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박시은 학생인턴 글 & 자료. 스튜디오 스투키
디자인과 부동산 개발
건축설계와 인테리어를 진행하던 디자이너들이 만나 하나의 스튜디오를 꾸렸다. 상업 공간 기획 및 디자인, 브랜딩 등을 진행한 경험에 부동산 관련 지식을 쌓아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자 했다. 디자이너가 기획부터 건축, 운영까지 직접 도맡게 된다면 더 좋은 공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망원동 ‘레이키스Reikis’는 클라이언트의 요청을 토대로 건물을 설계하는 것 그 너머까지 고민한 프로젝트다.
공간 디자이너인 동시에 기획자이자 운영자인
디자이너로서 좋은 디자인을 추구하는 동시에 기획자로서 임대료를 통한 수익을 내야 했고, 운영자로서 어떤 콘텐츠가 입점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제안해야 했다. 좋은 공간을 만들고자 공용부를 넓히면 예상 임대료가 줄어들었다. 작은 부분까지 세심하게 디자인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지만 입점 브랜드의 다양한 모습을 생각하면 건물은 무채색에 가까워야 했다. 완성된 건물과 입점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잘 디자인 공용부에서 브랜드들이 함께 장터를 열 수 있는 공간, 운영자와 방문객이 화기애애하게 어울리는 모습을 상상하며 건물을 구상해 나갔다.
프로젝트의 시작, 시인성
망원동은 주거 지역임에도 평일 망원시장을 찾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주말이면 망리단길을 찾는 방문객들로 가득하다. 대지는 망원시장으로부터 이어지는 도로 이면에 위치한다. 주차장과 면하고 있어 큰 도로에서도 건물이 바로 눈에 띄는 위치였다. 인접한 작은 도로보다 큰 도로에서 인지성이 뛰어나 큰 도로 방향의 입면을 주된 입면으로 설정하고 바닥부터 천장에 이르는 통창을 설치했다. 상가를 방문한 사람들이 큰 창을 통해 실제보다 공간을 더 크게 느끼고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도 상가 내부를 보고 호기심을 가지고 발걸음을 하길 바랐다. 상점이라면 물건을 고르는 모습이, 음식점이라면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는 모습이, 전시장이라면 작품 모습이 유리창을 통해 거리에서 보일 거라 예상했다.
깃발을 꽂기 위한 깃대
지붕보다 높게 하늘로 솟은 계단실은 깃대를 연상시킨다. 마치 깃발을 꽂는 행위처럼 건물이 상징적으로 동네에 자리하길 바랐다. 이면도로지만 눈에 잘 띄고 특이한 외양으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잘 남길 의도했다. 건물의 모서리를 감싸는 둥근 형태의 계단실 외벽은 건물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디자인 언어로 삼아 계단실뿐 아니라 외부로 드러나는 기둥에도 동일하게 적용했다. 이러한 돌출된 반원들은 건물의 전체적인 색과 질감보다 더 짙고 거칠게 마감했다.
공용부 — 임대 공간의 현관, 외부로 열린 계단
건물의 공용부는 내부가 아닌 외부 공간으로 계획했다. 건물에 들어와 상점들에 방문하는 과정을 길의 연장선처럼 느끼게 하기 위함이다. 외기로 열린 계단실로는 해가 들고 바람이 분다. 건물 바깥에서도 사람들이 오르락 내리락하는 모습이 보이고, 계단을 오르며 고개를 들면 계단참의 작은 구멍들을 통해 건물 너머 하늘까지 볼 수 있다. 계단과 연결된 복도 공간은 브랜드들의 작은 마당처럼 쓰일 수 있도록 넓은 폭으로 계획했다. 장식장을 두어 상품을 진열하거나 식물을 놓는 등, 브랜드 특색을 드러내는 다채로운 구경거리가 있는 산책길로 역할하기를 기대했다.
임대 공간 — 합치거나 나누거나 직접 쓰거나
망원동은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모여 있는 동네다. 망리단길에 면한 가게들은 작게는 5평부터 시작한다. 큰 공간보다 작은 공간이 더 유명한 경우가 많아 면적이 좁은 공간의 수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를 감안해 2~3층은 하나의 실을 둘로 나눠 쓸 수 있도록 계획했다.
망원동의 진짜 매력을 누리는 스테이
4층은 스테이로 계획해 직접 운영하기로 했다. 망원시장과 망리단길 그리고 가까운 거리의 한강까지, 망원동의 매력을 제대로 경험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을 보낼 공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인근의 작은 상점에서 산 먹거리와 놀거리들을 챙겨 한강으로 피크닉을 갔다가 망원시장에서 저녁 장을 보고 테라스에서 바비큐를 해 먹는 하루. 다음날 분주한 망원동의 아침까지 누릴 수 있는 공간을 상상하며 인테리어뿐 아니라 운영 방식, 소품 선택까지 세심히 계획했다.
북측 사선제한을 받는 4층은 면적이 11평 정도로 좁지만 삼 면으로 창이나 동네 전경이 훤히 내다 보일 정도로 개방감이 좋다. 테라스를 향하는 사선 면에 창이 있어 안팎으로 물리적 교류가 가능하다. 주방 또한 테라스와 면한다. 덕분에 음식이 준비되는 대로 바로 전달해 바깥에서 식사를 더욱 편리하게 즐길 수 있다.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야 했기에 생각보다 많은 요소를 저울에 올리게 되었다. 디자인과 수익성 사이, 어떤 지점에서 멈추거나 더 나아갈지 끊임없이 고민했다는 데 이번 프로젝트의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