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다임 전환의 시대

[Portrait] 호텔을 만드는 사람 한이경
에디터. 최성우  사진. 곽신  자료. 폴라리스 어드바이저

 

다년간 글로벌 호텔 브랜드의 신규 프로젝트를 이끌어 온 한이경 폴라리스 어드바이저 대표. 그런 그가 요즘은 도심의 호텔이 아닌 정글, 숲, 사막으로 떠난다. 우리 삶을 바라보는 관점도 완전히 바뀌어야한다고 이야기한다. 패러다임 전환이 진행 중이라는 것. 그중에 웰빙, 웰니스가 자리해 있다.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호텔과 리트릿, 도시와 로컬, 그리고 웰니스의 파도 위에 균형감 있게 나아가고 있는 한이경 대표. 그가 한국에 돌아와 만든 자신의 첫 공간 ‘원앙아리’에서 만났다.

 

오래된 건물과 동네를 치유하다

 

낡은 여인숙을 재생한 공간을 오픈한다는 소식을 공개했을 때,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을 듯해요. 이 건물은 어떻게 만나게 됐나요?

완벽한 우연이었어요. 먼저 보고 있었던 지역은 서촌이었는데, 갑자기 부동산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어요. 다른 지역을 알아 보려고 친구를 통해 소개받은 부동산 사장님이 처음 보여준 건물이 바로 지금의 원앙아리에요. 이 동네도 그때 처음 와봤어요. 예전에 여인숙으로 사용했던 건물이어서 지금처럼 건물 전면에 유리창도 없었죠. 아주 폐쇄적인 건물이었어요. 골목은 인적도 드물고 상대적으로 더 어두침침했고요.

 

한이경 폴라리스 어드바이저 대표 ©BRIQUE Magazine

 

건물의 첫 인상은 어땠는지.

안으로 들어가니 굉장히 우울하고 어두침침했어요. 마치 한쪽 구석에 사람이 쭈그리고 앉아 있는 듯 서늘했어요. 근데 왠지 할 얘기가 많은, 사연이 있어 보이는 그런 공간이었어요. 순간 어떤 끌림 같은 감정이 솟아 오르더군요. 생각해보면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의 서대문형무소가 서대문구치소라 불리었을 때, 이곳은 수감자 옥바라지를 하던 가족이 머무르던 곳이었어요. 가격이 저렴한 여인숙이라는 점에서 넉넉지 않은 분들이 드나들었을 거잖아요. 금새 애잔한 마음과 슬픔이 묻어 났어요.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울며 밤을 지새웠을까요. 얼마나 큰 좌절감을 느꼈을까요. 그런 생각이 들어 이곳이 더 소중하게 여겨졌어요.

 

원앙아리가 동네에서 어떤 공간으로 자리잡길 바랐나요?

원앙아리가 처음 들어서자 거리를 지나다가 잠시 멈춰 서서 건물을 바라보다 가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안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치 연극무대를 보고 있는 것만 같더라고요. ‘이 동네에 이런 곳이 있어? 의외네’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았어요.

낙후된 동네라고 좋은 공간이 생기면 안되는 법이 있나요? 원앙아리를 만들면서 웅크리고 있던 사람이 벌떡 일어나 크게 소리치듯 긍정적 에너지를 내뿜는 건물로 바꿔보고 싶었어요. 인사이트가 넘치는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를 마련하고, 관련 없어 보이는 주제들을 섞어 보는 시도도 해 봤어요. 음악으로 공간 안에 침체된 에너지를 달래주기 위한 콘서트도 자주 열었어요. 첼리스트 성승한, 재즈 가수 웅산 등 여러 아티스트들이 공연을 했어요. 건물 입면을 뚫어 안팎에서 볼 수 있도록 한 것도 에너지의 선순환을 고려한 것이예요. 물리적 경계를 허물어 공간이 조화롭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살다 보면 부정적인 부분은 숨기려고 하는데, 저는 모두 털어놓고 꺼내야 트라우마를 해소하고 치유할 수 있다 생각해요.

 

©BRIQUE Magazine

 

오래된 건물을 고쳐서 쓴다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아요.

