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꿈을 담다

[Focus] 정수정원 MOG 탄생이야기 #1
ⓒBRIQUE Magazine
에디터. 정지연  사진. 김동규  자료. 우공파트너스, 키마파트너스

 

“참 아름답고 쓸모 있는 공간을 만났다.”
정수정원과의 첫 만남을 나는 이렇게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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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정원’은 젊은 크리에이터들이 모여 부모님의 오랜 생업터이자 유산인 화훼 농장을 감각적인 리빙·라이프스타일 체험공간으로 탈바꿈시킨 프로젝트다. 지난해 4월 ‘무브먼트 그라운드(MOG:MOVEMENT GROUND)’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얼굴을 내민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경기도 의왕시 백운호수 인근의 개발 열기까지 더해져 이곳은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에 민감한 이들의 필수 방문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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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수익을 겨냥한 수도권의 그저 그런 상업적 건물이 될 수도 있었던 이곳을 새로운 개념의 공간으로 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남다른 생각을 가진 두 건축가의 의기투합과 도전정신에 있었다.

경광현 건축가는 이 땅에서 40년 가까이 화훼 농장을 운영했던 부모님의 땅에 대한 애착과 은퇴 후의 삶에 대해 함께 방안을 찾던 중, 선배이자 동료였던 김국환 키마파트너스 대표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또 그가 가져왔던 오랜 꿈에 대해서도 살포시 풀어 놓았다.

“건축가라면 누구나 자신의 철학과 실력을 최대한 반영한 멋진 공간을 만들고 싶죠. 경광현 건축가는 부모님의 화훼 농장에 담긴 정신을 살려 플랜테리어 기반의 복합문화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소망을 갖고 있었어요.”  -김국환 키마파트너스 대표

 

지하 1층  카페 ‘슬로우 그라운드’ ⓒBRIQUE Magazine
지하 1층  카페 ‘슬로우 그라운드’ ⓒBRIQUE Magazine

 

문제는 건축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는 일. 더욱이 땅의 지분을 외가 어른들과 나눠 갖고 있는 터라 의사결정구조도 복잡했다.

경 건축가의 고민을 접한 김국환 대표는 다른 시각에서의 접근 방법을 제안했다. 임대수익을 얼마나 거둘 수 있을지 불분명한 상황이었기에 자금을 대고 건물 전체를 장기간 임대할 대기업을 유치하자고. 허황된 소리 같았지만, 둘은 그때부터 그들이 그간 머릿속에 그려왔던 랜드마크를 구상하며 밤낮없는 토론 끝에 사업계획서를 한 장 한 장 써갔다.

“지금도 그때의 설렘을 잊지 못해요. 아마 건축가를 꿈꾸던 어린 시절부터 생각했던 온갖 것들을 다 끄집어 내봤을 걸요. 벤치마킹을 위해 정말 많은 곳을 발품 팔며 다녔고, 이름만 대면 알만한 글로벌 브랜드에서부터 프랜차이즈 대기업까지 정말 많은 곳과 만나 논의했습니다.” – 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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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만난 회사가 바로 정수정원에 ‘MOG’라는 첫 브랜드를 안겨다 준 무브먼트랩. 모회사인 파인우드리빙이 주축이 돼 잭슨카멜레온, 무니토, 오블리크테이블, 바이헤이데이 등 리빙·라이프스타일 관계 브랜드들이 한꺼번에 임차인으로 들어오기로 하면서 주거를 겸했던 기존 계획안을 폐기하고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모든 층을 근린생활시설로 설계안을 재구성했다.

“우리 둘 다 건축가였지만 건물의 기획과 운영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설계는 다른 건축가에게 맡겼습니다. 대신 우리는 여러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해 장기적인 비전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만들어 낼 회사를 설립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현재 정수정원 건물의 소유주인 우공파트너스입니다.” – 김 대표

 

지하 1층 ‘무브먼트랩 의왕 플래그십 스토어’ ⓒBRIQUE Magazine
지하 1층 ‘무브먼트랩 의왕 플래그십 스토어’ ⓒBRIQUE Magazine

 

정수정원에는 무브먼트랩 관계사가 운영하는 라이프스타일 플래그십 스토어 이외에도 유아 돌봄과 놀이 문화를 만들어가는 스타트업 ‘놀담’의 키즈 클래스 공간 ‘놀랩’, 플랜테리어 개념을 적용한 카페 ‘슬로우 그라운드’ 등이 함께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 우공파트너스와 시공을 맡았던 ‘자람건설’ 본사도 입주해 있다.

“경 건축가는 건물의 탄생을 이끌었던 여러 주체들이 이곳을 함께 운영하고, 공간 라이프스타일 분야의 젊은 창작자들이 이곳을 토대로 또 다른 꿈을 꾸고 성장할 수 있길 바랐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오랜 시간 이 땅에서 화훼 농장을 운영하며 식물을 통해 사람들의 생활에 풍요로움을 더하고자 했던 부모님의 기업가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죠.” – 김 대표

 

2층 ‘잭슨카멜레온 HOME’ ⓒBRIQUE Magazine
3층 무브먼트랩 인테리어 쇼룸 ⓒBRIQUE Magazine

 

진입로와 곧바로 연결되는 지하 1층에는 선큰 가든sunken garden이 있다. 여기에는 화훼 농장 때부터 사용한 지하수를 연결해 작은 물길을 만들고, 외부와 내부를 이끼로 이어 마치 정원처럼 꾸몄다. 보통은 지하를 주차장으로 만들지만, 이곳은 찾는 이들의 쉼과 문화가 있는 광장으로 계획했다. 대신 1층의 상당 면적을 인근 주민들도 사용할 수 있는 지상 주차장으로 만들어 개방했다. 나홀로 빛나는 건물이 아니라 이웃과 함께 하자는 부모님의 생각도 반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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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따뜻한 추억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장소, 끊임없이 변하지만 늘 그대로 있는 듯 익숙함을 가진 장소, 그리고 생명력이 가득한 장소를 통해 경광현 건축가의 오랜 꿈이 잘 이어져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 김 대표

젊은 건축가의 도전정신과 여러 창작자들의 열정이 만들어 낸 정수정원이 이곳을 찾는 이들의 삶에 풍요로움을 더하는 지속 가능한 공간으로 거듭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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