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큐레이터들에게 묻다

[Be Curated] ⑥ Life Curat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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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윤정훈  사진. 윤현기

 

다양한 분야에서 저만의 취향을 기준으로 더 나은 선택을 제안하는 일상의 큐레이터들. 그들은 어떤 기준으로 가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을까? 다섯 가지의 공통 질문에 브랜드 대표, 에디터, 공간 운영자 등 10인의 크리에이터가 답했다.

 

① 큐레이션 대상과 전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② 나만의 큐레이션 기준은?
③ 취향, 안목에 깊이를 더하려 어떤 노력을 하는지?
④ 추천하는 콘텐츠가 있다면?
⑤ 활발히 이용하는 큐레이션 서비스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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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박진우 인스타그래머, 삼초마을 CGO @zele._.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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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성수동의 맛집, 핫플, 생활정보를 큐레이션하는 인스타그램 ‘제레의 뚝섬살이’를 운영하고 있다. 성수동에 위치한 다양한 스몰 브랜드의 스토리를 소개하며 소상공인들이 오랫동안 동네에서 장사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② ‘브랜드에 영혼이 담겨있는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트렌드니까, 사람들이 이걸로 돈 많이 벌었다니까 하는 얕은 기획으로 운영하는 브랜드 소개는 지양한다. 브랜드의 스토리와 오리지널리티, 미션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

③ 성수동의 다양한 팝업과 감도 높은 공간을 하루에 많으면 4~5곳 직접 방문하고, 출퇴근 시간을 활용해 매일 쉬지 않고 온라인으로 트렌드를 찾아 보는 편이다.

④ 테이스트앤드테이스트 성수점을 추천한다. 문화 예술 콘텐츠가 부족한 성수동에 유명한 아트 워크를 무심하게 툭툭 걸어두는 안목, 점심과 저녁을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메뉴 선정이 인상적이다. 여기에 그로서리 스토어에 입점된 스몰 브랜드를 찾는 재미까지 있는, 동연무장길의 앵커 스토어라고 생각한다.  

⑤ 아이즈매거진, 데일리패션뉴스, 할시온매거진 등 인스타 기반의 매거진 계정을 눈여겨 보는 편이다. 최근 이슈가 되는 다양한 뉴스를 전달해 주어 트렌드를 따라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2. 이주연 심다 대표 @simd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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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식물과 식물이 있는 생활을 다룬다. 각기 다른 공간과 사람에게 어울리는 식물과 식물 생활을 큐레이션함으로써, 사람들이 식물로부터 조용한 위로를 받고 지속적인 식물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② 저작권이 있는 큐레이션 설문과 현장 방문, 또는 공간 구조를 잘 파악할 수 있는 사진을 받아 큐레이션 시 참고한다. 또한 반드시 5분 이상의 대화를 대면 또는 비대면으로 진행해 고객의 취향과 여건을 보다 면밀히 파악한다.

 나 역시 다양한 식물이 있는 생활을 하고 있으며, 다른 이들과의 식물 생활 상담을 통해 꾸준히 데이터를 쌓아간다. 

④ 컴패션과 기획한 심다의 수경식물생활키트. 초심자도 쉽게 다룰 수 있는 키트로,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쉽게 식물로 공간을 가꿀 수 있다. 동시에 수익의 50%가 기부로 이어지는 착한 활동이라 추천한다. 

⑤ 롱블랙, TWL, 사적인서점

 

TWL ©BRIQUE Magazine

 

3. 손하빈 밑미 대표 @nicetomeet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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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밑미는 ‘나’를 돌보고 가꾸는 활동을 큐레이션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가려면 ‘나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일상에서 자신을 매일 관찰하고 돌보는 리추얼을 선별한다. 매주 월요일 밑미레터를 통해 한 번쯤 멈춰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심리·리추얼 콘텐츠를 제공한다. 나를 아는 일은 조그마한 행동과 생각에서 비롯한다. 거창할 필요 없이 매일 10분이라도 자신에게 시간을 쓰는 리추얼만 있어도 나다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 가볍고 부담 없게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자 재치 있는 비주얼로 따뜻하고 깊은 이야기를 전한다. 

