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유영 글 & 자료. 제이와이아키텍츠 JYA-RCHITECTS
단순하면서 경제적이고 유지 관리가 쉬운 동시에 편리한 집. 건축주 부부가 원하는 집의 조건은 이와 같았다. 부부는 서울에 생활 기반을 유지하면서도, 퇴임 후 땅과 가까이 살기 위해 또 하나의 거주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따라서 우리는 처음부터 가장 단순하면서 효율적이고, 공사가 용이하며 유지 관리가 쉬운 형태를 만들기 위해 단층의 네모난 꼴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이는 비단 공간과 형태의 단순화뿐 아니라, 건축주의 일상 또한 좀 더 단순하고 명쾌하게 재정의한다는 것 역시 의미한다. 도시에서와는 달리 이곳에서는 좀 더 자연의 흐름에 맞춰 생활하게 될 것이다. 이전보다 일상을 단출하게 만듦으로써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 한편, 자연의 변화를 느끼며 한층 풍요롭게 살아갈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건축주와 협의해 생활에 핵심적인 공간만 남기면서 면적 역시 최소화했다.
이웃의 시선에 간섭받지 않도록 창의 형태와 위치를 고민했다. 인접한 도로로부터 거리를 두기 위해, 남향의 대지임에도 남쪽을 향한 창을 하나도 내지 않았다. 하지만 전망이 좋은 자리에 위치한 땅이었으므로 그 장점을 극대화하는 평면으로 계획했다.
매우 긴 천창을 둠으로써 주요한 채광을 해결했다. 더불어 지붕과 벽으로 둘러싸인 테라스와 거실, 다이닝에서 서쪽 개울과 산 전망을 만끽하게 했다. 그다지 넓지 않은 면적인 만큼 침실의 크기와 개수는 줄이되, 넓고 개방적이며 하늘을 향해 열린 공간을 거실, 다이닝, 욕실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했다. 집안 곳곳에서 공간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거실에서는 천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의 방향을 보면서 시간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다. 구름이 흘러가든, 비나 눈이 내리든, 맑고 화창하든 날마다 달라지는 날씨가 기다란 천창을 통해 집으로 들어오며 매번 다른 빛깔과 분위기로 공간을 물들인다. 이렇듯 내부는 자연의 변화에 따라 느낌을 달리하므로, 가장 단순한 형태이지만 가장 본질적인 가치를 풍부하게 담는 집이 완성된다.
나이가 들면서 삶의 여러 요소를 조금씩 덜어내어 가벼워지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주변과 생활이 단순해져야 정신이 흩어지지 않은 채 깊이를 더하게 되고, 그래야 온전한 나로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온전한 모습으로 살아가야만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기고 인생이 더욱 풍성해질 테다.
단층집에는 어쩌면 이러한 태도와 바람이 담겼을지도 모른다. 복잡하고 화려한 것들이 지나가고, 결국 단순하고 효율적인 것이 본질과 맞닿아 있다는 깨달음. 동시에 이것이야말로 중요한 가치라는 깨달음을 단층집으로부터 배운다. 많은 이들이 단층집을 꿈꾸는 이유가 여기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