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디자인 허브’를 꽃 피우다

더 나은 삶을 위한 모든 디자인의 공간,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 오픈
ⓒBRIQUE Magazine
에디터. 박종우  사진. 김동규  자료. 현대모터스튜디오  통역. 임소진 매니저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에 문화 예술의 가능성이 한껏 꽃피는 요즘이다. 국내외 미술 갤러리들이 한데 모여 다양한 미술 작품을 선보이는 ‘아트 부산’이 작년보다 더 큰 규모로 5월 개최를 준비 중이다. 지난 3월에는 ‘제1회 부산클래식음악제’를 성황리에 개최하며, 음악 도시로서 첫걸음도 무사히 뗐다. 다가오는 6월에는 디자인 전문 행사 ‘부산 디자인 위크’가 선보일 예정이다.
이 가운데 삶을 더욱더 풍요롭게 할 디자인 기반 콘텐츠를 담을 공간이 지난 4월 8일 문을 열었다. 복합문화공간 F1963 부지를 활용해 유리와 철을 핵심 소재로 만들어진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 길쭉한 형태의 땅 위에 세워진 이곳은 독특한 외관 만큼이나 공간에 담긴 이야기도 흥미롭다.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 ⓒBRIQU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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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유산을 현재로 불러오다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이 세워진 자리는 과거 와이어 생산 공장이 자리하던 곳으로, 바로 옆 F1963과 함께 고려제강이 보유하던 부지였다. 현대자동차와 고려제강의 협업을 통해 사용하지 않는 공장 부지를 확보했고, 원오원 아키텍츠의 최욱 소장이 공간을 설계했다. 건축가는 이곳이 과거 와이어 생산 공장이었다는 점을 공간 디자인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이를 위해 철골 부재와 와이어 부재를 노출하고 유리 통창과 노출 콘크리트를 사용했다. 그 결과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은 유리와 철, 콘크리트 세 가지 자재를 사용해 방문객들의 기억에 남기 쉬운 단순하면서 인상적인 외관을 갖게 되었다. 2층과 4층 바닥에 자동차 공장에서 사용하던 폐자재들이 활용되었다는 것도 공간의 전체 콘셉트와 연결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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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으로 브랜드를 체험하다
지하 1층부터 4층까지 총 5개 층으로 구성된 건물에서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의 공간은 1층부터 4층까지. 1층은 필로티 형태로 거대한 LED 스크린이 설치되어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다양한 미디어 아트를 주기적으로 상영하는 ‘크리에이티브 월Creative Wall’이다. 현대자동차의 방향성을 창의적으로 표현한 미디어 아트 영상을 운영 시간 내내 상영한다. 2층에는 다채로운 디자인 소품과 기념품들을 구매할 수 있는 샵과 함께, ‘Design to live by’라는 공간 기획 콘셉트에 따라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는 디자인 관련 전시들이 진행 중이다.

 

1층 크리에이티브 월 ⓒBRIQUE Magazine
2층 전시 공간 ⓒBRIQU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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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은 2층을 아래서 다양한 각도로 조망할 수 있는 캣워크catwalk로 이루어져 있으며, 추후 계획에 따라 추가 전시공간으로서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유리와 철골, 와이어로 구성되었다는 점에서 공간의 구성과 콘셉트를 엿볼 수 있다. 4층은 체험 행사를 운영하는 ‘러닝 존Learning Zone’과 함께 부산 현지 식자재를 이용한 메뉴를 선보이는 레스토랑으로 이루어져 있다. 레스토랑과 연결된 테라스는 F1963을 비롯한 수영구 구락로 일대를 둘러볼 수 있어 탁 트인 개방감을 선사한다.

