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주택에 관한, 알아두면 쓸모있을지도 모를 지식들③

낯선 외관과 공간에 익숙해지기까지: 당신의 삶을 살 준비가 됐습니까?
Architecture in Hong Kong, China
글_MAGAZINE BRIQUE

 

홍콩의 극도로 조밀화 및 밀집화가 된 초고층 아파트 Architecture in Hong Kong, China ⓒGettyImagesBank

 

4평짜리 ‘오두막집’을 지어 살았던 현대건축의 아버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스위스 태생의 프랑스 건축가, 작가이며 현대 건축에 큰 공헌을 했다. 현대 디자인의 이론적 연구의 선구자이며 밀집 도시의 거주자들의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데에 노력했다. -편집자주)의 주요 건축물중 하나는 바로 현대식 아파트의 원형인 ‘마르세유의 집합주택unité d’habitation marseille by le corbusier’이다.

1952년 프랑스에 건축된 이 공동주거건축물은 주거공간도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가능하다는 혁명적 전환점을 만들어냈다. 경제성과 편의성이 알려지면서 순식간에 유럽과 미주, 아시아 등으로 확산됐다. 덕분에 지구에 사는 상당수가 공동주거라는 경험을 갖게 됐다.

그렇다고해서 이들 지역민들 모두 공동주거건축물에 사는 것은 아니다. 유럽의 경우, 구시가지 거주자들은 옛 모습을 보존하기 위해 노후주택을 리모델링하거나 리노베이션해 생활하고, 신시가지에서는 주거비용을 줄일 수 있는 아파트에 사는 양분된 형태를 보이고 있다.

 

구시가지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스위스 베른 Bern, City in Switzerland ⓒMAGAZINE BRIQUE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미국 뉴욕 New York, City in USA ⓒMAGAZINE BRIQUE

 

우리나라는 2017년 현재 기준으로 아파트의 비중이 주택보급률의 50%를 웃돈다. 아파트 구조를 본뜬 주상복합과 다세대 주택까지 포함하면 대부분이 공동주거건축물에 사는 셈이다. 르 코르뷔지에가 아파트라는 집합주거공간을 세상에 소개한지 불과 60여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엄청난 속도로 확산돼 아시아 동쪽 끝단,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에게도 막강한 영향력을 미쳤다.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아파트 기반의 생활방식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음은 여러 사실에서 드러난다. 지금은 재건축돼 초고층 빌딩으로 변한 서울 강남의 금싸라기 땅의 아파트는 30년 전만해도 연탄을 주 난방원으로 사용했다. 아파트에서 기름보일러, 가스보일러 등을 쓰기 시작한 것은 그 후 얘기다.

21세기가 10여년이 지났고, 4차 산업혁명의 미래를 운운하는 이 때에 연탄이라니!! 마치 신석기 시대의 호모 샤피엔스 샤피엔스Homo Sapiens Sapiens를 언급하는 것 같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온돌 난방과 좌식 생활을 토대로 했던 한옥 ⓒMAGAZINE BRIQUE

 

아파트가 보급되기 전 한옥에서의 생활은 아궁이, 맨발, 툇마루로 요약할 수 있다. 아궁이에 땔감을 넣고 불을 지펴 조리를 함과 동시에 온돌을 데운다. 거주자들은 신을 벗고 맨발로 온돌 위를 돌아다니며 생활하고, 밤이면 다시 온돌바닥에 이불을 펴고 잠을 청한다. 툇마루를 통해 내부와 외부가 이어지는 일종의 공유 공간 또는 완충 공간도 있었다.

새삼 한옥 얘기를 꺼낸 것은 우리나라 아파트가 르 코르뷔지에의 것과는 상당히 달라진 형태로 진화했음을 짚어두기 위함이다. 아파트와 유사한 공동주거건축물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온돌이 아닌 침대문화, 식탁문화 등 서구식 생활방식도 함께 확산됐지만,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기존 한옥 생활방식을 상당히 차용하는 구조로 설계됐음을 알 수 있다. 아궁이 문화의 영향을 받아 여전히 바닥난방을 하고, 부족하면 온풍기를 돌려 공기를 데우고, 침대 위에는 전기장판을 사용한다.

신발을 신고 생활하는가, 벗고 생활하는가도 주거공간을 만드는데 있어 상당히 중요한 구분자다. 맨발로 돌아다녀도 상처가 나지 않을만큼 안전하고 쾌적함을 줄 수 있어야한다. 바닥에 장판이나 마루를 깔고 맨발로 생활하는 방식은 결국 한옥의 온돌 구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라디에이터radiator로 공기를 데우고 카펫을 깔아 신발을 신고 생활하는 서구식 주거 형태와는 너무도 다른 점이다.

현재 국내의 공동주거건축물은 아직도 한국적 형태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보여진다.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외형적인 측면에서도 최적화됐다고 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공간에 대한 고민, 생활방식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아파트라는 낯선 외관과 공간이 우리 생활 깊숙히 들어와 나름의 변화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처럼, 작지만 나만의 공간을 찾고자 욕구는 앞으로 여러 시도와 결과물을 낳을 것이다. 협소주택일 수도 있고, 주거와 생업을 병행하는 다목적 공간일 수도 있고, 쉐어하우스 형태도 가능하다. 그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 편안한 맞춤복이 될 지는 알 수 없지만 변화의 큰 물줄기가 흐르기 시작한 것은 분명하다.

당신은 어떤 공간과 삶의 방식을 꿈꾸고 있는가.

 


글 싣는 순서 : 소형주택에 관한, 알아두면 쓸모있을지도 모를 지식들

1. 저렴하지 않다: 설계, 공간을 위한 출발점
2. 걸리버들이 산다: 대형주택의 축소판이 아니다
3. 낯선 외관과 공간에 익숙해지기까지: 당신의 삶을 살 준비가 됐습니까?
4. 은퇴한 이들을 위한 주택: 쉐어하우스, 그리고 공간의 교집합
5. 시장은 변화할 것인가: 삶의 질을 위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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