② ‘왜 큐레이션하는가’를 잊지 않는 것. 큐레이션은 매력도가 중요한데, 반응에 집중하다 보면 원래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잊고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좇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이거 왜 하려고 했지?’라고 물으며 다시 중심으로 돌아온다. 심리와 관련된 책을 추천하는 콘텐츠라면, 처음엔 심리 분야의 저명한 책을 찾기 마련이다. ‘그저 유명하고 알려진 대가의 책을 보여주는 게 목적이었나?’라고 반문하면 금세 아니란 걸 알게 된다. 일상에서 쉽고 가볍게 시작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니까, 심리 카테고리에서 벗어나도 목적에 부합하는 다양한 걸 살펴보자는 쪽으로 생각이 바뀐다. 이렇듯 본질을 잊지 않는 것이 밑미 큐레이션의 방향이자 기준이다.  

좋은 취향과 안목은 자기만의 관점을 갖는 데서 시작한다. 관점 없는 취향이나 스타일은 팥소 빠진 붕어빵 같다. 겉은 아무리 멋지고 화려해도 공허하달까. 그래서 나만의 관점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다양한 경험을 하고 새로운 것도 자주 접하며 익숙한 것을 생경하게 바라보는 노력도 하지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일은 혼자 있는 시간에 책을 읽고 생각하는 것이다. 철학, 행동경제학, 심리, 소설 등 인문학 도서에서 개인적으로 많은 영감을 얻는다. 인류 역사를 보면 사람은 물질적으로 풍요로울 때 정신적인 에로스를 더한다. 취향은 현대인이 추구하는 에로스의 영역이다. 이를 이해하고 주변을 둘러보면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원하는지에 대한 관점이 생긴다. 따라서 많이 읽고 생각한 다음 주변을 다채롭게 경험하려고 한다. 

④ 요한 하리의 <도둑맞은 집중력>. 팁을 알려주기보다 생각을 확장시키는 세계관을 선사하는 책을 선호한다. 단순 활자에 그치지 않고 일상을 흔드는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책은 개인의 삶에서 벗어나 사회적으로 생각해볼 만한 현대인의 집중력을 이야기한다. 근래 들어 계속 생각하고 떠올려 보게 된다.  

⑤ 전시와 전시관 옆 맛집을 알려주는 인스타그램 계정 우뚜기(@oottoogi). 알지 못하고 지나칠 수 있는 전시를 알려 주고, 유명 전시뿐 아니라 개인전 소식도 알려 줘서 톡톡히 도움 받고 있다. 큐레이션의 가장 큰 가치는 내 노력으로 알기 힘든 정보나 관점을 감도 높은 사람의 시선을 빌려 얻는 일인 것 같다. 이런 점에서 오래 이용해온 큐레이션 매체다.

 

The Reference ©BRIQUE Magazine

 

4. 이승진 CQR Head @cqr.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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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QR은 지속가능한 섹터에 깊은 관심을 갖고,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관련 분야에서 지속 가능한 대안이 보다 긍정적인 방식으로 논의되고 확산되도록 신뢰할 만한 정보 제공에 힘쓴다. 브랜드의 지속가능성 정보를 분석해 제공하고, 고객 리뷰 및 추천 등을 기반으로 직접 구매 등의 형태로 참여하도록 돕는다. CQR이 생각하는 지속가능성이란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마음 불편함 없이 지금 당장 참여해볼 수 있도록 멋스럽게 제안하는 것이다.

지속 가능성을 실천하고 참여할 경우 누군가의 마음에 불편함을 유발하기도 한다. 육류를 섭취하면 안 된다거나 기후 파괴를 저해하는 모든 행동을 죄악시하는 등의 접근이 그렇다. 지속가능성이 급진적인 방식보다 긍정적으로 확장될 경우 더 많은 구성원이 참여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큐레이션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정답은 없겠으나 편식보다 융합을 통해 다양성과 폭을 확장해가는 게 유효할 거란 생각이다. 거대 플랫폼들의 추천 알고리즘이 확증 편향을 강화시키는 세상이기도 하다. 따라서 취향을 더 선명하게 만드는 데 있어 중요한 점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깊게 파고드는 것 못지않게 다양한 분야의 경험과 정보를 아우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객과 브랜드가 그린워싱greenwashing을 스스로 체크해볼 수 있는 CQR의 그린워싱 체크 리스트, 대표적인 지속가능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라인업을 추천한다.