슬픈 역사를 지녔던 이들의 흔적을 지키고 싶어서 새로 짓지 않고 오래된 건물을 유지해 사용하기로 했어요. 낡은 건물은 구조가 문제이기 때문에 그냥 집 속에 집을 지었어요. 예전의 모습을 기억할 수 있도록 일부러 곳곳에 흔적을 남겼어요. 가장 우려했던 부분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여인숙이어서 층고가 낮았다는 점이었는데, 운좋게도 바닥에 아궁이가 설치돼 있어 구들장을 다 걷어내고 나니까 층고가 높아졌어요. 다행이었죠.

 

이 건물은 어떤 매력을 가졌을까요?

공사하는 동안 매일 현장을 돌아봤어요. 철거할 때, 벽지를 뜯어내는 것을 가만히 보니 그 안에 벽지가 나오고 또 나오고 양파 속처럼 역사의 페이지가 계속 나오는거죠. 그 자체로부터 굉장한 울림이 있었어요. 주눅 들어 있던 공간이 “거봐 나도 이렇게 할 수 있어”라고 이야기해주는 것 같았죠. 원앙아리에 있으면 매일 그런 감정을 느껴요. 공사하는 동안 공간디자이너와 현장소장님께 공간을 소중히 다뤄달라고 주문을 외우듯 반복해 말씀드렸어요. 저 스스로도 말할수록 더 예뻐 보이고 애정이 생기게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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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에서 부동산 디벨로퍼로

 

건축 설계에서 부동산 개발로 직업을 전환한 이유가 궁금해요.

저는 철학과 콘셉트, 디자인을 강조하는 건축을 했었어요. 제가 건축교육을 비판하는 지점은 교육과 실제 현장의 상황이 너무나도 다르다는 거예요. 이상과 현실의 차이가 너무 커서 괴리감이 들 정도니까요. 아무리 좋은 대학을 졸업해도 건축과 졸업생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초봉을 받아요. 게다가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자본의 논리에 의해 한순간에 쓰레기통으로 들어가죠. 이런 상황을 반복해 겪다보니 좋은 공간을 만들려면 다른 길을 선택해야겠다는 생각이 뚜렷해지더라고요.

미국에서 낡은 집을 매입해 개조해서 팔아 본 경험이 있어요. 이후 부동산 개발 대학원을 졸업해서 완전히 디벨로퍼로 전향했어요. 지금도 잘 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건축가로서 공간을 만드는 것보다 부동산 디벨로퍼로 공간을 만드는 게 훨씬 영향력 있고, 결정할 수 있는 영역도 넓어요. 좋은 건축가를 선정해서 그들이 좋은 건축을 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며 도와주는 역할이 저에겐 잘 맞아요.

 

상하 리트릿 © Calvin Tsao, TsAO & McKOWN Architects

 

호텔 개발은 언제부터 하게 됐나요?

첫 직장이 미국 인트라웨스트Intrawest라는 리조트 개발 회사였어요. 스키장, 콘도, 리조트를 주로 개발하는 곳이었죠. 주거, 오피스, 리테일 등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분양하거나 임대를 완료하고 나면 끝나요. 그런데 호텔이나 병원은 달랐어요. 끝없이 안고 가야하는 프로젝트였어요. 24시간 운영되기도 하고 사람이 이용하는 공간이잖아요. 그래서 사람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야 하고 굉장히 복잡할 뿐만 아니라 예민하게 일을 진행해야 했어요.

호텔은 다양한 협업이 재밌어 즐겁게 일하다보니 호텔 프로젝트를 많이 맡게 됐고, 호텔 개발이 전문 분야가 되었어요. ‘상하 리트릿’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전까지는 전통적인 호텔 개발 방식으로 접근했어요.

 

웰니스 리트릿 프로젝트는 ‘상하 리트릿’이 첫 시작점이었군요.

상하이에서 ‘홀리스틱 웰니스 리트릿Holistic Wellness Retreat’이라는 생소한 개념의 리조트를 개발해야 하는 미션을 받고 난 뒤부터는 모든 게 정말 많이 달라졌죠. 공부도 열심히 했지만, 저 스스로에게도 새로운 변화의 시작점이 됐죠.

