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홀리스틱 웰니스인가’, 그는 이렇게 말한다

[Interview] 상하 리트릿 CCO & 총괄 건축가 — 캘빈 싸오Calvin Tsao
©Calvin Tsao
에디터. 조희진  자료. TsAO & McKOWN Architects

 

‘상하 리트릿’은 일곱 개의 글로벌 건축 디자인팀이 협업을 통해 디자인을 완성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했는데, ‘웰니스 리트릿wellness retreat’이라는 새로운 분야에서 자신들의 총체적인 비전인 ‘홀리스틱 웰니스holistic wellness’를 구현하는 공간을 어떻게 도출해 낼 수 있었을까. 이 중심에는 상하 리트릿의 CCO(Chief Creative Officer)이자, 이 프로젝트의 총괄 건축가였던 캘빈 싸오가 있다. 뉴욕에 있는 그와 서면 및 온라인을 통해 지난 시간을 공유할 수 있었다.

 

Wellness Lifestyle
① [Focus] 홀리스틱 웰니스 라이프스타일을 전파하는 커뮤니티 — 상하 리트릿 바이 옥타브
② [Interview] 상하 리트릿 CCO & 총괄 건축가 — 캘빈 싸오Calvin Tsao

 


 

캘빈 싸오 ©Calvin Tsao

 

파트너 건축가들과 협업에서 중점을 뒀던 것이 궁금해요.

일관성과 다양성이라는 상충되는 두 가지를 모두 놓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겉으로 균일해 보이는 건 원하지 않았어요. 대신 공통적인 감수성을 찾았죠. 예를 들면, 소속감이라든지, 현대적 스타일과 문화적 정체성의 조합, 또는 민족적 진실성 등이요.

먼저 린든 네리Lyndon Neri와 로사나 후Rossana Hu가 합류했습니다. 둘은 부부로 현재 중국에서 일하고 있고, 남편이 저랑 같은 하버드 건축대학교 출신이에요. 저는 중국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에 오래 살아 셋이 모이면 인터내셔널리즘과 다양한 문화적 이야기를 나눠요. 모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사는 사람으로서 소속감은 무엇인지,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는 지 등을 토론했죠.

장영호Chang Yung Ho 건축가는 건축의 현대적인 언어를 만들며 중국의 사회적 의식을 입히는 데에 집중했죠. 이후 도서관, 푸드 홀 등 프로그램 공간을 만들 때에도 경험이 있는 해외 건축가들을 불렀습니다. 각기 다른 경험에서의 감수성을 바탕으로 저희의 비전이 일관되게 반영되길 원했어요.

 

상하 리트릿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시작된 건가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동정심을 갖고 이해하기’와 ‘나 자신과 집단’ 같은 중요한 테마를 생각하며 자랐어요. 어머니의 영향이었는데요. 자신만이 아닌 세상을 이롭게 하는 데에 대한 마인드셋을 갖고 자랐죠.

중국이 짧은 시간에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얻은 것도 많지만 잃은 것도 많은 것 같아요. 경제 성장 과정에서 상실감을 느끼는 사람들을 보고, 이를 개선할 방법을 생각하다 문득 깨달았어요. 이 방법이 온 세상 사람에게 적용된다는 것을요. 어느 크리스마스였는데, 그간 생각해 온 웰니스 리트릿 아이디어를 동생들과 공유했죠. 동생들도 동의했고, 이 프로젝트에 같이 헌신하기로 했습니다.

찾아 보니 우리가 모든 자원을 갖고 있더라고요. 남동생은 항구 건설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어 재정적 여력이 있고, 여동생은 의사여서 리트릿 의료시설 부분을 맡을 수 있었죠. 저는 건축일을 하니 시설의 기획과 설계 부분을 맡을 수 있었고요. 이 프로젝트는 우리 세 사람 모두의 믿음과 사랑을 담아 만들었다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소리 명상 돔 © Richard Bryant

 

‘옥타브Octave’라는 이름이 인상적입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한국인 친구와 회사 이름을 고민하던 중, 그 친구가 이 이름을 생각해 냈어요. 음악의 한 옥타브에는 여덟 음표가 있잖아요. 여덟 음표로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로 칠 수 있는 음악을 작곡할 수 있죠. 그 소리는 전체적으로 퍼지고요. 저는 나름의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어요. 자신의 음악을 만들 수 있게 모두가 기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요. 그래서 만든 음악으로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로 치면 모두가 들을 수 있는. 보편적인 이상이라고 생각해요.

 

‘상하Sangha’에도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상하는 산스크리트어로 커뮤니티를 뜻해요. 동양과 서양은 종교와 영적 신념을 포함해 서로 다른 문화를 갖고 있는데요. 우리는 동양과 서양을 하나로 모으는 데 중점을 둬 동양과 서양의 관행을 합한 전 세계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고 있어요. 커뮤니티 개념은 보편적이에요. 모두가 커뮤니티를 원하죠. 우리는 이 동네에 속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세상에도 속해요. 러시아 인형처럼, 우리가 속하는 커뮤니티는 크기가 다양한 상자 같아요. 우리는 커뮤니티와 커뮤니티의 정교함에 관심이 있어요.

