 팔러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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