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창작자들의 사회, 코사이어티cociety

스스로 영감이 되는 창작자들의 커뮤니티
ⓒBRIQUE Magazine
에디터. 김윤선  사진. 최진보  자료. 코사이어티

 

공유와 취향을 전제로 한 새로운 공간의 홍수 속, ‘새롭다’는 말이 더는 새롭지 않은 공간 대유행의 시대. 그저 새로운 공간이 나타났다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엔 꽤 밀도 있게 시선을 사로잡는 곳이 있다. 전시와 워크숍, 쇼케이스 등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고 때로 누군가의 작업실과 미팅룸이 되는 이곳은 복합문화공간도, 코워킹스페이스도 아닌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낯선 감각을 지녔다. ‘창작자를 위한 커뮤니티’를 표방하며 브랜드이자 콘텐츠로서 그 정체성을 확장하고 있는 또 하나의 공간, 아니 그보단 하나의 사회, ‘코사이어티cociety’다.

‘코사이어티cociety’는 공동을 뜻하는 ‘Co’와 사회를 뜻하는 ‘Society’의 합성어로, 마음 맞는 창작자들이 모인 공동체를 뜻하는 이름이다. 마찬가지로 모여서 무엇이든 해보자는 마음으로 코사이어티를 만들게 되었다는 이민수, 위태양 언맷피플 공동대표를 만나 기획 배경과 운영, 공간 설계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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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소사이어티co-society

코사이어티의 운영 법인인 언맷피플을 거슬러 올라가면 ‘스튜디오 언맷’이 그 첫 줄에 있다. 스튜디오 언맷은 건축과 인테리어, 브랜딩 등 각자 다른 분야에서 일하던 세 친구, 건축가 이민수, 브랜딩 전문가 위태양, 인테리어 디자이너 구희본이 모여 만든 디자인 스튜디오다. 현재는 구희본이 스튜디오 언맷을 맡고, 언맷피플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스튜디오 언맷은 이들이 일하면서 겪는 고민과 관심사, 일하는 방식을 공유하는 스튜디오로 처음 시작됐다.

“셋이서 이런저런 고민을 나누다 보니, 결국 하나의 결과물을 만드는데도 각자의 영역이 큰 경계로 나뉘어있다고 느꼈어요. 경계를 조금 허물고 긴밀한 협업 체계를 갖춘다면 일하는 우리에게도 좋고, 우리에게 일을 맡기는 클라이언트에게도 더 좋은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클라이언트는 건축-인테리어-브랜딩의 통합 솔루션을 요구하지만, 실제 일의 진행은 개별로 이루어져 그 갭이 너무 크게 느껴졌다. 업무가 긴밀하게 연결되는 과정이 부족해 솔루션이 뒤죽박죽으로 나오니 각자의 결과물이 아무리 뛰어나도 모아놓고 보면 괴상해지기 일쑤였다. 어떻게 하면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을까 하는 본질적인 고민이 셋의 의기투합을 부추겼다. 당시만 해도 건축과 인테리어, 브랜딩까지 통합적인 솔루션을 내는 곳은 많지 않았다. 조금 느슨하게, 경계를 푸는 협업의 과정을 몇 번 거치면서 각자의 역량이 만나 시너지를 냈다.

 

위태양 공동대표(왼쪽)와 이민수 공동대표 ⓒBRIQUE Magazine

 

“그렇게 하다 보니 미지의 영역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우리가 겪은 이 변화의 과정을 비즈니스로 연결해보기로 했죠. 자기 영역 안에 갇혀서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가 그걸 좀 깨고 업역을 넓히는 과정에서 새로운 비즈니스가 싹텄습니다.”

점으로 존재하는 개인의 창작자였던 이들이 함께 모여 시너지를 내며 선과 면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체득하자 이 경험을 ‘공간 플랫폼 비즈니스’로 변환해보기로 했다. 그것이 코사이어티의 시작점이 됐다. 물론 공간 설계와 브랜딩, 기획의 영역에서만 활동해왔던 그들이 공간을 직접 운영한다는 데 부담도 많이 느꼈다. 공간을 ‘운영’하는 일은 그들에게 새로운 도전이라는 의미가 있다.

