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다른 우리가 서로에게 다다를 수 있는 곳

[Gen MZ Style] ⑨ 대전 라이프스타일 독립서점 '다다르다'
©2018.differeach
글. 경신원 도시와커뮤니티 연구소 대표  자료. 다다르다

 

‘도시’와 ‘로컬’이라는 양대 키워드를 중심에 두고 현대인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앞서 파악하고 원인을 분석하는 경신원 도시와커뮤니티 연구소 대표를 필진으로 초대했습니다. 연재를 통해 대한민국 경제의 새 주역으로 등장한 MZ세대의 특징을 파악하고 그들이 욕망하고 소비하는 공간을 함께 따라가 보며 21세기 라이프스타일의 현주소를 가늠해 볼 기회가 되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다 다르고, 서로에게 다다를 수 있어요. We are all different, so we can reach each other.”

대전광역시 중구 은행동에 위치한 독립서점 ‘다다르다’의 슬로건이자 지향점이다. ‘다다르다’에는 ‘다르다 differ’와 ‘도달하다 Reach’의 이중적 의미가 담겨 있다. 다다르다라는 브랜드 이름은 김준태(라가찌, 커뮤니티 디렉터)가 지었고, 박은영(아멜리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은 자신들의 철학이 잘 나타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로고를 디자인했다. 보편성과 다양성을 담기 위해 21개의 다 다른 직사각형으로 ‘다다르다’라는 한글 타이포그래피를 구성했다. 그리고 다다르다에 담긴 이중적인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다르다의 ‘다’는 선을 통해 부각했다. 수직선은 ‘개인의 다양성’을, 수평선은 ‘삶의 보편성’을 의미한다. 서로 교차하는 지점은 ‘면’으로 강조해 서점이 지향하는 ‘커뮤니티’를 형상화한 것.

 

다다르다 한글 로고 ©2018.differeach

 

대전에 거의 도착할 무렵, 서점원 라가찌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박사님, 제가 서점에 있어서 모시러 가지 못했어요. 택시 타시고 성심당 본점으로 가달라고 말씀해주시면 앞에 나가 있을게요”.
인터뷰에 응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마중까지 직접 나온다고 하니 만나기도 전부터 그에 대한 느낌이 좋았다. 성심당 앞에서 두리번 거리고 있는 나를 환한 웃음으로 맞아준, 친절한 라가찌는 대전 토박이다. 그는 책을 매개로 사람을 연결하는 일을 하고, 지속 가능한 삶, 함께 사는 사회를 꿈꾸는 영원한 청년이다.
그의 동반자인 아멜리에는 라가찌를 만나 대전의 매력에 푹 빠져 서울에서 대전으로 이주했다. 그녀는 장르에 경계없이 책을 읽고 좋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되고 싶은 꿈을 꾸며, 이에 대한 답을 찾는 태도가 세상을 아름답게 바꿀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라이프스타일 서점 ‘다다르다’를 운영하는 박은영 디렉터(왼쪽)와 김준태 디렉터 ©shinwonkyung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대기업이나 공기업의 취직을 준비하던 친구들과 달리 라가찌와 아멜리에는 대전의 원도심에 위치한 인적드문 대흥동에 ‘도시여행자’라는 여행 카페 겸 서점을 2011년 오픈했다. 독창적인 콘텐츠와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도시여행자의 다양한 활동은 조용했던 골목길을 변화시켰다. 재미있고 맛있는 공간들로 채워진 골목길을 찾는 사람들로 생기가 넘쳤다. 하지만 골목길의 활성화는 임대료의 상승으로 이어졌고, 결국 라가찌와 아멜리에는 정들었던 대흥동을 떠나야 했다.
2018년 대흥동을 떠난 이후, 1년여 동안의 준비기간을 거쳐 다다르다 서점을 오픈했다. 도시여행자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삶의 다양한 방향을 제시하는 라이프스타일 서점, 커뮤니티 서점으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세우기 위해서다. 도시여행자는 2022년 하반기 새로운 프로젝트로 찾아올 준비를 하고 있다.

 

‘다다르다 서점’ 내부 ©2018.differeach
©2018.differea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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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가찌와 아멜리에의 지역사회에 대한 남다른 관심은 서점을 통해 지역 커뮤니티로 확산된다. 북토크를 통해 환경문제, 청년문제, 공유경제, 젠트리피케이션 등과 같은 지역의 이슈들을 논의한다. 지역 커뮤니티에게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답을 함께 찾는 과정자체가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2018.differea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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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지방 중소도시와 달리 대전은 청년인구가 30% 가까이 되는 청년도시다. 2019년 청년친화도시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청년 인구 유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1년 6월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대전의 2030세대가 10년 전 46만 4650명(30.9%)에서 40만 2164명(27.6%)으로 감소했다. 청년들을 지역에 정착시키기 위해서 라가찌와 아멜리에는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문화예술, 축제, 관광,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청년들과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다다른 북클럽’ 등산 모임 ©2018.differeach
‘다다른 북클럽’ 북토크 ©2018.differeach

 

서울과 수도권으로 향하는, 대부분의 청년들과 역행하는 삶을 살고 있는 아멜리에의 대전에서의 생활은 어떨까? 소위 ‘코로나도 피해간다는 노잼시티’에서 아멜리에가 발견한 대전의 매력은 무엇일까?

“저는 대전이 한번도 재미가 없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어요. 오히려 너무 흥미로웠거든요. 저희가 처음 도시여행자를 시작한 대흥동은 ‘이웃’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동네였어요. 자발적인 커뮤니티 활동이 활발히 일어나는, 저희와 결이 비슷한 분들이 많이 사시는 동네였어요. 사회, 경제, 문화 등 다양한 지역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활동을 하고 계셨어요. 그 분들에게 많이 배우고 함께 성장할 수 있었어요. 대전은 정말 매력이 넘치는 도시예요.”

지속 가능한 삶, 나누는 삶, 함께 사는 사회를 꿈꾸는 라가찌와 아멜리에의 노력이 동네를, 그리고 도시를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다. 로컬로 향하는 물결이 이들로 인해 좀 더 활기차게 일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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