당시에는 메리어트, 힐튼, 스타우드 호텔 리조트가 최고라고 여겨 왔었는데, 리트릿이라는 생소한 장르를 스터디하면서 처음에는 럭셔리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파고들수록 미래 공간의 형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융합돼 좋은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는 곳이 돼야 한다는 점, 그리고 다음 세대의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됐죠. 다시 이야기드릴텐데, 세계적인 패러다임의 변화와 연결되는 것이 이 부분이에요. 

 

© BRIQUE Magazine

 

지금, 웰니스Wellness

 

원앙아리에 ‘홀리스틱 웰니스 리트릿’ 개념을 도입했다 하셨는데, 리트릿과 웰니스는 어떻게 연결되나요?

먼저 배경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요. 지금 전세계적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어요. 이것은 산업혁명에 비견할 만큼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요. 팬데믹 이후 웰니스, 마인드풀니스 명상, 사운드 배스, 힐링 등 새로운 단어들이 속속 수면 위에 떠올랐어요. 그런데 이를 표면적으로만 접근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근원적인 원인은 수면 아래를 봐야해요. 학창시절에 배웠던 뉴튼의 중력 법칙, 다윈의 진화론 같은 고전 과학은 물질과 정신을 분리해 생각해요. 과학과 비과학으로 나누고, 계층 구조(hierarchy)를 정해 두었어요. 그러다보니 샤머니즘, 대체의학 등은 미신이고 비과학적이라고 단정 짓죠. 눈에 보이는 것만 중요하게 생각해 자연의 순리를 거슬러 침범하기에 이르렀죠.

코로나19는 인류에게 큰 경각심을 줬어요. 자기다움을 찾겠다며 명상을 하고, 힐링을 중요시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났어요. 그동안 쌓여왔던 것에 대한 반대급부인 것 같아요.

 

그동안 비과학이라고 생각했던 영역을 과학자들은 이제 어떻게 설명하고 있나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를 통해 ‘양자역학’을 들어 보신 분들이 많을텐데요. 양자역학은 물질 세계의 미시 영역에 존재하는 원자, 전자를 다루는 연구 분야입니다. 에너지 즉 ‘기氣’라는 카테고리를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근거도 바로 양자역학이에요. 어릴적 배가 아플 때 어머니가 ‘엄마 손은 약손’이라며 만져주면 실제 낫는 경험을 해 본 적이 있으실 거에요.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이같은 행동이 과학적 근거가 있다는 논문이 실렸는데요. 배를 만져주면 신경이 자극돼 뇌에 전달되고, 이를 통해 통증이 완화되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설명해요.

인간의 신체는 균형이 깨지면 아픔을 느낍니다. 전체적인 조화로움과 균형이 아주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된거죠. 신생물학에 따르면, 인간의 모든 세포들은 서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 세포가 축적한 경험과 지식을 합쳐 생존해 나간다고 해요. 즉 협동의 시대, 조화의 시대가 도래했고, 인간 역시 만물의 영장이 아니라 지구를 이루는, 더 넓게는 우주를 이루는 하나의 요소이기 때문에 전체 시스템 중 하나로 살아가야한다는 거죠. 홀리스틱한 관점으로 자연의 순리대로, 우주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 한다는 각성이 일고 있어요.

 

© BRIQUE Magazine

 

이제 좀 알 것 같습니다. 패러다임의 전환을 언급한 이유도요.

‘웰빙’은 인간이 지구와 우주가 흘러가는 방향과 같이 살면서 주위에 어떠한 변화가 오든 중심을 잡고 자신과 조우하면서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에 집중하는 것을 말해요. ‘웰니스’는 웰빙에 다다르기 위한 도구이자 역할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깨어 있음, 알아 차림이라고 설명하는 부분도 웰빙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이에요. 구체적인 방법으로 명상, 사운드 힐링, 요가 수련과 같은 웰니스 액티비티wellness activity를 제시하죠.

