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디자인 선구자 ‘샬로트 페리앙’, 향으로 남다

이솝Aesop, 헌사를 담은 새 향수 ‘로즈 오 드 퍼퓸’ 출시
ⓒBRIQUE Magazine
에디터. 박종우  자료. 이솝 Aesop

 

글로벌 스킨케어 브랜드 이솝Aesop이 네 번째 향수 ‘로즈 오 드 퍼퓸’을 선보였다. 로즈 오 드 퍼퓸은 프랑스의 유명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였던 샬로트 페리앙(1903~1999)의 삶과 그녀의 이름을 딴 장미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이솝은 출시에 앞서 지난 4월 16일과 17일 이틀간 서울 성수동 복합문화공간 코사이어티cociety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는 일반적인 기자간담회와 달리, 조형물과 공간을 통해 신제품의 컨셉과 메시지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공간 곳곳에서 제품의 모티브가 된 20세기를 대표하는 여성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였던 샬로트 페리앙을 향한 존경과 헌사로 가득했다.

 

코사이어티 내 ‘로즈 오 드 퍼퓸’ 전시 공간 ⓒBRIQUE Magazine

 

보이지 않는 향을 눈에 보이도록
간담회가 진행된 코사이어티는 ‘창작자를 위한 커뮤니티’를 표방하는 멤버십 공유 공간으로, 전시 공간도 운영하고 있다. 컨셉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달라지는 전시공간은 이번 이솝의 ‘로즈 오 드 퍼퓸’과 샬로트 페리앙이 품은 메시지를 표현하기 적격이었다.
이솝은 코사이어티의 전시공간을 총 세 개로 나눈 뒤, 조형물을 설치하거나 영상을 상영하는 등 여러 방법을 사용했다. 이를 통해 새 향수가 가진 매력과 영감이 된 샬로트 페리앙의 삶을 시각적으로 구현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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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뛰어넘은 디자이너, 샬로트 페리앙
샬로트 페리앙은 20세기 모던 디자인을 이끈 디자이너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남성이 지배적이었던 건축과 산업 디자인계의 1세대 여성 디자이너로서 오늘날 주거환경 디자인에 큰 영향을 미쳤다. 현대 건축의 아버지라고도 불리는 르 코르뷔지에와 10년간 일하며 가구 및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서 일했다. 이후 일본 정부의 산업 디자인 고문으로 일본에 머무는 동안, 일본의 전통 공예와 건축을 배우며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해냈다. 이어 인도차이나 반도에 머물며 지역 문화와 전통 공예 배우기를 멈추지 않았다. 전 생애에 걸쳐 샬로트 페리앙은 여행과 모험을 자유분방하게 즐기며 20세기 당시 성별의 한계를 뛰어넘은 위대한 디자이너이자 건축가로 남았다.

 

샬로트 페리앙이 직접 디자인한 가구 ⓒNicolas Bergerot
평소 탐험하기 좋아했던 그가 알프스에서 촬영한 사진 ⓒADAGP

 

후각으로 한 번, 시각으로 한 번 건네는 헌사
로즈 오 드 퍼퓸은 장미를 독특하게 해석한 향수로, 장미 향은 여성들이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로즈 오 드 퍼퓸은 단순한 장미 향에 국한되지 않는다. 장미 외에도 상쾌한 향을 남기는 시소와 스모키한 향을 내는 과이악 우드가 사용됐다. 결과적으로 로즈 오 드 퍼퓸의 장미 향은 온실 속에서 곱게 자란 장미가 아닌, 야생에서 거칠게 자란 장미를 연상시킨다. 이는 자유분방하게 모험과 여행을 즐기고, 성별의 장벽을 뛰어넘고자 했던 샬로트 페리앙의 삶과도 맞닿아 있다.

 

이솝의 네번째 향수 ‘로즈 오 드 퍼퓸’ ⓒAesop

 

로즈 오 드 퍼퓸이 샬로트 페리앙을 향한 존경을 후각적으로 구현해냈다면, 코사이어티의 전시 공간은 사진 및 영상 자료, 각종 조형물을 통해 시각적으로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세 부분으로 나뉜 공간 중 처음으로 마주한 ‘About Perriand’는 샬로트 페리앙의 삶과 향수를 소개하는 영역이었다. 공간은 샬로트 페리앙의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진들과 향수 케이스를 함께 전시했다. 사진들은 그녀가 탐험하기 좋아했던 알프스 산맥, 일본 전통 공예 장면 등을 촬영한 것이다. 거기에 샬로트 페리앙이 직접 디자인한 ‘514 Refolo’에 향수 케이스들을 디스플레이해 향수와 샬로트 페리앙의 삶과 일을 연결시키고자 하였다.

 

ⓒAes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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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공간 ‘About Rozu’에서는 로즈 오 드 퍼퓸의 주된 구성요소인 장미와 과이악 우드를 형상화한 조형물을 중심으로, 샬로트 페리앙의 알프스 산장에서 촬영된 캠페인 영상이 벽면에 상영되었다. 조형물은 나무 모양으로, 금속 장미와 함께 알프스의 눈과 얼음을 상징하는 유리 장식으로 이루어져 샬로트 페리앙의 삶과 일을 향한 열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BRIQU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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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공간 ‘Aesop on Fragrance’은 공터처럼 뻥 뚫린 넓은 공간에 로즈 오 드 퍼퓸을 포함한 이솝의 네 가지 향수를 전시하는데 영역이었다. 향수 전시와 함께 벽면에는 샬로트 페리앙의 발언 중 일부를 인용해 소개하였다. “Everything is linked, the body and the mind; mankind and the world; the earth and the sky.” 자연과 인간의 연결을 강조하는 인용구를 통해, 자연을 사랑하는 샬로트 페리앙의 모습을 소개하는 것으로 전시를 마무리 했다.

 

ⓒBRIQU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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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넘치고 대담했던 샬로트 페리앙의 삶을 담은 향수와 그 향수를 눈에 보이도록 구현한 코사이어티의 공간. 전시를 경험함으로써, 잠시 잊고 있던 샬로트 페리앙의 삶과 업적을 다시금 떠올릴 수 있었다. 전시 공간 안에 은은하게 퍼졌던 잔향은 코사이어티를 나온 뒤에도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공기 속으로 사라지기까지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던 ‘로즈 오 드 퍼퓸’. 은은한 장미 향과 함께 샬로트 페리앙이라는 위대한 디자이너의 존재를 머릿속에 남겨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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