 

어린이 수영장 모자이크 벽화 © Seth Powers

 

상하 리트릿이 추구하는 웰니스는 무엇인가요?

웰니스를 위해 우리가 기여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어요. 중요한 질문이죠. 다이어트를 하고, 성형 수술을 한다고 웰니스가 실천되는 것은 아니에요. 물론 그런 서비스도 제공해야죠. 더 중요한 것은 사람들을 모아서 자신과 집단의 웰니스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에요. 이것이 상하 리트릿의 비전이고, 그것을 위해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상하의 리트릿의 미션이에요.

웰니스 프로그램으로 사람들을 끌어 들이되, 그것을 사용해 진정한 웰니스에 대해 교육하고 더 나아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죠. 한 단계씩 웰니스 습관을 들이며, 그 다음 단계가 뭔지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훈련을 시키는 거에요.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이런 대규모 프로젝트는 모든 방면의 협업이 중요해요. 정부 측에서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포용하지 않으면 왜 이런 대규모 프로젝트를 짓는지 의문을 가지거든요. 쑤저우 지자체의 지원도 필요했죠. 마침 옥타브 운영을 맡은 제 남동생이 항구 건설업에 있어서 중국 해운업과 관련된 터라, 정부로부터 허가받는 과정을 담당했어요. 처음부터 정부와 협력했고, 땅을 찾는 과정에서 도움을 받았어요. 허가 절차도 원활하게 진행됐죠. 입지를 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을 보냈지만 정부의 협력을 통해 멋진 호숫가 땅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리빙룸 바이 옥타브 식당 © Yang Tan
© Yang Tan

 

특별히 신경 썼거나 애정이 많은 공간이 있다면요?

호수 옆에 사우나가 있어요. 4중 유리로 된 큰 창이 있어서 호수 풍경을 바라보며 저녁에 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죠. 아는 사람과 가지 않는 이상 보통 사우나는 상자 같은 공간 안에 앉아서 벽을 보며 자신을 성찰하게 되는데, 이곳은 호수와 노을을 보며 명상을 할 수 있어서 고유의 경험을 선사해요.

앳 원 웰니스 센터에 있는 메인 수영장에는 크나이프 요법과 부양 요법 등 여러 가지의 웰니스 테라피 공간이 있어요. 굉장한 공간이에요. 여러 개의 천창으로 뚫린 커다란 동굴 같은 공간인데, 햇빛이 다양한 방식으로 퍼져요. 사람들이 그냥 앉아서 햇빛을 볼 수 있어서 좋아하더라고요. 안에는 터키식 하맘이 있고, 그 하맘 안에 돔이 있어요. 공간 안에 사물, 그 사물 안에 공간, 그 공간 안에 사물, 이렇게 공간과 사물이 꼬리를 물며 이어져요. 각 공간 안에 다양한 스타일의 평온함을 경험할 수 있답니다. 이외에도 그룹 세션이 가능한 몇 개의 큰 룸이 있고, 개인 리트릿 경험을 가질 수 있는 작고 프라이빗한 공간도 있어요. 부모들이 치료받을 시간에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수영장과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어요.

명상 산책 코스가 있는 정원이 있는데, 그 코스 끝에 언덕이 있어요. 그 언덕 아래에 있는 공간으로 이어지는 문이 있는데, 그 공간이 소리 명상 돔이에요. 돔을 만들고 흙으로 덮어 언덕처럼 보이게 한거죠. 돔 안에는 룸 어쿠스틱이 완벽해서 한쪽에서 속삭이면 반대편에서 정확하게 들려요. 이 공간은 소리 명상을 위한 공간이에요. 돔 공간 위에는 판테온Pantheon처럼 동그란 구멍이 있는데 햇빛이 들어와서 가만히 앉아 있으면 햇살의 움직임으로 몇 시 쯤인지 가늠할 수 있어요.

호수 옆 산책로는 상하이에 사는 미국인 조경가와 협업한 공간인데, 호수 가장자리를 따라 물에 떠 있어요. 호수임에도 조수가 있어 아침과 낮의 수위가 다르거든요. 그래서 그 산책로를 걷는 경험도 수위에 따라 달라져요. 건축물과 자연이 상호작용하는 경험을 선사하죠. 너비는 2미터 채 안 되고, 커뮤니티 농장에서 시작해서 앳 원 웰니스 센터 입구에서 끝나는데, 산책하며 보는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요.

 

스파로 향하는 계단 © Seth Powers

 

기억에 남는 의미있는 이야기가 있으면 공유해 주세요.

어린이 수영장에 모자이크 타일로 만들어진 벽화가 하나 있어요. 다양한 아이들의 얼굴로 이루어졌고, 벽화 속 몇 아이들의 입에서는 물도 뿜어나와요. 모델은 우리 직원들의 아이들이에요. 기획 도중, 직원들에게 자녀 사진을 이 프로젝트에 흔적으로 남기고 싶은지 물어봤어요. 이후 아이들을 모아 사진을 찍고, 그것을 모자이크로 만들어 벽화로 만들었죠. 이 프로젝트에 마음과 영혼을 바친 사람들의 추억과 명예가 남아 의미가 있어요.