 

3층 캣워크 ⓒBRIQUE Magazine
4층 레스토랑 ⓒBRIQUE Magazine
4층 테라스 ⓒBRIQUE Magazine

 

전시로 메시지를 전달하다
2층에 자리 잡은 전시 공간은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핵심 콘텐츠이다. 개관 직후부터 6월 27일까지 진행될 기획 전시는 <REFLECTIONS IN MOTION>. 방문객들에게 시간과 디자인 사이 상호 관계를 고민하고 발견할 수 있도록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양산차 없이 콘셉트카와 자동차와 관계없는 전시 작품만으로 이루어진다는 점도 흥미롭다.
2층 양 끝에 배치된 차량 2대는 각각 한국 최초의 독자적인 자동차 모델, ‘포니PONY’를 전기차로 재해석한 ‘헤리티지 시리즈 포니Heritage Series – PONY’와 미래 전기차 디자인의 방향성을 보여줄 EV 콘셉트카 ‘프로페시Prophecy’. 미래 자동차의 방향성을 전기차로 제시하면서도 자동차의 과거와 미래를 독창적으로 재해석했다.

 

헤리티지 시리즈 포니 ⓒBRIQUE Magazine
EV 콘셉트카 ‘프로페시’ ⓒBRIQUE Magazine

 

두 자동차 사이에는 다양한 색깔과 빛의 상호작용을 표현한 ‘컬러 앤 라이트Color & Light’, 지속가능한 자동차 소재를 방문객이 스스로 자유롭게 조합할 수 있는 만화경 형태의 ‘머티리얼Material’ 등이 전시되어 있다. 프로페시 뒤편에는 미디어 아티스트 목진요 작가의 작품 ‘미디어 스트링스Media Strings’를 기획 전시 동안 시연 중이다. LED와 와이어 장치가 입력된 알고리즘에 따라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이 작품은 현대자동차의 디자인 철학 ‘센슈어스 스포티니스Sensuous Sportiness(감성적인 스포티함)을 표현한다.

 

컬러 앤 라이트 ⓒBRIQUE Magazine
머티리얼 ⓒBRIQUE Magazine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은 여느 모터스튜디오들과 같으면서도 다른 공간이다. 체험과 경험이 주된 목적이라는 점에서는 다른 모터스튜디오들과 같지만, 양산차를 전시하지 않고 ‘디자인’이 공간의 주된 콘셉트라는 점은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만의 차별점이다. 자동차 기업의 브랜드 공간임에도 양산차보다 디자인을 중시하는 공간이 만들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새로운 모터스튜디오는 부산에서 앞으로 어떤 역할을 맡게 될까?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 기획을 총괄한 코넬리아 슈나이더 글로벌 경험마케팅 담당 상무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변화하는 고객들에게 발맞추고자 부지런히 노력하는 기업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코넬리아 슈나이더 글로벌 경험마케팅 담당 상무 ⓒBRIQUE Magazine

 

더 나은 삶을 선사하는 모든 디자인을 위한 공간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은 어떤 공간인가요?

자동차 디자인에 국한하지 않고,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디자인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새로운 모터스튜디오예요. 현대자동차는 디자인이야말로 인간이 세상과 소통하고 창조 활동을 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인과 관련된 다채로운 관점과 영감을 전달하며 대중들과 소통하는 곳으로 거듭나려 해요.

 

그간 선보인 여타 모터스튜디오와 차별점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오로지 디자인과 관련된 콘텐츠와 전시를 즐길 수 있도록 기획했다는 점에서 다른 모터스튜디오들과 다릅니다. 다른 현대모터스튜디오들은 양산차 등의 차량과 이를 경험할 수 있는 전시 경험을 제공하지만,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은 현대자동차 제품을 전시하지 않습니다. 인간 중심의 디자인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유일하다고 볼 수 있죠. ‘Design to live by’라는 콘셉트 하에 우리의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디자인의 힘에 주목하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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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o live by’는 어떤 의미인가요?

공간 기획 당시, 자동차 디자인이나 제품 디자인뿐만 아니라 우리 삶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디자인 그 자체에 중점을 두고자 했습니다. 우리 삶에서 디자인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주목하려 했죠. 그래서 단순히 ‘디자인Design’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디자인, 즉 ‘Design to live by’라는 콘셉트를 만들게 된 겁니다. 지금 우리가 앉아 있는 이 테이블과 의자, 이 공간의 조명 등 늘 우리 곁에 있는 디자인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앞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여러 디자이너와 협업하며 진행하려 하고, 워크숍도 준비 중이고요. 좋은 디자인이 무엇인지, 디자인이 앞으로 우리 일상을 나아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도 고객들과 함께 고민하고 소통하고자 해요.