“요즘 새로운 공간도 많고,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도 많아졌잖아요. 저희는 필드에서 그들과 함께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기를 원했어요. 저희도 콘텐츠를 만들지만, 다른 콘텐츠 제작자와 협업을 할 수도 있고요. 같은 고민을 하는 창작자들이 모여 각자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거기에서 해답과 위로, 영감을 주고받을 수 있는 새로운 문화가 이곳에서 탄생하기를 꿈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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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영감이 되는 곳

그렇다면 코사이어티엔 어떤 사람들이 모일까. 애초 ‘창작자를 위한 커뮤니티’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만큼 개인 창작자와 소규모 스튜디오가 주로 이곳에 모일 것으로 예상했다. 미팅룸이 필요한 프리랜서, 디자인 행사를 기획하고 싶은 독립 큐레이터, 생각을 나누고 협업할 동료가 필요한 아티스트, 디자인 비즈니스가 필요한 스튜디오 등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창작자’라는 단어가 도리어 한계로 다가왔다.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디자이너나 작가뿐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내는 스타트업이나 개인 역시 크리에이터로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영감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창작자가 될 수 있고, 그런 방향으로 콘텐츠를 확장할 계획입니다.”

코사이어티는 지난 몇 개월간 운영을 하며 코워킹스페이스라는 오해를 많이 받았다. 수시로 전시와 워크숍 등이 열리는 만큼 카페나 복합문화공간으로 착각하는 사람도 많았다고. 이는 그 역할과 쓰임이 모호한 공간이라는 방증이기도 한데, 이러한 반응에 대한 의견을 물으니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코워킹스페이스와 복합문화공간의 성격을 일부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무엇으로 정의되기 어려운 곳이라는 게 코사이어티의 매력이에요. 사람들은 보통 상상하는 것을 정확한 단어로 정의하고 카테고리화 하기를 좋아하죠. 하지만 그렇게 정의되는 순간 잠재된 가능성이 없어진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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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장 후 3개월은 시범 운영 기간으로 소수의 인원에게 멤버십 신청을 받아 프라이빗하게 운영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하며 사무실로 쓰는 사람, 전시나 워크숍만 참여하러 오는 사람, 순전히 네트워킹을 위해 오는 사람도 있었다. 여러 방법으로 공간을 활용하는 사람들을 보며 운영의 아이디어를 얻었는데, 특히 새로운 비전을 발견한 부분은 따로 있다.

“단순히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오는 분들이 있었어요. 적당한 거리를 두고 사람들과 눈인사를 하기도 하지만, 책을 읽거나, 글을 끄적이거나, 음악을 듣거나. 혼자만의 일상을 즐기는 모습이었죠.”

그들에게 코사이어티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목적 없이 쉬고, 놀 수 있는 마치 ‘거실’과도 같은 곳이랄까. 이런 움직임이 결국 코사이어티를 지속하게 하는 힘이 되지 않을까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고.

“사람 사이의 관계와 모든 만남은 의도할 수도 있지만, 결코 억지로 될 수 없고 여기에 장기적으로 초점을 맞출 수는 없겠더라고요. 그렇다면 이곳의 본질적인 역할은 무엇일까 다시 정리해보건대, 결국 최초의 아이디어로 돌아가 ‘서로가 영감이 되는 공간’이라는 말로 귀결되었어요. 언제나 아늑한 조명이 밝혀져 있고, 따뜻한 커피가 있고, 좋은 음악이 흐르는. 우연히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고, 느슨한 대화가 있고,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곳. 그 안에서 다시 나의 ‘프로덕션’이 이루어지는 공간.”

수많은 콘텐츠와 자기 계발을 위한 인사이트가 쏟아지는 시대,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프로덕션, 즉 새로운 것을 ‘생산’할 수 있는 힘일 것이라고 그들은 말한다. 느슨한 연대 속에서 스스로 성장하고 진화하는 것, 그것이 코사이어티의 존재 이유다.
지속 가능한 공간을 위해 남겨진 과제는 결국 운영일 터. 현재 코사이어티는 오픈 후 베타테스트로 진행했던 멤버십 서비스 운영 방침을 계속해서 고수할 예정이다. 불특정 다수가 언제든 방문할 수 있는 곳보다는 뜻맞는 사람들끼리의 공동체, 공동 사회로서의 장소가 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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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오랜 금속 가공소 터의 변신

허름한 공장과 오래된 벽돌 건물, 오래된 주택가 사이로 개성 있는 가게와 코워킹스페이스, 고층 지식산업센터 등이 들어서 각양각색의 풍경이 공존하며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동네, 성수동. 복잡한 큰길에서 이정표가 되어줄 오렌지색 표지판이 이끄는 작은 골목을 따라 얼마 지나면 고요한 정원 같은 건물이 다정하게 우릴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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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에는 유난히 오래된 공장이나 창고를 개조한 재생 건축물이 많다. 코사이어티 역시 금속 가공소 등 폐건물 네 채가 있는 토지를 10년간 장기임대해, 개축을 거쳐 새로운 공간으로 탄생시켰다. 처음에는 신축을 고려했으나 법적으로 면적을 증가시키기 힘든 토지라 기존 건물을 고쳐 쓰는 것이 최선이었다.

