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지아 글 & 자료. 더퍼스트펭귄 T-FP
무한의 자연, 유한의 건축
눈부시게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한 사이트가 있다. 다른 이야기를 꺼낼 이유도, 필요도 찾을 수 없는 곳. 한없이 품어주는 바다와 하늘, 끝없이 격정적인 파도와 바위가 펼쳐진 무한의 자연 앞에서 유한의 건축이 무엇을 말해야 할지 고민했다. 이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감각과 정서가 무한의 것들에 조금 더 오래도록 머물 수 있도록 공간을 디자인하고자 했다. 피크 스퀘어는 카페를 포함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곳으로, 자연을 건축으로 끌어들이는 것에 온전히 집중한 프로젝트다.
차경을 위한 장치
모든 구조, 형태, 마감은 차경을 위한 장치로 작동하도록 의도했다. 먼저 건축 내·외부의 붉은 톤 마감은 부산 기장 해안 일대의 갯바위 색상에서 차용해 땅을 닮은 건축을 의도한 것이다. 또한 기존 건물이 가지고 있던 산만한 박공 구조를 정리함과 동시에 처마 길이를 길게 연장했다. 이를 통해 풍성한 건축의 조형을 만들어졌고, 긴 처마선이 이루는 프레임은 외부의 풍경을 더욱 극적으로 끌어들이는 장치가 됐다. 처마 밑 공간은 동시에 방문객들의 주출입 동선으로 활용된다.
바다를 품은 프레임
풍경을 독점하던 기존 테라스는 축대 아래로 이동시켜 실내에 머무는 모든 사람이 풍경을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건물 두 동 곳곳에 배치한 다양한 크기의 창들 역시 모두 기장이라는 지역의 변화무쌍한 하늘과 바다를 다양한 시점과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프레임으로 작동한다. 건물을 관통하는 가로축 개구부는 도로변과 주차장 쪽에서 바다의 첫인상을 마주하는 전이적 장치로 의도했다.
시간과 함께 깊어지는 공간
클라이언트는 기장 일대가 지금처럼 활성화되기 이전부터 해당 부지에서 오랫동안 카페를 운영해 왔다. 그러나 지역이 빠르게 개발되면서 주변에 새로운 카페가 우후죽순 생기는 흐름이었고, 그에 따라 변화가 절실했던 시점에 디자이너를 찾게 되었다. 장기적으로 이러한 순환은 결국 또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돌고 도는 유행과 트렌드를 따르기보다 시간과 함께 깊어가는 자연이라는 가치를 건축과 공간에 녹여내기 위해 노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