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과 맛이 있는 F&B 스폿 ②

[What’s your Flavor] 머무는 재미까지 더한 F&B 스폿

 

저마다의 개성으로 거리를 메우는 다양한 상공간 가운데 F&B 공간은 생활과 가장 밀접하다. 매 끼니 드나드는 식당, 일상적으로 방문하는 카페, 식료품을 비롯해 다채로운 기호식품을 만날 수 있는 그로서리 스토어까지. 먹고 사는 일과 직결된 F&B 공간은 식음이라는 본질을 중심으로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그리고 ‘식음’에서 ‘공간’으로 방점이 옮겨가는 지금, 고유한 콘셉트와 디자인으로 먹고 마시는 경험은 물론 머무는 재미까지 더한 F&B 스폿을 들여다본다.

카페온양

 

©Yongjoon Choi

 

온양민속박물관 내 위치한 ‘카페온양’은 과거 허름한 노천 식당에 불과했던 곳을 개조한 공간이다. 건축가 김석철이 지은 본관, 이타미준이 설계한 구정아트센터와 같은 걸출한 건축물 사이 방치되어 있던 이 부속 건물은 기다란 형태 탓에 일자집이라고 불렸다. 일자집의 리노베이션을 맡은 임태희 소장은 공간이 지닌 검박한 아름다움에 주목해 ‘최소한의 행위가 채우는 충만함’을 키워드로 설계를 진행했다. 오랜 시간 축적되어 만들어진 멋이 있기에 더 꾸미거나 힘을 주기보다 그저 장소 본연의 아름다움이 새롭게 발견되길 바랐다. 푸른 정원을 마주한 통창은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인상적으로 전달하며, 오랜 기간 묵묵히 박물관을 지키고 가꿔온 이들의 노고를 간접적으로 드러내 보인다. 카페 가장 안쪽, 오두막 같은 공간 천장에 매달린 종이 파빌리온은 소박함에서 오는 감각을 강조하는 장치다. 사각형도 원형도 아닌 오묘한 형태로 제작된 가구는 자세히 보아야만 발견할 수 있는 감각을 품고 있다. 외에도 곳곳에 놓인 가지각색의 오브제들이 저마다 존재감을 드러내며 호기심을 자극한다. 지역 작가들과 지속가능한 공예 문화를 만들고자 카페 한켠에는 공예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장소도 마련했다. 소박함을 개성으로 삼은 이 다감한 공간은 그 자체로 하나의 공예품을 연상케 한다. 공예의 역할이 그러하듯, 이곳에선 먹고 마시는 일상이 한결 멋스러워진다.

위치 충남 아산시 충무로 123
인스타그램 @cafe_onyang
디자인 임태희디자인스튜디오

 

공간 뒷동산

 

©duidongsan

 

삼선동에 위치한 ‘공간 뒷동산’은 전통주 애호가가 만든 소규모 양조장이자 술집이다. 집에서 전통주를 즐겨 마시던 공간 디자이너가 문득 본인이 마신 술이 이백여 종에 이르렀음을 깨닫고 직접 술을 빚기로 한 끝에 만들게 됐다는, 예사롭지 않은 탄생 비화가 서려있다. 그야말로 술에 진심인 이가 만든 공간답게 무엇보다 ‘마음 놓고 마실 수 있는’ 편안함에 초점을 맞췄다. 뒷동산의 능선을 모티브로 삼아 천장과 테이블을 구불구불하게 디자인했는데, 술기운에 잠시 균형을 잃어도 모서리에 부딪힐 염려가 없다는 게 장점 아닌 장점. 항아리에 직접 빚은 탁주와 청주, 계절주뿐 아니라 각 지역에서 공수한 다양한 쌀술을 만나볼 수 있다. 위트 넘치는 설명에 주인장의 손글씨가 더해진 감각적인 메뉴판, 특별 제작한 잔과 식기는 술과 공간에 대한 진심이 느껴지는 또 다른 대목. 안주란 무릇 술의 맛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는 철학에 따라 어릴적 먹었던 어머니의 강원도 음식을 다양하게 각색한 먹을거리를 선보인다. 한국 음식의 맛은 장에 있다고 생각하여 된장, 간장, 고추장까지 직접 담는다고. 매장 한켠에 위치한 턴테이블에서는 주인장이 직접 선곡한 동아시아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지역의 술과 함께 지역의 소리에 취해보자는 취지다. 공간과 어우러지는 음악을 주제로 한
공연을 기획 중이며, 앞으로도 한시름 놓고 편안하게 마실 수 있을 만한 쌀술을 꾸준히 양조하고 소개하는 것이 목표다.