 

집에 있는 느낌을 선사하겠다고 하셨는데, 어떤게 구현했나요?

집은 소외감과 위협감이 없고, 환영받는 느낌, 소속감, 그리고 친숙한 느낌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이를 실현하는 데에는 서비스가 큰 부분을 차지하죠.

건축적으로는 비율에 대해 신경을 썼어요. 큰 공용 공간을 작게 나눠 공간의 시리즈로 구성했어요. 아파트는 3층까지만 올렸고, 주택도 인간의 경험적인 요소로부터 접근했기에 비율에 신경을 썼죠.

리트릿 시설에 도착하면 먼저 커다란 문을 만나요. 곧은 길을 따라 곧장 룸으로 향하지 않고 다소 둘러가는 방식으로 연출했어요. 접근성도 또 하나의 요소예요. 뭔가를 먹고 싶을 때 룸에서 주문하고, 배달받고, 계산서에 서명하는 것은 다른 호텔에서 하는 똑같은 방식이죠. 저희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직원들의 친절함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죠. ‘올인클루시브’ 페이는 가격에 다 포함돼 있어 머무는 동안 마음껏 먹을 수 있어요. 직원들이 다가가 주문을 받거나 푸드 홀이나 카페 공간에 직접 가서 주문하는 다이닝홀 방식이에요. 서로 소통하게 돼 있죠.

 

어린이 수영장 모자이크 벽화 © Seth Powers

 

직원들을 위한 공간에도 세심하게 고려했다고요.

서비스 직종에 있는 직원들도 환대를 받는 것. 상하 리트릿의 ‘집에 있는 느낌’은 고객들만 위한 것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느낌이에요. 건물의 직원 겸 서비스 공간(BOH)은 공통적으로 케어가 제일 덜 들어가는 공간인데, 직원들이 일할 때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쓰고 멋지게 만들었어요. 직원들이 쉬는 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직원 전용 카페가 있고, 일할 때 직원들의 아이들을 돌봐 줄 수 있는 케어 시스템과 공간이 있어요.

리워드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들도 리트릿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고요. 손님들이 자유롭게 시설을 사용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같은 공간에서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 시설을 사용하지 못한다면 소외감을 느낄 수 있잖아요. 직원이 행복하면 손님도 행복하니까요. 손님도 직원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따뜻함과 손님에 대한 관심을 느끼도록 지원하는 거죠.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는지요?

사람들에게 도움 되는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둬요. 고객의 반응을 반영해 리트릿 프로그램을 더욱 고도화시켜요. 상하 리트릿의 유일한 목표는 사람들이 사고방식을 바꿀 수 있도록 돕는 거예요. 자연스럽게 변화하도록 지원해요. 본인이 진정으로 라이프스타일을 개선해 나가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요. ‘웰니스를 어떤 방식으로 제안하면 부담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계속 되물어요.

진정한 웰니스는 몸과 마음이 함께 변화해야 다다를 수 있어요. 저희가 해야할 일도 그 지점에 있어요.

 

상하이에 있는 리빙룸 바이 옥타브 © Seth Powers

 

캘빈 싸오Calvin Tsao
뉴욕 브루클린에 위치한 건축사사무소 TsAO & McKOWN의 공동 설립자이다. ‘상하 리트릿 바이 옥타브’의 제안자이고, 상하 리트릿의 총괄 디자인을 맡았으며, CCO(Chief Creative Officer)로서 웰니스 프로그램 큐레이션을 담당했다. 상하 리트릿을 최첨단 웰니스 리트릿으로 만들기 위해 1년 동안 시장에 존재하는 스파는 다 방문했고, 물리적인 환경에 영향을 미치며 사회적으로 기여하기 위해 건축가가 됐다. 현재 로만 아메리칸 아카데미American Academy in Rome 이사회의 의장이고, 뉴욕 건축 연맹The Architectural League of New York의 명예회장이다.

 

‘Wellness Lifestyle’ 전체 이야기를 담은
‹브리크brique› vol.14 👉더 알아보기

©BRIQUE Magazine
You might also like

건축에도 올드머니룩Old Money Look이 있을까?

[정해욱의 건축잡담] ⑩ 정통과 퓨전의 변증법에 관하여

스테이 창업 전, 반드시 두드려보아야 할 돌다리 ‘스테이 스쿨’

스테이 스쿨 강사진으로부터 미리 들어보는 생존 전략

일상의 웰니스 라이프 큐레이터에게 묻다

[Wellness Lifestyle] ⑧ Life Curators

패러다임 전환의 시대

[Portrait] 호텔을 만드는 사람 한이경

짓기 전에 꼭 넘어야 할 스무고개가 있습니다

[다시 만난 브리크의 공간] ① 서교동 카페 ‘콤파일Compile’ 황지원 대표

우리나라 아파트 디자인의 이면

[정해욱의 건축잡담] ⑨ 건축가가 발견한 디자인 특이점에 관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