ⓒcociety

 

원래 금속을 용접하던 공장이 있던 A동과 B동은 코사이어티의 사무 공간과 개인 업무 공간, 대화를 나누거나 작업을 할 수 있는 라운지로 탈바꿈했다. 거북이 사육장이었던 C동은 옛 건물의 목재 트러스 구조를 살려 문화 행사 등 주로 대관이 이루어지는 다목적룸으로 거듭났다. 정체불명의 판잣집이었던 D동은 천장에 어닝을 설치해 필요에 따라 외부 공간처럼 활용할 수 있는 파빌리온으로 계획했다. C동과 D동은 따로 또 같이 쓸 수 있는 가변성을 갖췄다. 필요에 따라 각 동을 독립적으로 쓸 수 있도록 연결부에는 미닫이문을 설치했다. 기존에 분리되어 있던 네 건물을 연결한 것은 운영과 관리의 편의성을 높이려는 이유가 컸다. 개축하면서 건물에 내·외장재가 붙어 가용 면적이 줄어들자 각 동을연결해 좀 더 넓게 사용하고자 하는 이유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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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퀀스가 있는 네 개의 공간

네 개 동을 연결하고 나니 자연스럽게 공간에 위계가 생겼다. 프로그램이 바뀔 때마다 동선도 다채로워졌다. 공간을 경험하는 이들에게 재미를 주는 일종의 ‘시퀀스Sequence’가 생긴 것. 이를 극대화하는 것은 네 개 동을 연결하는 장치이자 공간의 장면 전환이 일어나는 짧은 브리지bridge다. 브리지의 벽은 유리로 만들어 건물과 건물 사이를 볼 수 있게 했다. 브리지를 지나며 기존 건물의 낡은 외벽을  마주할 때, 옛날 금속 가공소 터의 흔적을 인지하는 경험이 일어난다. 이런 경험을 의도하고자 기존 벽을 마감하지 않고 그대로 남겨 두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시퀀스는 외부 공간. 코사이어티의 감초 역할을 하는 정원이다. 어디에서든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내부와 외부를 연결했다. 계절의 변화는 시간의 시퀀스를 경험하게 한다. 입구 역시 인상적인 시퀀스가 일어난다. 자루형 부지(도로에 접한 출입구가 자루의 입구처럼 좁게 생긴 토지)로, 좁은 골목길로 진입했을 때 처음에는 건물이 잘 보이지 않지만, 걸어가면서 조금씩 드러나는 건물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상업 공간으로써는 불리한 조건이 오히려 매력적인 공간감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단면도 ⓒcoc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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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글링을 위한 플랫폼 – 작은 창작자를 위한 공동 사회

곳곳에서 공동체와 연대의 중요성을 말하는 지금, 창작자를 위한 ‘커뮤니티’로서 코사이어티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가치는 뭘까. 또 그들이 가지는 고민과 계획은 무엇일까.

“커뮤니티로서 본질은 소통이라고 봐요. 창작자들이 모여 대화하는 것으로부터 커뮤니티가 시작되고 공유와 연대,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거든요. 저흰 그걸 함께 섞이고 어울린다는 뜻의 ‘밍글링mingling’이라 표현해요.”

한번은 잡지 발행인 몇몇을 모더레이터 삼아 열댓 명만이 참여하는 라운드 토크를 진행했다. 일방적으로 인사이트를 전파하는 강연이 아닌 실제 잡지나 출판계 종사자들이 모여 고민을 이야기하고 정보를 교환하며 어울리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소수 인원이 모인 만큼 발언의 기회가 골고루 주어지며 건강한 소통이 일어났고, 이는 코사이어티에게도 방향성을 모색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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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글링은 사람들 간에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거고, 어떤 방식으로든 저희가 인위적으로 개입할 수는 없어요. 다만 그들이 자유롭게 각자의 목소리를 내고 소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며 스스로 찾은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도록 플랫폼으로서 역할 하고자 해요. 그게 코사이어티가 궁극적으로 도달하고 싶은 가치이자 엔딩 포인트입니다.”

코사이어티는 현재 휴지기를 가지면서 다음 행보를 준비하고 있다. 여전히 정의할 수 없는 공간 속에서. 다만 지속 가능한 공간으로 남기 위해 계속해서 창작자를 위한 공동 사회로서 기능할 수 있는 콘텐츠를 다각도로 기획하고 있다.

“현재의 모습이 완성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콘텐츠는 지금도 계속 변하고 있거든요. 코사이어티라는 브랜드는 꽤 오랫동안 남을 테고, 시장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그 모습은 달라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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