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장경림 글 & 자료. 가도 건축사사무소 GADO architecture
이 집은 2017년 3월에 건축주와 첫 미팅을 시작으로 2018년 10월에 준공했다. 주택 내부의 오픈 공간을 통해 한 층 면적 8.5평의 답답함을 상쇄하고, 인접 건물과 상호 간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버퍼 역할을 하면서 집안 구석으로 빛과 바람을 깊숙하게 받아들이는 협소주택이다.
건축주는 신혼부부로 단조로운 아파트 생활을 벗어나기로 하고 여러 해 동안 빠듯한 예산을 염두에 두고 서울에서 보금자리를 마련할 작은 땅을 부지런히 찾아다녔다. 마침내 인연이 닿은 곳이 신공덕동의 다세대주택 밀집 지역 골목에 숨어 있는 오래된 단층집이었다. 막다른 도로의 깊숙한 안쪽에 숨겨져 있는 데다 2~4층 다가구 건물로 둘러싸여 있어 차량 접근이나 공사 여건이 좋지 않아 원하는 집을 지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차량이 없고 앞으로도 구매할 계획이 없는 건축주 부부는 가능하다면 주차장 없이 원하는 크기의 집을 지을 수 있을지 고민했다.
건축주인 남편은 게임 콘셉트 아티스트였고, 아내는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었다. 설계하는 동안 자녀가 태어나 세 가족이 되었다. 건축주 부부는 일본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어 작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세심한 계획과 미니멀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나무 소재가 많이 들어간 따뜻한 느낌의 집을 상상했다.
집에 있을 때 서로 다른 일을 하고 있어도 같은 공간에 있는 유대감을 느끼게 해달라는 것과 패션디자이너인 안주인의 옷과 집안 물품을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계획에 반영할 주요 사항이었다. 거실과 주방을 생활 중심 공간으로 하고, 작은 집이지만 화장실을 사적 공간으로 중요하게 생각하여 작은 집이지만 각층에 화장실을 설치하는 것도 필요했다.
1층 근생 시설은 처음에 아내가 직접 수제 베이커리를 하려고 하였으나, 현재는 남편이 창업해 개인 사무실로 쓰고 있다. 2층은 생활 중심 공간인 거실과 주방이 위치하고 3층은 침실이다. 옥상은 협소한 대지 조건으로 가질 수 없었던 작은 야외 마당으로 활용 중이다. 추후 임대 공간으로 활용할 경우 2~3층 주거 공간과 완전하게 분리할 수도 있고, 요즘처럼 재택근무를 할 때에는 문을 통해 계단실로 연결돼 하나의 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하부 공간을 활용하여 독립된 화장실과 창고가 있다.
주택 현관은 근생 출입구와 분리돼 작은 마당 안쪽에 있다. 현관 입구를 따라 자작나무 합판 벽면으로 이어진 수납공간과 보일러실을 지나 2층 계단으로 연결된다. 계단을 오르면 2~3층이 한눈에 보이고 2개 층 높이의 벽체를 가득 채운 책장과 만난다. 돌아서서 거실에서 바라보면 옥상 정원으로 나가는 계단 천장까지(천장고 8m) 한눈에 보인다.
열린 공간을 통해 다닥다닥 붙어있는 인접 건물들과 상호 간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완충 공간 역할을 하면서 빛과 바람을 집안 깊숙하게 받아들인다.
거실의 벽면 한편을 채우고 있는 4m 높이의 책장은 각 층을 연결하는 시선적 매개 공간으로, 열린 공간과 면하는 계단을 통해 이동하며 다양한 시점에서 집의 표정과 만날 수 있도록 했다.
5m 높이의 벽장은 집주인의 아이덴티티를 전시하는 벽면이자 수납 공간이다. 화장실, 보일러실, 드레스룸, 창고, 수납장 등 주택의 보조적, 기능적 공간을 아키퍼니쳐 개념으로 외관은 가구의 벽면처럼 단정하게 정리하면서 숨어 있는 기능과 수납 공간을 최대한 확보했고, 자작나무 합판 마감을 통해 자연스럽고 따스한 집의 분위기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인접 건물과 상호 프라이버시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창 위치를 신중하게 고려했다. 계단실 위치는 옆집의 3층까지 오르내리는 일자 외부 계단과 대응하며, 자작나무 합판 계단 난간벽을 통해 옆집 외부 계단에서 침해 받을 수 있는 거실 중심 공간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한다. 남측의 직사광선을 분산 시켜 부드러운 빛을 만들어 내고 옥상 마당으로 올라가는 천장까지 시선을 유도한다.
2층에서 옥상까지 연결된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열린 공간을 통해 다양한 시점에서 집의 표정을 바라볼 수 있는 게 이 집의 장점이다. 안방의 문을 열고 바깥을 바라볼 때 마치 처마 아래 작은 마당을 통해 외부 풍경을 바라보는 것처럼 느낄 수 있고, 아래층 거실을 내려다보며 직접적인 소통이 가능하다.
3층을 지나 옥상 마당에 오르면 공덕역 주변의 높은 아파트와 오피스텔 건물과 신공덕동의 다세대 밀집 지역이 대비되는 풍경이 펼쳐진다. 옥상 마당은 대지 여건상 지상에 가질 수 없었던 외부마당 역할을 담당하며, 빨래 건조 등 생활공간과 휴식, 친교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외벽의 단열재는 두 겹으로 서로 엇갈리게 시공하고 창호 주변 열교방지 및 기밀성을 고려해 유지관리비를 최대한 줄이도록 했다. 또 열린 공간의 상부 창호를 통해 상하부의 자연통풍 기압차로 환기가 잘 되도록 했다. 화장실은 사적 공간으로 타일과 도기, 가구는 직접 건축주 부부가 각 층을 나누어서 각자 직접 꾸밀 수 있도록 했다.
집을 짓는 과정에서 건축주의 적극적인 참여로 풍부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만족감을 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