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스틱 웰니스 라이프스타일을 전파하는 커뮤니티

[Focus] 상하 리트릿 바이 옥타브Sangha Retreat by Octave
스파 © Seth Powers
에디터. 조희진  자료. TsAO & McKOWN Architects

 

시간을 관리하며 자신의 몸과 마음까지 챙기는 사람은 인생도 주도적으로 살 것 같은 기대를 갖게 한다. 현대를 사는 이들에게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보는 일은 어쩌면 생존과 맞닿아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웰니스wellness’, ‘웰빙well-being’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은 이유다.
중국 상하이에서 쑤저우를 향해 서쪽으로 한 시간 정도 차를 타면 ‘양청호’라는 조용한 호수가 나온다. 쑤저우는 무역과 상업의 도시이지만, 원시림이 울창해 여러 정원들이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기도 했다. 양청호 인근에 위치한 ‘상하 리트릿 바이 옥타브Sangha Retreat by Octave’는 얼핏 보면 호텔 리조트처럼 보이지만 사실 리조트가 아니다. 공간 구성에서부터 부대 시설, 운영 방식, 드나드는 사람들까지 사뭇 다르다. ‘홀리스틱 웰니스holistic wellness’를 돕는다는 상하 리트릿. 이 공간은 과연 무엇을 하는 곳일까.

 

Wellness Lifestyle
① [Focus] 홀리스틱 웰니스 라이프스타일을 전파하는 커뮤니티 — 상하 리트릿 바이 옥타브
② [Interview] 상하 리트릿 CCO & 총괄 건축가 — 캘빈 싸오Calvin Tsao

 

©Richard Bryant

 

치유를 위한 공간

 

양청호를 가로지르는 도로에 접한 ‘상하 리트릿’은 위성을 통해 내려다보면 마치 호수 위에 떠있는 우주선처럼 보인다. 숲은 울창하고 해지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중국의 대표적 대도시인 상하이에 가까이 있으면서도 자연경관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곳. 리트릿 공간을 만들기에 좋은 조건이다.

상하 리트릿은 크게 세 개의 커뮤니티로 나뉜다. 북쪽에는 호수를 바라보는 거주 시설들이 있고, 남쪽에는 ‘앳 원 웰니스 센터At One Wellness Center’라는 웰니스 관련 시설이다. 이곳에는 숙박 시설 ‘앳 원 호텔At One Hotel’이 포함돼 있다. 더 아래로 내려가면 ‘생활 학습 센터Life Learning Center’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숙박 시설 ‘펠로우 트래블러Fellow Traveler’가 있다.

 

상하 리트릿 전경 ©Design Land Collaborative
앳 원 호텔 게스트룸 ©Richard Bryant

 

앳 원 웰니스 센터

몸의 치유를 위한 웰니스 시설들이 모여 있는 공간이다. 상담과 진료를 받을 수 있고,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을 겸한 클리닉도 있다. 다양한 방식의 웰니스 프로그램과 치료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스파와 24개의 치료실도 갖췄다. 터키식 하맘*, 일본식 온센, 티베트식 소금 요법**, 허브 목욕, 크나이프 요법*** 등 물을 사용해 치료하는 다양한 스파 공간이 마련돼 있다. 사우나는 흔히 접하는 것과 적외선 사우나, 스웨덴식 사우나 등이 있다. 실내에서 호수를 바라볼 수 있는 사우나는 4중으로 된 큰 유리창이 있어 자연을 보며 명상과 성찰하는 고유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외에 요가 스튜디오, 명상 센터, 피트니스 센터와 수영장이 있다. 영양사가 준비한 건강한 식단으로 식사할 수 있으며, 위층에는 치료 및 프로그램에 참여하러 온 사람들이 머무를 수 있는 숙박시설이 있다.


*터키식 하맘(Turkish Hammam)
한국의 목욕탕 문화와 비슷하다. 누워서 찜질할 수 있는 따뜻한 대리석이 있다.

**티베트식 소금 요법 (Tibetan Salt Treatment) 공간 안에 미세한 소금이 있어 숨쉬기에 도움이 되고 폐와 관련된 질환에 좋다고 알려졌다. 이외에 피부와 알러지에 좋다고 한다.

***크나이프 요법 (Kneipp Walk)무릎 높이의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 가며 걷는 요법인데, 대사 작용과 혈액순환을 촉진한다고 한다.

 

남성 전용 스파 ©Seth Powers

 

생활 학습센터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방식을 배우는 곳이다. 대면 수업 뿐만 아니라 라이브 스트림 강의도 병행한다. 이를 위한 공간과 설비가 갖춰져 있고, 미술 치료, 연극 치료 공간도 마련돼 있다. 여기에 음악 스튜디오와 도예 스튜디오도 운영 중이다. 위층에는 이같은 교육에 참여하러 온 이들을 위한 레지던시 펠로우 트래블러Fellow Traveler가 있다.

 

주거 시설

상하 리트릿은 내부에 주거 시설을 갖추고 있다. 총 87개의 유닛을 갖고 있는 아파트는 원룸은 물론, 1.5룸과 2룸도 갖췄다. 타운하우스, 단독 주택, 그리고 대규모 빌라 등은 109개 유닛에 달한다.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거주할 수 있도록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거주시설 옵션을 준비한 셈이다. 임대와 매매 둘 다 가능하다.

 

©Seth Powers

 

커뮤니티 가든

이곳에 입주한 주민들이 농장 땅 한 부분을 빌려, 흙을 만지며 채소를 키울 수 있는 곳이다. 정원을 가꾸고 농작물을 재배하면서 서로 이야기도 나눈다. 아이들에게 가드닝을 가르치는 방과 후 프로그램도 있다. 아이들은 이를 통해 음식의 재료가 어디에서 생산되는 지 알게 되고, 자연과 가까이 사는 법을 배운다.