여기서 저는 명상 자체보다 왜 명상을 하는지, 어떤 결과를 얻어야 나한테 유익을 주는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알고 하는 것과 모르고 하는 것은 굉장히 큰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인식이 필요해요. 그렇지 않으면 이것 또한 트렌드 중 하나가 되어 버릴 가능성도 있어요.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고 중심을 잘 잡고 있으면 일을 할 때나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을 때에도 풍성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럼요. 조직의 변화도 가져다 줘요. 산업혁명 아래에서는 상급자가 시키는 대로 실행하는 상명하복 구조였잖아요. 패러다임의 전환 시대에는 대화를 해야해요. 그래서 잘 들어주고 포용할 줄 아는 사람들이 새로운 리더가 되고 리더십도 재정의 되죠. 서로 협력하고 포용하는 여성성이 주류가 되는 사회로 바뀌게 되는거죠. 개인과 사회의 성숙도도 중요해요. 성숙한 상태여야 서로 다른 점을 인정하고 포용할 수 있거든요. 사고, 생각 등 무형적인 부분들이 근간을 잡아 주면 유형적인 요소들도 자동으로 따라오게 될 거에요. 민감해야 하죠. 심미성보다 사용자 입장에서의 배려가 더 중요해요. 

 

© BRIQUE Magazine

 

전세계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했는데, 시장의 관점에서 우리나라 호텔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2019년 기준, 관광산업의 GDP 기여도가 OECD 51개 국가 중 우리나라가 제일 낮아요. 세계 평균은 10.4%, 중국은 10.9%, 일본은 7.5%를 기록했어요. 한국은 2.8%에 그쳤죠. 결과가 보여주듯 우리나라 호텔 리조트 산업은 아직 초기 단계에요. 그래서 앞으로 가능성 또한 많은거죠.

제가 이렇게 분석한 이유는 네 가지인데요. 첫째, 자기만의 성격을 뚜렷하게 가지고 있는 호텔이 없어요. 둘째, 서울, 부산, 제주에만 호텔이 집중적으로 있는 등 지역 불균형이 심해요. 출장을 가거나 여행을 계획할 때도 숙소를 찾는 미션이 가장 어려울 정도죠. 셋째, 호텔에 대한 금융권의 심리적인 장벽이 높아요. 즉 호텔 개발을 하고자 할 때,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잘 되지 않아요. 호텔이 금융 관점에서 위험 상품인 것은 사실이나, 해외에서는 ‘블랙스톤Black Stone’, ‘모건 스탠리Morgan Stanley’ 등을 통해 호텔 상품의 투자가 진행되고 있어요. 이들의 경우, 호텔 상품에 투자해 자산가치를 높여 엑시트exit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도 해요. 넷째, 호텔이 금융 상품으로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는 편이에요. 호텔이 금융상품으로 거래가 활성화 되려면, 미국과 같이 투명한 가치측정(valuation) 시스템을 통해 호텔 가격이 책정되어야 해요.

 

지역에 괜찮은 호텔을 공급하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새로운 브랜드가 중요한 것이 아니예요. 글로벌 호텔 브랜드의 운영 시스템과 예약망을 배워와야 해요. VIP 멤버를 1억명 이상 확보하고 있는 메리어트 호텔 체인도 호텔 사이트에서 직접 예약을 유도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어요. 만약 국내에 글로벌 호텔 체인이 있다면, 해외 어디에서나 예약해서 한국 지역을 방문하게 되는거에요. 고속도로가 뚫리는 것과 마찬가지죠.

호텔은 효율성이 굉장히 중요해요. 기본적인 유지 관리, 운영 인력 배치, 다양한 서비스 제공 등 글로벌 호텔 브랜드의 견고한 매뉴얼을 통해 어떤 상황이 생기더라도 빠르게 대처하고 해결이 가능해요. 예전에는 글로벌 호텔 그룹은 브랜드마다 세계 어느 도시를 가든 다 똑같은 분위기를 주는 디자인을 채택했어요. 요즘은 각 국가와 도시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분위기와 지역성을 반영하는 추세예요. 지역성을 담은 로컬 호텔 개발 또한 글로벌 호텔 체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거죠.

 

원앙아리 내부 계단 © BRIQUE Magazine

 

소도시 호텔과 한국형 웰니스 리트릿

 

부동산 디벨로퍼로서 앞으로 펼치고 싶은 일을 소개해 주세요.