언박스Unbox라는 브랜드 딥다이브 페이지를 좋아한다. 각자의 철학을 갖고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디렉터들의 깊은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패션과 관련해서는, 가볍게 트렌드를 접할 수 있는 아이즈매거진이나 데일리패션뉴스 등의 애그리게이터 모델도 즐겨 이용한다.

 

5. 박성조 온큐레이션 대표 @oncu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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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온큐레이션’은 수많은 정보 속 쉽게 휘발되고 마는 스낵 컬처에 반기를 들고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색다른 시선을 통해 바라보고 소개한다. 현상을 바라보는 차별화된 시각과 진정성을 탐구하는 집요함이야말로 삶을 창조적으로 변화시키고, 산업 전반에 건강한 변화를 가져올 거라 믿는다. 차별화된 통찰력이 가져다줄 패셔너블한 삶을 지향한다.

② 어떤 현상이나 이슈를 다각화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적으로 접근할 것. 맥락을 파악한 뒤에 그 안에서 온큐레이션만의 시선으로 재구성할 것. 

좋은 취향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길러진다. 즐비한 큐레이션 채널에서 소개하는 것이 모두에게 정답이 될 순 없다. 따라서 새롭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찾고 그곳에 푹 빠져 즐겨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고자 노력할 것. 그 안에서 안목이 길러지고 뾰족한 취향이 생긴다. 돈보다 더 귀하고 가치 있는 것이 경험이기에 경험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좋겠다.  

④ 온큐레이션의 콘텐츠 ‘루이비통과 퍼렐 윌리엄스 과연 최선의 선택일까?’를 추천한다. 레거시 매거진부터 온라인 매체에 이르기까지 퍼렐 윌리엄스가 루이비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선정됐다는 뉴스를 송출하기 바빴다. 반대로 온큐레이션은 퍼렐 윌리엄스가 루이비통의 디렉터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맥락적으로 파악하고 조명했다. 온큐레이션의 차별화된 시선이 잘 드러난 콘텐츠라 자부한다.  

⑤ 몇 년 전까지 빈티지 가구를 한창 소비하다 부쩍 아트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 관련해 아티스트를 재미있게 소개하는 아트아트ARTART의 뉴스레터를 구독 중이다. 초심자의 눈높이에서 소개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6. 이의성 콘텐츠 기획자, 에디터 @eesung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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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쏟아져 나오는 도서의 홍수 속,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을 선별해 제안한다. 수많은 신간과 구간 중 의미 있는 양서를 권하며, 책에 대한 감상을 공유함으로써 각자 자신에게 맞는 책을 고르는 안목과 시야, 관점이 생기기를 바란다. 더불어 책 읽기가 무엇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인내하며 읽는 행위‘가 아닌, 그 자체로 재미와 의미가 있는 경험이라는 점을 전달하고자 한다. 감각적인 영상과 이미지가 가득한 지금 시대에 독서가 개인에게 어떤 파급을 가져올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조명하려 한다. 

② 이미 환기됐거나 사람들의 관심을 활용하려는 책은 배제한다. 시류에 한 발 앞서 새로운 태도와 감각을 제안하거나 시류와 무관하게 자신만의 철학을 눌러 담은 책을 소개한다. 큐레이션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발화자 주변에 모인 청중의 취향과 기호를 파악하는 것, 불특정 다수가 아닌 몇 가지 키워드로 청중을 한데 모으는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아이러니하지만 개개인에게 맞추려고 노력하기보다 내 정체성을 잘 드러내는 일에 주력한다. 그것이 결국 큐레이션의 반응과 만족도를 높이는 길이기 때문이다. 