 

자동차 기업이라고 하면 디자인보다 기술이 먼저 떠오릅니다만, ‘디자인’에 집중하는 이유가 있나요?

자동차 기업에 디자인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물론 기술도 정말 중요하죠. 하지만 회사 밖 고객들은 자동차를 넘어 우리 회사의 디자인이 어떤지 관심 있어 합니다. 고객들에게 우리의 디자인을 꾸준히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죠. 그리고 좋은 디자인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영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사람들을 웃게 만들기도 하죠. 자동차 디자인, 건물 디자인뿐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 늘 만지고, 보고, 느끼는 것들의 디자인도 마찬가지죠.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에서는 앞으로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디자인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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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브랜드, 달라질 브랜드를 표현하다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의 특징 중 하나는 자동차 기업의 공간임에도 양산차가 없다는 점이죠.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은 고객에게 창의적이고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브랜드 체험 공간입니다. 매장이나 전시장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기업의 브랜드 방향성과 정체성이 반영된 예술 전시, 작가와의 만남, 문화 공연 및 콘텐츠 등의 행사를 통해 소비자가 브랜드를 다방면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죠. 일반적인 브랜드 공간과 차별화되는 부분입니다.

 

전시를 보면, 예술가들과 협업한 작품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예술가들과 협업할 예정이라고요.

앞으로 이곳에서 ‘현대 블루 프라이즈 디자인Hyundai Blue Prize Design’이라는 이름으로 디자인 큐레이터를 양성하는 플랫폼을 시작하려고 해요. 주기적으로 새로운 디자인 전시를 기획해 대중과 소통할 예정입니다.
예술가와의 협업은 단순히 그들을 지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 회사 직원에게도 좋은 인상을 주고 영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요. 협업을 통해 내부 직원들에게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줄 수 있죠. 그래서 우리의 일은 단순히 방문객들에게 제품을 보여주는 전시를 기획하고 공간을 운영하는 일에 국한되지 않아요. 모빌리티 서비스의 미래를 보여주면서, 직원들로부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기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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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 제품을 직접적으로 노출하지 않는 브랜드 공간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보시는지.

요즘 고객들은 회사가 무엇을 하는지, 어떤 가치를 담고 있는지 굉장히 주목하고 있어요. 단순히 제품만 보지 않고 기업이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태도를 가졌는지 주목하죠. 다음 행보는 무엇인지, 회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관심 있게 지켜보는 고객들도 많아요. 또한 젊은 고객들은 무언가를 구매하기 위해 대리점과 같은 오프라인 공간에 방문하는 것보다, 이 커머스e-commerce로 물건을 주문하는데 훨씬 익숙하죠. 이러한 흐름 속에서 고객들의 구매 패턴과 라이프스타일도 변화하고 있고요. 이제 제품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기업의 달라진 사고방식도 보여줘야 해요.

 

제품을 잘 보여주기만 해서 고객의 사랑을 받는 방법은 기한이 다했다는 말씀이시죠.

맞아요. 앞으로 브랜드는 어떤 것을 보여줄 수 있는지를 열심히 모색해야 해요. 기업의 새로운 사고방식을 보여주고 달라진 구매방식에 적응하며, 고객의 새로운 움직임에도 맞춰 나아가야 하죠. 고객이 변화하면 기업도 변화해야 하니까요. 고객에게 기업이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지 명확하게 전달해야 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현대모터스튜디오 같은 브랜드 거점 공간 운영이 늘어난다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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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방문자들에게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이 어떤 공간으로 기억되길 원하시나요?

디자인이 만들어갈 우리 삶의 변화에 대해 재발견할 수 있는 공간이자, 누구든 즐겁게 찾을 수 있는 명소로 자리 잡았으면 해요. 디자인과 관련된 다채로운 관점과 흥미로운 활동을 전달하는 아시아의 ‘디자인 허브’가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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