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지아 글 & 자료. 건축사사무소 엠오씨 moc Architects
부산의 구도심, 중앙동
동부산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부산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났다. 그러나 여행객에게 구도심의 부산다움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 과연 얼마나 될까? 프로젝트는 그간의 고민을 빼곡히 담은 메모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굿올데이즈’는 좋았던 옛 시절을 회상하는 ‘Good old days’라는 표현에서 비롯된 명칭이다. 굿올데이즈에 머무는 숙박객들이 과거 부산에서 가장 번화했던 중앙동의 모습과 연결되기를 바랐다.
중앙동 뒷골목에 들어서면 합벽으로 지어져 틈새 없이 빼곡한 건물 사이로 오래된 노포들이 즐비한다. 플라타너스 가로수 사이로 흐릿하게 불어오는 짠내 나는 바닷바람을 맡고 있노라면 어느 영화의 한 장면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대지의 요구에만 충실하거나 세련된 외관에만 의존하는 여느 건물과는 달리, 이 장소에 깊게 뿌리내려 구도심의 노쇠한 분위기를 환기하는 건물이 되기를 바랐다.
여유롭고 느슨한 관계
외관은 검은색 전벽돌과 투명한 유리로 심플하게 구성했다. 건축선에 맞닿아 벽돌로 마감된 그리드 패턴의 보편적인 입면 디자인을 따르면서도 건물의 양 모서리에 창을 두어 외부와 내부 경계가 한층 여유로워 보이게 했고, 옥상의 파라펫 벽을 밀어 넣어 건물과 하늘의 경계선이 선명하게 구분되지 않도록 했다. 인근 대부분의 건물이 벽이나 얇은 유리를 사이에 두고 인도에 바짝 붙어 있는 것과는 다른 접근을 취했다. 1층 창에는 벽돌 두 장 정도의 깊이만큼 밀어 넣고 원목을 얹어 걸터앉을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만들었다. 비록 30cm 남짓한 작은 공간이지만 앉아 쉬어가는 사람들로 인해 빽빽한 가로의 풍경이 한결 느슨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단순하지만 풍부한 공간
건물의 구성은 간단하고 명확하다. 1, 2층은 카페 겸 리셉션으로 3, 4, 5층은 객실로 구성된다. 가로수길에 면한 15m 너비의 입면은 네 개의 기둥과 다섯 개의 개방된 창으로 구성하여 내부로 풍경을 끌어들이는 데 집중했다. 기준층은 모서리 창을 가진 2베이의 객실 두 개와 1베이의 가운데 객실 하나로 구성했다. 저층은 카페와 리셉션을 공간적으로 구분하지 않았다. 이 덕분에 카페를 찾은 이의 일상과 호텔을 찾은 여행자의 특별한 날이 뒤섞여 각자의 부산을 나눌 수 있다.
남서향 코너로 들어오는 해 질 녘의 노르스름한 빛, 살짝 비껴서 있는 건너편 건물 옆으로 보이는 용두산 공원의 부산타워 전망은 특별할 것 없는 도심 뒷골목의 호텔을 특별하게 바꾸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