취향을 뾰족하고 날카롭게 가다듬기 위해 내가 만든 디지털 알고리즘에서 최대한 벗어나려고 노력한다. 공간이 주는 환기의 힘도 신뢰하기에, 새로운 공간에서 사유하거나 작업하는 것을 선호한다. 트렌디한 정보를 습득하려 하지만 그것에 지나치게 매달리거나 오래 체류하지 않으려는 의식적인 노력도 기울인다. 시선이 외부로 향하기보다 스스로를 바라보게끔 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④ 한병철의 <사물의 소멸>을 권하고 싶다. 모두가 질주하고 있는 디지털 세계, 생산성과 성장 그리고 남다름에 대한 압박 가운데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각자 나름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지만 여유 있게 관조하지 못하는 (나를 포함한) 이들에게 한 발 물러서 ‘오늘’을 사유하라고 말한다. 흔히 말하는 경제적 자유나 퇴사 후의 자유 같은 파편적 의미의 자유 너머 진정한 자유를 일깨운다는 점에서, 무척 좋은 조언과도 같았다. 너무 늦지 않은 적절한 때 일독해보기를 권한다. 

⑤ 문화예술 커뮤니티 플랫폼 안티에그antiegg. 책을 비롯한 문화 예술 전반을 고유한 관점과 시각으로 바라보며 현상 너머의 이면의 이야기를 다루는 매체다. 트렌드를 담은 콘텐츠, 다양하면서도 고유한 시각의 아티클을 통해 저마다 곱씹을 거리를 얻을 수 있다.

 

7. 신현아 굿모닝제너럴스토어 대표 @goodmorning_generalst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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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굿모닝제너럴스토어는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이 자신감 있는 삶의 기본이라는 믿음과 함께 일상에 필요한 제품들을 판매하는 편집숍이다. 오래 사용할 수 있고 마음에 힘을 더해주는 물건을 제시하며 다양한 사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경험을 전달하고자 한다. 

②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비슷한 취향을 공유하는 것 같다. 유행이라는 것에 피로감을 느끼고 슬로우 라이프를 추구하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러한 라이프스타일에 부합하도록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내구성을 갖췄는지,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인지를 따져본다. 그리고 물건에 대한 진솔한 설명을 전달하기 위해 제품 대부분을 직접 경험한 후 소개한다. 주된 셀렉 기준은 실용성이지만 꼭 필수적이지 않더라도 일상을 밝혀주는 물건 또한 함께 소개하고 있다.

안목과 취향을 다듬기 위해서는 변화의 흐름을 계속 감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새로운 공간을 방문해 보고 다양한 생각을 접하기 위해 노력한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스쳐 지나는 짧은 정보에만 의존하다 보면 취향이 오히려 흐려지는 느낌을 받는다. 따라서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하나를 깊이 있게 알기 위한 습관을 들이는 중이다.

④ 일본 츠타야서점을 창립한 마스다 무네아키의 책 <지적자본론>. 굿모닝제너럴스토어를 만드는 데 있어 많은 영감을 준 책이자 요즘같이 자기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가 늘어나는 시대에 여전히 좋은 인사이트를 제시한다.

⑤ 다양한 브랜드와 매거진 그리고 에디터가 발행하는 뉴스레터를 구독하며 새로운 정보들을 받아보고 있다. SNS에 비해 여러 주제를 좀 더 심도 있게 다루기에 시각을 넓히고 조류를 읽는 데 도움이 된다. 서점 역시 자주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다양한 종류의 책을 만날 수 있지만 집중하는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있어 꼭 책이 목적이 아니더라도 에너지를 느끼는 것만으로 충분한 모티베이션이 된다. 

 

TWL ©BRIQUE Magazine

 

8. 장인화 인스타그래머 @spot_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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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새로운 공간,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공간을 통해 얻는 즐거움과 행복감이 크다. 지금처럼 카페가 춘추전국시대처럼 다양하지 않을 땐 여행 다니며 새로운 장소 경험하기를 즐겼는데, 이젠 멀리 가지 않고도 새로운 카페나 숍, 전시 공간을 통해 심미적 자극과 환기를 얻을 수 있다. 이를 많은 사람과 향유하고자 아름답고 가치 있는 공간을 소개하고 있다. 무엇보다 경험 소비를 중시하는 요즘 세대에게 여행처럼 즐기기 좋은 공간을 알리고자 한다. 