위치 서울 성북구 삼선교로2길 3
인스타그램 @duidongsan_our
디자인 송대영, 박길종

 

라운드스시

 

©Donggyu Kim

 

미국에서 스시를 먹어봤다면 익숙할 법하다. ‘라운드스시’는 LA 한인타운의 스시집을 콘셉트로 한 아메리칸 스시 전문점이다. 흔한 일식 레스토랑 대신 미국 현지에서 경험할 수 있는 독특한 분위기에 초점을 맞췄다. 로컬 무드를 극대화하기 위해 세련된 조형 요소가 아닌 러프한 느낌의 자재를 더해 내외부를 구성했다. 기존 컨테이너 패널은 브랜드 정체성을 드러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재료이기에 외관으로 유지했고, 창문에 타공판을 덧대 내부를 향한 궁금증을 자아내도록 했다. 그 위로 청량감 있는 컬러를 입혀 도시적 무드를 구현했다. 중앙에 위치한 대형 회전문은 가벼운 패널 외관과 대비되는 무게감으로 균형을 이루는 동시에 자칫 답답해 보일 수 있는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내부 공간은 바와 홀, 벤치 세 영역으로 구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과 식사를 즐기는 고객 간 원활한 동선을 염두에 두고 계획했다. 매스감이 돋보이는 가구와 시선을 사로잡는 메뉴판 역시 스튜디오에서 자체 제작했다. 가구의 형태와 소재, 컬러 그리고 메뉴판의 레이아웃과 폰트까지 공간과의 조화를 고려한 세심함이 엿보인다. 이 모든 게 콘셉트에 그치지 않도록 메뉴와 운영 방식 또한 브랜딩의 일환으로 구성해 실제 미국 스시집에서 경험할 법한 서비스와 음식을 선보인다. 플레이트 하나부터 외관까지 이국적이면서도 친근한 면모를 두루 갖춰 고유한 경험을 선사하는 곳이다.

위치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21길 7 나동 1층
인스타그램 @roundsushi_official
디자인 알트바우 스튜디오

 

엠엠에스

 

©Donggyu Kim

 

몰트 위스키와 수제 맥주, 칵테일을 선보이는 ‘엠엠에스(M+MS, Masterpiece)’는 독창성과 실험 정신을 기반으로 한 컨템포러리 바다. 향을 즐기는 주종으로 유명한 위스키가 ‘마시는 향수’라고 불린다는 점에 착안해 향수 숍을 콘셉트로 디자인했다. 몰트를 재료로 하는 위스키와 맥주, 실험적인 칵테일을 다루는 바의 복합적인 성격을 고려해 전형적인 위스키바의 톤앤매너를 지양하고 마치 실험실과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공간으로 구성했다. 밀도 높은 경험을 위해 다채로운 시각 요소에 이어 촉각을 일깨울 수 있는 소재를 도입했다. 좌판과 등받이에 적용한 탄화코르크가 그것으로, 주로 흡음재나 방음재로 사용되는 재료의 높은 탄성과 쿠션감에 주목해 마감재로 활용했다. 끝도 없이 떨어지는 코르크 가루와 하중을 견디기에 턱없이 부족한 강성은 해결해야 할 과제였는데, 다양한 코팅제를 도포해 가며 적합한 마감 방식을 찾았고 금속판으로 내부를 보강해 강성을 높였다. 각파이프를 반복적으로 배치한 위스키 진열장은 시선을 사로잡는 동시에 미닫이식 금속장 틈새의 바리솔과 함께 조도를 조절하는 조명으로 기능한다. 또한 천연 석재 벽에 설치한 선반은 블라인드 테이스팅 프로그램을 염두에 둔 가구다. 보유한 위스키를 과시하듯 전시하는 대신 작은 갈색 유리병에 은밀히 숨겨두고 테이스팅을 통해 원하는 향과 맛을 발견하도록 돕는다.