저는 충남 부여, 강원 정선, 전북 고창과 같은 한국의 지방 소도시에 중저가 글로벌 호텔 브랜드를 개발하고 싶어요. 그렇게 해서 관광산업에 시스템적으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더 많은 해외 관광객들이 방문할 수 있도록 돕고요. 국내 관광객들도 편하게 여행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에 기여하고 싶어요. 나아가 한국만의 웰니스 리트릿도 만들어 보고 싶어요.

 

웰니스 리트릿을 만들기에 우리나라는 어떤 장점이 있나요?

저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을 믿어요. 웰니스 리트릿의 고객은 기본적으로 마인드가 달라요. 그들은 이미 럭셔리를 충분히 경험했기 때문에 진정성과 지역성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오직 그곳에 가야만 경험할 수 있죠. 해외의 웰니스 리트릿은 비행기와 차 갈아 타기를 반복해야 도착하는 오지에 있어요.

반면에 우리나라는 자연에 가까이 있어요. 국토의 70%가 산이고, 백두대간을 살펴보면, 태백산, 지리산 등 산마다 각기 다른 풍경을 갖고 있어요. 또한 유독 영지가 많아요. 치유는 땅의 기운을 받는 것이기도 하니, 좋은 땅에서 쉬면 땅의 기운을 받아 머리가 맑아지죠.

 

© BRIQUE Magazine

 

 

좋은 콘텐츠로 발전 가능한 다양한 재료가 있다는 말씀이군요.

네. 한국 어느 지역이든 이야기가 풍부해요. 이것이 바로 스토리텔링의 근간이고, 곧 브랜딩이죠. 현대에 와서 임의적으로 지어낸 스토리가 아닌 자연스러운 스토리텔링의 힘은 강력해요. 건국신화, 무속신화, 설화와 같은 이야기에서부터 굿, 무당까지도 저는 그 속을 들여다 보면 굉장히 중요한 가치들이 녹아 있다고 생각해요.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린 뮤지컬, 연극과 비교해봐도 손색이 없어요. 그중에서 굿은 사람들에게 퍼포먼스적으로 감동을 주는 점도 있지만, 보는 사람들의 안위와 평화를 기원하고 넋두리를 달래주는 감동을 준다고 생각해요.

젊은 세대가 전통 굿을 이수하면서 더욱 세련되게 대중들에게 다가가는 것도 목격했는데요. 어촌에서 물고기를 많이 잡기를 기원하는 ‘풍어제’에서 굿을 할 때, 고기를 많이 잡도록 기원하는 것도 좋지만, 그물 속에 잡혀 갇힌 물고기들이 얼마나 무서울까 그들의 마음까지 보듬어 주면 좋겠다는 마음이 와닿았어요. 이것이 바로 홀리스틱, 다 함께 잘 살자는 기조에요. 굿을 현대적으로 해석해서 문화예술 퍼포먼스로 만들면 굉장한 힐링 콘텐츠가 될 거예요. 

 

자신의 공간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고 싶은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누구나 바로 시도하고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보통 방에 침대를 둘 때 벽에 붙여 두는 경우가 많죠. 반면에 호텔은 객실의 정중앙에 두죠. 그래서 먼저 침대의 위치를 바꿔 보시라고 권하고 싶어요. 침대 양 옆에 스탠드까지 두면 세팅 완료. 확연하게 느낌이 달라지는 걸 경험하실 수 있을 거에요.

생활 속에서의 작은 변화가 마치 나비효과처럼 커다란 임팩트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매일 일상 속에서 할 수 있는 일부터 먼저 해보아요.

 

© BRIQUE Magazine

 

한이경
메리어트 호텔 그룹의 한국 신규 호텔 오픈에 관한 전반적인 과정을 컨설팅하는 폴라리스 어드바이저Polaris Advisor 대표. 미국과 네덜란드에서 건축가로 일하다가 호텔, 리조트 개발로 전향하며 부동산 디벨로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메리어트 호텔, 힐튼 호텔, 스타우드 호텔 등 여러 글로벌 호텔 개발 프로젝트에 관여했으며, 아부다비 루브르 박물관이 있는 싸디앗 섬의 문화지구 마스터플랜도 맡았다. ‘상하 리트릿’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웰니스 리트릿 개발의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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