② 역사적, 공간적으로 가치 있는 곳을 포함하되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으로 선별한다. 주관적 안목에 따라 소개한 공간이 누군가의 취향에 맞닿아 내가 얻은 영감과 행복한 감정이 그대로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건축, 인테리어 매거진이나 감도 높은 잡지 기사를 탐독하고 팔로잉하는 인스타 유저들의 새로운 피드를 꼼꼼히 확인한다.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그들의 피드가 나에게 영감의 원천이자 정보의 바다나 다름없다. 

④ 지난 4월 다녀온 거제도 ‘무지개 펜션 에스프레소’를 추천하고 싶다. 그림 같은 절경에 공간에 담긴 이야기까지 흥미롭다. 거제에 여행온 노부부가 우연히 발견한 펜션의 경치에 반해 카페로 탈바꿈시키기로 했는데 건축가 아들이 부모님을 위해 공간을 손수 매만졌다. 유행에 얽매이지 않는 깔끔한 우드 인테리어가 군더더기 없는 미니멀한 가구와 조화를 이루며, 여기에 감탄이 절로 나오는 거제 바다가 더해져 더할나위 없이 멋진 공간이 탄생했다. 카페와 공간을 애정한다면 꼭 한 번 가보기를 추천한다. 

⑤ 데이트립daytrip. 현 위치를 기반으로 멋진 장소를 쉽게 찾을 수 있음은 물론, 안목 있는 큐레이터들이 엄선한 세계 곳곳의 트렌디하고 근사한 장소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9. 신현오 인스타그래머 @doboma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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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내가 태어나고 자라온, 그리고 애정하는 동네 마포구를 큐레이션한다. 마포구 ‘찐’주민이 좋아하고 추천하는 숨은 맛집, 카페, 편집숍 등 공간과 동네 주민이라면 관심 가질 만한 유익한 정보와 이야기를 다룬다. 단순히 새롭고 힙한 곳이 아니라, 공간(브랜드)만의 유니크한 색깔과 이야기가 있는 곳을 직접 방문해 경험하고 인터뷰도 한다. 궁극적으로는 마포구만의 독특한 색깔과 경험을 만들고자 한다. 1년이든 평생이든 이곳에 살아온 누구나 동네에 애정을 갖고 마포구를 고향처럼 느끼길 바라며. 

② 좋은 큐레이션이란 ‘해석력-구성력-전달력’을 종합적으로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해석력에 집중하기 위해 내 주관을 더 강하게 앞세운다. 로컬 큐레이터로서 마포구라는 넓은 범위를, 게다가 맛집부터 편집숍까지 모든 카테고리를 커버하는 만큼 객관적으로 소개하기란 어쩌면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더욱 철저히 내 주관적 경험을 큐레이션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마포구에서 평생을 살아온 나처럼 동네 주민의 시선에서 ‘오랜 단골이 되고 싶은 곳인가’, ‘실제 동네 사랑방으로 기능할 수 있는가’ ‘공간만의 색깔이 느껴지는가’ 등이 기준이다. 그래서 음식, 커피, 서비스 등 ‘무엇을 제공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운영자의 취향, 공간 분위기 등 ‘어떻게 제공하느냐’에 더 집중한다. 이를 더 매력적으로 전달하고자 정제된 사진에 드립과 밈을 가미한 맛깔스러운 글을 더한다.   

도보마포라는 이름처럼 산책을 많이 한다. 다른 동네와 달리 마포구는 작고 아기자기한 골목이 많아 걸어 다니는 재미가 있다. 자주 걸으며 동네 분위기를 충분히 느끼고, 사람들이 몰리는 골목이나 공간을 구경하며 감도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원래 알던 곳이든 누가 추천을 했든 새로 생긴 곳이든 직접 방문하고 때로는 사장님과 이야기하며 ‘마포스러움’을 키우려고 한다.  

④ 지난 6월 진행한 도보마포 팝업 스토어. 로컬 큐레이터가 굿즈를 만든다면, 팝업을 연다면 어떤 모습일까 하는 호기심에서 시작해 기획부터 운영까지 참여한 프로젝트다. 내가 좋아하는 패션 브랜드 마더그라운드와 협업해 공간을 디자인하고, 마포구를 대표하는 로컬 브랜드 네 곳과 함께 티셔츠, 양말, 키링 등 굿즈를 선보였다. 동시에 로컬 브랜드 매장에 방문을 유도하는 이벤트를 진행해 진정한 의미의 로컬 행사였다고 자평한다. 

