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현자연 인턴 글 & 자료. 요앞건축사사무소 YOAP Architects
나만의 작은 우주
집을 짓는다는 것은 하나의 작은 우주를 상상하는 일과 같다. 필요한 모든 것들을 우주 안에 채울 수 있다. 산과 호수를 품은 땅, 그 위에 흩어져 살던 가족이 모일 수 있는 집. 친구들이, 때로는 지나가던 사람들도 편하게 머무를 수도 있는 아늑한 요새. 건축은 주거지를 넘어 더 나은 삶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만들어진 집 하나는 나만의 작은 우주와 같다.
미완의 둥근 중정
‘둥근 중정(gray-round)’ 은 용인 두창 저수지 낚시터가 있는 조그만 마을에 자리하고 있다. 저수지를 따라 굽어진 시골길과 낮게 깔린 물안개가 인상 깊은 곳이다. 건축주는 이곳이 부모님과 형제 가족, 세 가구가 함께 사는 집인 동시에 낯선 사람들도 들를 수 있는 숙소와 카페로도 기능하기를 바랐다. 상업적인 공간과 개인적인 공간, 친구 및 동호회 지인들을 초대할 마당이 한데 어우러진 공간을 계획해야 했다. 가족의 사생활 보호와 손님맞이라는 상반된 목표를 위해 미완의 둥근 중정이라는 개념을 떠올렸다.
원형 중정을 절반으로 나누고 그 끝을 열어둠으로써 카페부터 외부 주차장까지 중정의 영역을 확장했다. 카페는 굽어진 시골길의 교차로에서 오는 손님들을 향해 활짝 열린 구조이며, 카페로 진입하는 방문객들의 시선은 원형 테라스부터 중정, 옥상까지 한꺼번에 닿는다. 이로써 한층 몰입도 높은 공간감 경험이 가능하다.
프라이버시가 중요한 부모님의 집은 독립된 동선을 내 조용한 곳에 배치했다. 생활 가운데 원형 중정의 존재가 잘 느껴지지 않게 하기 위해 평면은 최대한 반듯하게, 동선은 짧게 계획했다. 부모님 집은 중정으로부터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지만 남향이라 하루 종일 볕이 잘 드는 마당을 바라보기 좋다.
아침이 되면 두창 저수지 방향에서 해가 뜬다. 그 빛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곳이 건축주 집의 안방과 거실이다. 건축주 내외는 카페와 이어지는 동선이 집 내부에서 연결되길 희망했다. 부엌과 다용도실에서 카페의 부엌까지 중정을 따라 곧바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동선을 만들었다.
중정 한가운데는 공간을 구분하는 벽이 세워져 있다. 이 벽을 중심으로 건축주 집 마당이 카페의 마당과 명확히 분리함으로써 가족만의 안온한 공간이 보장된다. 아침에는 이 벽을 향해 동쪽의 햇빛이 그대로 드는데, 벽으로부터 반사된 빛으로 인해 낮부터 저녁까지 마당은 환히 빛난다.
끝이 다 닫히지 않은 중정처럼 집이 개인의 삶에서 한 발짝 나아가 확장되기를. 둥근 중정이 지극히 개인적인 건물인 동시에 모두를 위한 건축물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