위치 서울 종로구 사직로 133-10 3층
인스타그램 @mms_maltandmasterpiece
디자인 스튜디오 김거실

 

도식화

 

©BRIQUE Magazine

 

갤러리와 카페 그 어딘가에 위치한 공간. 주인공은 그림도 조각도 아닌 마들렌이다. ‘도식화’는 종이와 물감이 아닌 버터와 밀가루로 마들렌을 그린다는 콘셉트로 기획된 카페다. 독특한 맛과 멋을 갖춘 마들렌을 여러가지 방식으로 전시하고 감상하고 먹는, 일명 ‘마들렌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한다. 기본에 충실한 맛부터 한국적이거나 실험적 재료를 더한 것까지. 간장들깨 마들렌, 송편 마들렌, 다이아몬드 마들렌 등 이름만 들어도 궁금증이 솟는 디저트를 선보인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나타나는 1층 전시장은 누구나 둘러볼 수 있도록 무료 개방되어 있다. 오직 마들렌만으로 연출한 이색적인 풍경은 우연히 이곳을 찾은 방문객도 호기심에 더 들어가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들 정도. 전시 공간을 지나면 마들렌이 수북하게 쌓인 카운터가 나타나며, 한쪽에는 공간의 오묘한 분위기를 좀 더 음미할 수 있는 좌석과 테이블이 마련돼 있다. 1층과 달리 카페 공간으로만 꾸려진 2층은 한결 편안한 분위기다. 푹신한 소파, 창가를 따라 길게 배치된 테이블에 앉아 여유롭게 음료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다. 오픈 이래 마들렌을 주제로 다양한 기획 전시를 선보여 왔으며, 베이커리 아티스트를 목표로 구움과자에 담긴 의미와 맛, 멋을 충분히 느끼는 메뉴와 공간을 꾸준히 선보일 예정이라고. 식음 공간과 문화 공간의 경계가 점차 흐려지는 요즘, 도식화는 이러한 흐름에 앞장서 있는 장소라고 할 수 있겠다.

위치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17길 19-9 1층
인스타그램 @dosikhwa_seoul
기획 엄재휘

 

스타벅스 대구종로고택점

 

©Starbucks Korea

 

글로벌 스탠더드 전략을 구사해온 스타벅스가 대구에 로컬화를 시도한 공간을 선보였다. 1919년 지어진 한옥을 활용한 ‘스타벅스 대구종로고택점’은 국내 처음으로 한옥에 들어서는 스타벅스 매장이다. 전통 혼례 등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쓰이던 100년 넘은 전통 한옥을 커피와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공간은 야외 정원을 조망할 수 있는 고택한옥, 음료를 제조하는 바와 감각적인 아트웍으로 이루어진 현대식 한옥 2채로 구성됐다. 오랜 역사를 지닌 마루를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 40석에 가까운 좌식 공간을 마련해 한옥의 정취와 고즈넉한 분위기를 동시에 느낄 수 있게 했다. 고택 외관의 쪽마루에도 20여 석의 좌석이 있어 정원을 바라보며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최근에 지어진 한옥을 새롭게 인테리어한 현대식 한옥에는 음료 제조 공간 및 고객 공간과 더불어 사이렌이 헤엄치는 듯한 모습의 대형 아트웍을 설치했다. 한국적 감성을 담은 십자수로 제작되어 한옥의 분위기와도 잘 어우러진다. 고택 한옥과 현대식 한옥 사이에 위치한 야외 정원에도 앉을 자리가 있어 오래된 우물과 나무들을 바라보며 한껏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위치 대구 중구 중앙대로77길 22
인스타그램 @starbuckskorea
기획 스타벅스 코리아

 

멋과 맛이 있는 F&B 스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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