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장은영 글 & 자료. 디자인투플라이
프리미엄 한옥스테이를 지향하는 ‘무렵’은 아기자기한 모습보다는 고급스럽고 선이 깊은 집을 만들고자 했다. 그래서 이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는 오래된 한옥에 계획 없이 덧붙여 있던 부분들을 하나씩 지워나가며 50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살려내려고 노력했다.
보통 한옥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들은 방 한 칸을 사용하기 마련이지만 무렵은 한옥 독채를 사용한다는 장점이 있는 만큼, 1~2인이 아닌 4인 이상 방문객들의 숙박 경험에 신경 썼다.
이를 위해 우선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보이는 디딤돌과 소나무 그리고 반사되는 수공간을 통해 절제미가 있는 멋스러운 한옥의 분위기를 표출하는데 중점을 뒀다.
내부는 입식 생활을 기본으로 했지만, 좌식 문화도 체험할 수 있도록 거실에 평상을 두었다. 평상에 앉아 자그마한 창으로 황토 담장을 보며 한옥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거실 중간중간에 있는 기둥의 하단부는 화강석을 둘러 묵직함을 더했고, 외부 마당에서 이어지는 실내정원이 정갈한 공간에 활기를 불어넣어 준다.
2개의 침실은 공간 확보를 위해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했다. 첫 번째 방은 원형 창을 내 작은 공간이지만 답답하지 않도록 했고, 두 번째 방은 비교적 넓어 간단히 단장할 수 있는 파우더 공간을 마련했다. 서까래 아래에 누워 있으면 50년 전 어느 날의 정취가 느껴지는 듯하다.
이 프로젝트에서 메인 포인트는 주방과 다이닝 공간이다. 외부에서 봤을 때 ㄱ자 구조에서 튀어나온 부분인데, 투명성과 개방감을 위해 유리로 마감했다. 바깥 하단부는 수공간으로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줬고, 다이닝 공간이 물에 아른아른 비친다. 또 2면이 유리로 되어 있어 밖의 경치를 보며 음식 또는 차를 즐길 수 있다.
전체적으로 짙은 브라운 컬러와 화이트 그리고 그레이 컬러의 포세린 타일을 활용하여 깔끔하면서도 무게감 있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밤이면 은은하고 따뜻한 조명들이 실내를 밝혀준다.
도시의 화려한 불빛 없이 고즈넉한 한옥마을의 밤. 무렵의 외관은 어둠 속에 반사되는 빛들로 반짝인다. 특히 다이닝 공간은 빛이 유리에 반사되어 풍성히 흐르고, 수공간에 또 한 번 반사되며 운치 있는 공간이 된다. 툇마루에 걸터앉아 있으면 차분히 생각에 잠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