⑤ 아이즈매거진. 패션을 기반으로 라이프스타일, 뉴스까지 확장해 다루는 매체로, 현 시점 가장 빠르게 소식을 전하는 뉴스피드 큐레이션 서비스다. 요즘처럼 하루에도 수많은 소식이 흘러가는 시대에서 아이즈매거진이 전하는 빠르고 간략하고 감각적인 뉴스 큐레이션은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느낌을 준다.

 

Piknic ©BRIQUE Magazine

 

10. 윤진 Achim 디렉터 @clairejinyo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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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너와 나의 아침을 풍성하게 만드는 오감을 큐레이션한다. 아침은 하루의 시작이자 몸과 마음이 원점으로 돌아가 가장 많은 잠재력 가진 시간이다. 이 시간을 무엇으로 채우느냐에 따라 남은 하루가 달라질 수 있다고 믿는다. 끌려가는 아침이 아니라 끌어가는 아침의 가치를 나누는 읽을거리, 볼거리, 먹을거리, 입을 거리를 소개하고 만들고 있다. 

② 실용적인가, 심미적인가, 합리적인가 그리고 가치로운가. 늘 네 가지 기준을 마음에 품고 있다. 큐레이션 대상에 따라 더 강조되거나 덜어지는 부분이 있지만 무언가를 소개하기 앞서 먼저 점검해본다. 큐레이션의 정확도는 선택의 경험이 쌓이며 높아지는 것 같다. 특히 거절의 순간을 마주하면 나의 기준을 스스로 점검하며 확신을 갖게 된다. Achim이 운영하는 온라인 커머스 아침 마트Achim Mart에 입점 제안을 해온 브랜드가 있었다. 제품 자체는 훌륭하나 위의 네 가지 관점에 부합하지 않아 양해를 구하고 거절 메일을 드렸다. 나라는 사람의 기준이 아닌 팀의 기준을 모든 선택에 적용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함께 우리의 가치를 점검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 가치에 공감하고 소비하는 고객들이 있을 때 정확도가 점점 더 높아지는 것 같다.

③ 호기심이 많은 편이다. 늘 ‘왜?’라는 질문을 마음에 품고 있다. ‘이게 왜 좋지? 왜 싫지? 이 기분은 뭐지?’. 스스로에게 묻고 이어지는 생각이 있다면 꼭 글로 써보는 시간을 갖는다. 안다는 것은 무엇인지 늘 고민하는 편이다. 한 번 본 것을 내 지식이라고 말할 수 없듯 내 안목으로 자리 잡으려면 충분히 소화시키고, 숙성시키고, 내 것으로 다시 꺼내보는 과정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④ 얼마 전 연희동에 있는 브런치 카페 산스밀Sans Meal에 다녀왔다. 이름처럼 군더더기 없이 필요한 것만 깔끔히 놓인 공간이었다. 메뉴도 너무 많거나 적지 않고 알맞았다. 식사부터 디저트까지 구성 역시 훌륭했다. 무엇보다 공간에 흐르는 음악이 무척 좋았는데, 운영자가 플레이리스트를 발행하고 있었다. 지금도 그 음악을 들으며 답변을 쓰는 중이다. 배만 채우고 나온 게 아니라 방문 후 받은 인상이 계속 이어져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내고 있다.

⑤ Achim의 커뮤니티 ACC(Achim Community Center)에 수시로 들어가 본다. 각자의 아침에 등장하는 장면들을 구경하고 있으면, 다음날 나의 아침을 상상하며 오늘 하루를 잘 보내고 내일 아침을 맞아야 겠다는 기대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핀터레스트도 활발히 이용한다. 브라우저 기본 창으로 설정해 두었을 정도로 재밌게 보고 있다. 시각과 비주얼의 균형을 중시해 글도 이미지도 골고루 살핀다. 내게 핀터레스트는 모든 파도타기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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