이외에도 대규모의 커뮤니티 이벤트를 열 수 있는 타운홀Town Hall과 야외 원형극장 쿼드Quad, 미쉐린 코스를 밟은 셰프가 총괄하는 푸드 홀 & 마켓Food Hall & Market, 그리고 파빌리온Pavilion이 있다. 방문객과 거주자를 위한 미술 갤러리와 공예 갤러리도 갖췄다.

 

©Seth Powers

 

경험 디자인을 통한 치유

 

주거 시설과 숙박 시설을 고루 갖춘 것과 같이 상하 리트릿이 운영하는 웰니스 프로그램도 각기 다른 요구에 부합하도록 다채롭다. 누가 방문하든 자신에게 맞는 프로그램 하나쯤은 꼭 찾아 경험하도록 돕기 위해서다. 최고급 패키지 상품도, 아라카르트á la carte 방식처럼 개별로도 경험할 수도 있다. 방문객은 많은 선택권을 갖고 자신만의 웰니스 라이프스타일 여정을 시작할 수 있다.

 

마사지 룸 ©Seth Powers
앳 원 호텔 ©Seth Powers

 

몸의 치유

물을 이용하는 치료법 중 하나인 일본식 ‘와츠 마사지Watsu Massage’는 체온과 동일한 온도의 물 안에서 스트레칭과 마사지, 그리고 지압을 통해 경직돼 있는 몸을 풀어주거나 통증을 완화시킨다.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 가며 대사 작용과 혈액순환을 촉진한다는 ‘크나이프 요법Kneipp Walk’도 제공한다. 피부와 모발에 좋다고 알려진 ‘라소울 클레이 치료Rhassoul Clay Treatment’는 오랜기간 라소울 클레이를 샴푸와 비누로 써 온 모로코에서 유래된 방식으로 디톡스에 도움을 준다. 스위스식 스파도 있다. 실내 수영장에서는 수영도 가능하지만 수압 테라피가 진행되기도 하며, 야외 수영장에서는 부유 공간이 마련돼 있다. 겨울을 제외하고는 야외 활동이 자유롭다.

 

스파 © Seth Powers

 

마음의 치유

마음을 위한 프로그램도 갖춰져 있다. ‘더 잘 먹는 방식 배워보기’, ‘건강한 식사 요리하기’ 같은 프로그램도 있다. 일반적으로 웰니스 리트릿에서 2주 정도 지내면 몸과 마음이 좋아진다. 그러나 일상 복귀 후 얼마 못 가 나쁜 습관이 되살아난다. 상하 리트릿은 이같은 악순환을 막고자 원격 코칭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대화로 푸는 배우자 코칭, 육아 프로그램, 그리고 생활 코칭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미술 치료, 연극 치료, 그리고 도자기 및 음악 수업도 마련돼 있다. 명상을 습관화하도록 돕는 프로그램도 있다.

 

사용자 경험

디자인웰니스 리트릿을 위한 공간은 디자인도 그 철학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건축가는 인지로 시작해 각 공간을 경험하는 순간까지 사용자 경험을 먼저 설계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놀라움을 줘야 하는 공간, 아늑함을 줘야 하는 공간 등 목적을 분명히 새겨 차별화된 디자인을 했다.

 

티 룸 ©Richard Bryant

 

환경을 고려하는 건축

 

건물을 짓는 행위가 자연에게 끼치는 악영향 중 하나는 자연으로부터 무언가를 뺏는다는 점이다. 상하 리트릿은 인간을 위해 자연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간 연결되어 있다는 웰니스의 관점 위에 세워졌다.

그래서 불필요한 낭비나 오염이 없도록 신경을 써야 했다. 인근의 바위를 가져다 옹벽을 세우고, 폐 철근콘크리트를 모아 활용했다. 표면이 좋은 콘크리트 조각들은 길 위 표면에 사용했고, 그렇지 않은 조각들은 구조 기초 밑의 자갈들로 사용했다. 천연 소재와 재활용 재료를 최대한 활용했고, 대규모 채석 공사가 필요한 자연석은 사용하지 않았다. 이유는, 보통 고급스런 건축물에는 대리석을 많이 사용하는데, 얼마되지 않아 폐기되는 현실이 흔하기 때문이다. 상하 리트릿에는 대체재인 테라초terrazzo와 목재를 주된 건축재료로 썼다.

 

©Calvin Tsao, TsAO & McKOWN Architects

 

야외 공간을 최대로

상하 리트릿의 상당수 공간은 지하에 있다. 대신 공간의 지붕을 그린루프로 계획해 지상과 자연스레 이어지도록 했다. 마사지 공간은 햇빛이 필요하지 않아서 모두 지하에 뒀다. 덕분에 지상에서는 더 많은 야외 공간을 누릴 수 있다. 몇몇 공간은 반지하, 반지상에 걸쳐 있기도 하다.

 

일상의 실천을 돕는 ‘리빙룸’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이 다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면 어떻게 될까. 각자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웰니스 라이프스타일을 지속할 수 있게 돕는 곳이 ‘리빙룸 바이 옥타브Living Room by Octave’이다. 상하이에 위치해 있어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기 쉽고, 주기적으로 재방문이 가능해 도심 안의 커뮤니티 센터 역할을 한다. 상하 리트릿의 프로그램을 그대로 반영해 식사, 의료 서비스, 어린이 조기 학습, 도시 가든 등이 마련돼 있다. 대도시 안에서 웰니스 라이프스타일을 이어가도록 돕는 곳이다.

 

야외 극장 ©Seth Powers
야외 극장 ©Seth Pow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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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QU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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