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태진 글 & 자료. 더디자인수 Designsoo
건축주는 건축가와의 협의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 설계를 완료하지 않은 중간 단계에서 디자이너에게 인테리어 작업을 요청했다. 건축주는 자주 보던 웹툰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집을 짓고 싶어 했다. 그 웹툰의 제목은 ‘호랑이 형님’이었다.
건축가와 디자이너는 웹툰을 모티프로 강한 느낌의 외관을 구현하고자 했다. ‘산군제山君齋 (King of Mountain House)’라는 프로젝트의 이름에 걸맞게 직선적이고 남성적인 느낌을 표출하고자 했다. 겉은 단단해 보이지만 실내는 따뜻한 공간으로, 동시에 내재적인 관점으로 해석한 디자인이 집에 거주하는 가족들이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대지는 대장동 보전녹지지역으로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녹지 지역의 특성상 주택의 남측으로 큰 마당이 자리했다. 녹지를 품은 큰 마당 덕분에 거실에 앉아 있으면 집이자 여행지 같은 느낌을 동시에 가질 수 있다. 남북으로 긴 직사각형의 대지는 단독주택의 전형적인 동서 방향 배치가 가능했고, 대지의 경사는 진출입이 용이한 지하 주차장으로 활용했다.
지하층은 손님을 위한 공간이며 1, 2층은 가족을 위한 공간으로 구획했다. 지하와 지상층은 마감재를 다르게 하여, 목적이 다른 공간임을 분명히 하고 분위기도 차별화 했다. 지하는 진한 목재와 석재를 사용해 좀 더 강인한 인상을 주었고, 가족들이 주로 사용할 지상층은 부드러운 색감을 사용해 따뜻한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지하층의 두 선큰sunken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닫힌 듯하나 열려 있는 사적인 외부 역할을 하는데, 하나의 거실과 게스트룸에서 열린 하늘과 마당을 만나게 하고, 다른 하나는 사우나실에 접해 있어 공간을 바깥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했다.
거실 쪽 선큰 중간에 위치한 큰 암반은 터를 파는 도중 우연히 발견된 것인데, 마치 ‘여기가 내 자리야’하는 아우라를 풍기며 앉아 있었다고 한다.
디자이너는 ‘건축적 시퀀스’라는 거창한 말 대신, ‘동선은 내가 공간을 보여주고 싶은 대로 이끄는 방식’이라 정의하고 작업을 진행했다.
1층 현관을 열고 들어서면 천장이 하늘로 열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어 천창을 통해 바깥 기온을 느낄 수 있다. 중문으로 들어서면 대지 형태를 따라 자연과 마주 보는 18m의 긴 거실이 펼쳐진다. 긴 거실은 공간의 위계에 따라 주방, 다이닝룸, 거실, 서재 순으로 나열돼 있는데 중간에 슬라이딩 도어 장치를 통해 공간을 구분할 수 있다. 2층 자녀 방에서는 뻥 뚫린 하늘을 바라보며 사색할 수 있는 테라스가 있다.
‘공간이란 절대적인 물리의 양이 아니라 기억의 총합이다’는 말처럼 건축주 가족들이 이 집의 공간 하나하나에 사적인 에피소드들을 쌓아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